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베르세르크의 명대사인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다'를 두고 "도망치는 사람이 낙원을 기대하며 도망치겠냐? 적어도 지옥에서는 벗어나려고 그러는 거지."라고 했는데 곱씹을수록 맞는 말이다.
신림동 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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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가 취직해서 부모님 도움으로 전셋집에 들어갔다. 강남이고 방 2개에 거실이 있는 꽤 넓은 집이어서 상당히 목돈이 들었는데, 또래로 보이는 집주인이 계약하러 와서 도장을 찍으며 정말 악의가 없는 말투로 “제가 여기에도 집이 있었군요.”라고 해서 친구는 그날 못 마시는 술을 마셨다.동생집 동생이 첫 입주였는데 그 건물에 스벅들어오고 해서 시세가 1-2억이 오름. 집주인 20대 후반인데 시어머니가 결혼선물로 사주신거라고 함. 집주인은 자기 돈이 아니라서 관심이 없고 시어머니는 선물로 사준거라 관심이 없고;; 연장때 오르나 걱정했는데 “계속 살거죠?” 전화가 끝이였음
- 국어 선생님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능소화란다. 왜 그런 줄 아니?"라고 물으셨다. 수업 시간에 왜 꽃 이야길 하시지 황당한 표정이 오갔는데 "저게 피면 방학이 오기 때문이지."라던 말씀이 잊히질 않네. 매년 능소화를 보면 방학을 가진 당신이 생각납니다. 어른도 방학이 있으면 좋겠다.
- 90살이 된 우리 할머니는 내가 소송을 하는지 이혼을 하는지 그런 일은 하나도 모르시는데, 오늘 문득 전화로 '건강하냐. 건강하기만 하다면 좋은 일은 계속 생긴다.'라고 말하셔서 난 눈물이 조금 났다.
- 우울증은 우울하기만 한 병이 아니다. 매사에 무기력하고 뭔가에 집중하기 어렵고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힘들다. 독서나 영화 감상도 어려워져 세상이 갑자기 좁아진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혐오하게 된다. 우울증 환자에게 의지로 이겨내란 말을 많이 하는데 이 병은 의지가 안 생기는 게 문제야.
- 얼마 전부터 하루에 기본 14시간 자길래 무슨 병이 걸렸나 하고 병원에 가니 의사 선생님께서 "혹시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으세요?"라고 하셨다. 갑자기 잠이 많이 오면 '내 몸이 세상을 싫어하나 보다.'하고 생각하세요.
- 얼마 전에 중국에다 의류 1000벌 제작을 맡겼고 중간 바이어분이 공장에서 이렇게 잘 만들어지고 있다고 내게 영상을 보내주셨다. 영상에서 제일 앞에 있는 분이 연신 중국어로 같은 말을 반복하셔서 궁금함에 중국에서 오래 사신 분께 영상을 보여드리니 '존나 바빠! 씨발 존나 바빠!'라는 뜻이었다.
- 나는 둘이 택시를 타고 가다가 여자가 문득 "한강 다리는 몇 개일까요?"라고 물어서 남자가 "그러게요. 기사님, 한강 다리 전부 돌아주세요."했다던 일화만큼 FLEX 넘치는 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네이버에 검색하면 10초인데 10만 원을 한강에 갈아 넣어 둘은 결국 사귀었다지.
- 싫어도 싫단 말을 못했을 땐 인생이 고달팠다. 애초에 무리한 부탁은 하는 사람이 잘못이고, 거절한다고 해서 앙심을 품으면 나쁜 거고, 거절로 어색해지는 관계는 정리하는 게 좋고, 모든 이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걸 알면 사는 게 한결 편해진다.
- 상처는 사람을 성장시키지 않는다. 상처 때문에 이 악물고 노력해 어떤 성취를 이뤘다고 해도 그건 상처에 의한 자극이 아니라 그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노력이 그를 성장시킨 것이다. 다 지나갔다 생각해도 마음에 계속 남아 있다가 사소한 계기로 또 그때가 떠올라 사람을 휘청이게 하지.
- 어설프게 용서하면 잘못한 사람은 가뿐한 마음으로 잘 먹고 잘 자지만 막상 내 몸과 마음은 골병든다. 모두가 마더 테레사 될 필요 없다. 진짜로 괜찮지 않으면 괜찮은 척하지 말고 괜찮다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 아빠는 한때 특이한 돌 모으는 것에 미쳐계셨는데 '여보, 내 생일이니까 장미꽃 한 다발만 사줘요.'라는 엄마의 요청에 장미 화석을 사오셨다. 그날 밤에 아빠는 장미 화석으로 처맞으셨고, 나는 사회성 없는 오타쿠의 심각성을 깨달아 일코에 매진하고 있다.
- 예전에 부하 직원이 트위터에다 '지하철에서 엉킨 이어폰을 푸는데 내 인생 같았다.'라고 쓴 것을 보고 에어팟을 사줬었다. 인생은 나도 어려우니까 내가 어떻게 해주지 못하지만 넌 이제 엉킨 이어폰을 풀지 않겠지. 월급날에 치킨을 산 아빠처럼 조금 뿌듯했었다.
- 근데 오뚜기 감자떡 만두를 먹는 순간 '나 몰래 묵묵히 만두만 만든 바보! 그래놓고 제대로 마케팅도 못하는 바보!'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만두계의 CJ 쁘띠첼 푸딩급이시다. 여러분, 오뚜기 메밀 비빔면과 감자떡 만두 드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