미루기의 근본은 자기부정에 가깝다
아직 시작하지 않은 상황 = 일단 결과물이 나오면 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을 직면해야 한다는 점이 싫어서 외면함
마감 직전 = 막판에 허겁지겁 한 건 내 실력을 100% 드러낸 게 아니야! "진짜 나"는 훨씬 더 능력이 있다고! 같은 논리로 정신승리를 시전함
반추가 정신건강에 안 좋은 이유는 그 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반추를 하다 보면 "과거의 실패는 내 탓이고 나는 부족한 인간이고 현실은 좌절스럽다"라는 결론을 내릴 만한 근거들을 취사선택하게 되어 있음. 생각의 끝에 저 결론이 나오는 게 아니라 저 결론을 내리기 위해 기억을 끌어오는 거.
요즘 좀 드는 생각인데
"나는 남들을 위해 이렇게나 베풀고 손해보는 선택을 하고 있다"라는 뉘앙스의 생각이 든다면, 당장 모든 걸 때려치우고 휴식을 취하는 편이 나에게도 남에게도 도움이 된다.
내가 하는 모든 선택은 기본적으로 나를 위한 것이어야 함. 남을 위한다고 남에게 도움이 되지 않음
과격한 말을 툭툭 내뱉는 버릇 진짜 고쳐야 하는 듯
얼마 전에 "날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내 이름이 '아무도 없어'야?" 하는 만화를 봤는데, 저거 사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못되게 말하는 습관이 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예전에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자신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러지 않으면 자기 머릿속의 [보상 체계]가 망가져 버리기 때문이라고. 즐거운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 일이 즐거운 줄을 모르고, 마음대로 살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정신이 피폐해진다고.
주지화가 위험한 이유: 자기 감정을 납득하려다 보면 높은 확률로 거짓 이유를 만들어냄
원트만 봐도 나오잖아, 자기 행동이 앞뒤가 안 맞는 걸 못 견디면 아무도 안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적는 게 사람 심리라고...
무엇보다 인간의 뇌가 "진짜 이유"보다 "그럴듯한 이유"를 훨씬 좋아함.
요즘 되게 이상한 풍조가 있는데
위선자 vs 솔직한 개새끼 중에 솔직한 개새끼랑 같이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거
솔직한 개새끼의 미덕은 그 새끼가 솔직해서 개새끼인 걸 금방 알아챌 수 있다는 것밖에 없습니다... 알아챘으면 빨리 버려야지 '야 그래도 위선자보다는 나아' 이러고 앉아있어
사실 이상향에 가는 게 아니라 "이방인이 될 수 있는 곳"에 가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있음.
비교나 정상성 압력은 사실 어디든 있지만 그건 내집단 내에서 벌어지는 리그고, 이방인은 절대 우리 리그에 올려 주지 않는 대신 우리 집단의 기준을 적용하지도 않는데... 그 거리감에서 자유를 느끼는 식.
나는! 호구가! 되지! 않을거야! 나는!! 손해보고!! 살지!! 않을거야!!!! 류의 마음가짐이 요즘 주류정서 같긴 한데
내가 모르는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적당히 손해를 감수해 주고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도 좀 생각을 해야 해... 나는 아무에게도 해 안 끼치고 무결하게 살고 있을 것 같냐고
약간 그런 게 있음
회피 당사자가 상상하는 스스로의 모습: 남에게 민폐 안 끼치고 남이 눈치채지도 못하도록 자신의 감정을 꾹 억누르는 어쩌고
실제 회피 당사자의 모습: 본인이 억누르는 거랑 별개로 주변 사람들은 대개 눈치채고 있지만 본인도 힘들어 보이는데 굳이 말하기 뭐해서 모른 척해줌
기질이 이러면 다행인데 멍청한 사람(당사자성 있음)이 어설프게 날카로워지면 슬퍼진다
생각이 많은 줄 알았는데 써놓은 거 다시 읽으면 꿈꾼 거 정리한 거마냥 앞뒤가 안 맞고 연민이 많은 줄 알았는데 사실 주변엔 아무 관심도 없었단 걸 깨닫게 되고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늘 같은 내용이었고
사실 덤덤충을 찾는 것도 아님
내 인성질도 받아 주고 내 상처도 공감해 줘야 하고 내 변화를 예민하게 캐치하되 그걸 티내지 말고 내가 민망하거나 좀생이처럼 보이지 않는 방향으로 배려해 줬으면 하는 것뿐
사실 이건 관계에서 갑이 되고 싶다는 욕구인데 이렇게 말하면 못돼 보이니까...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