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Anthropic)이 미 정부 명령으로 최신 모델 접근을 차단하면서, 세계 최대 AI 시장 중 하나인 인도에서 'AI 주권(sovereign AI)'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6월 13일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지난 금요일 미 정부의 지시로 페이블 5(Fable 5)와 미토스 5(Mythos 5)에 대한 모든 외국 국적자의 접근을 차단했다. 차단 조치는 앤트로픽이 인도 정보기술(IT) 대기업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와 기업용 AI 확산 파트너십을 맺은 직후 나왔다.
인도는 앤트로픽과 오픈AI(OpenAI) 모두가 미국 다음의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꼽는 곳이다. 두 회사는 인도에 사무소를 열고 현지 채용과 파트너십을 늘려 왔다. 그런 만큼 이번 차단은 인도 기술업계에 단순한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소수의 미국 프런티어 모델에 의존해도 되는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졌다.
인도 AI 벤처 플랫폼 액티베이트(Activate)의 창업자 아크리트 바이시는 "이번 결정은 인도에서 AI 주권을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지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들이 오픈소스 모델로 더 많이 옮겨갈 것으로 보고,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들에 소수 프런티어 모델 의존을 줄이라고 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 아토믹워크의 공동창업자 비제이 라야파티는 "AI 팀이 전원 미국 시민으로 구성되지 않으면 경쟁에서 불리해진다"며, 팀이 여러 나라에 걸친 스타트업이 떠안을 위험을 지적했다.
논쟁은 정책 차원으로 번졌다. 인도 소프트웨어 기업 조호(Zoho)의 창업자 스리다르 벰부는 "기술이야말로 궁극의 무기"라며 인도 정부가 자국·중국산 오픈소스 소형 모델 도입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포시스 출신 투자자 모한다스 파이는 연 5,000억 루피(약 50억 달러, 7조 6,000억 원) 규모의 AI·딥테크 기금과 2조 루피(약 210억 달러, 31조 9,000억 원)의 클라우드 인프라 신용보증 프로그램을 정부에 제안했다. 이는 2024년 출범한 1,037억 루피(약 12억 달러, 1조 8,000억 원) 규모의 인디아AI 미션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다만 인도는 프런티어 모델 개발에서는 아직 작은 주자다. 오픈소스 모델을 내놓은 사르밤(Sarvam) 정도가 기반 모델을 추진하고, 또 다른 유망주 크루트림(Krutrim)은 기반 모델에서 클라우드·인프라 서비스로 방향을 틀었다. 대부분의 인도 AI 생태계는 기존 모델 위에 응용을 얹는 데 집중해 왔다.
정책 전문가 프라산토 로이는 이번 사안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결제망 스위프트(SWIFT)에서 배제된 교훈에 빗댔다. 그는 "설령 이번 조치가 번복되더라도, 앤트로픽 사건은 지정학적으로 중립적인 외국 거대언어모델(LLM)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며 "미국 AI 모델은 미국의 지정학에 묶여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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