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 어디일까요?
광화문 교보문고의 주소입니다. 한 국가 수도의 주소가 서점으로 시작되는 예가 또 있을까요? 서울이 시작하는 곳, 서울의 심장에 전통의 대형 책방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만은 한국인이 문화적 자존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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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won 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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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문화연구소 Institute of Typography & Culture 글자 풍경(2019) 뉴턴의 아틀리에(2020)
Joined January 2010
- 과시독서가 트렌드라는데, 제가 디자인했지만 민음사 셰익스피어 전집 살포시 밀어봅니다. 볼륨감이 쪼개지지 않도록 화이트앤블랙만으로 디자인했고, 저만한 면적이면 독자의 책장의 아름다움에 책임이 있다고 여겨 어떤 순서로 바꿔 꽂아도 리듬이 유지되도록 처음부터 책등 디자인을 설계했습니다.
- 어마어마한 필력이 펼쳐지는 교양물리학책.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언어 구사에 민감하면서 과학에 가깝지 않던 인문학도 일부는 그간 과학을 기술해온 조악하거나 평범한 수준의 자연어 구사가 거북했던 것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처음 들었을 정도다
- 학생이 제출한 일기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생물학은 현상학이라, 인간 종에게 동성애가 발견되면 동성애가 인간답지 않다고 배척할 것이 아니라, 인간 종의 정의가 정정되어야 한다고. ‘이성애와 동성애를 모두 하는 동물’이라고.
- 1학년 이승연 학생의 [나니무엇체] 히라가나를 더 편하게 외우는 데 정말 도움이 될까? 이참에 나도 히라가나 다 외울 수 있을까? 많은 시간을 들인 ‘와타시’와 ‘나니데스카’에 비해, 글리프마다 완성도와 자연스러운 정도가 들쭉날쭉. 짧은 시간에 모든 글리프를 채워넣느라 엄청 고생했을 듯 해요.
- 어느 정도 좋은 책들을 읽으면 지혜로운 생각을 하나 이상은 꼭 접하게 된다. 최근 접한 지혜는 이것. “품위란 자신의 불운을 과장하지 않는 성품이다.”
- [진짜 궁서체] 조선 왕실의 고위전문직 여성인 서사상궁들이 꽃피운 진짜 로열한 궁서체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궁서체는 크게 한글 소설의 긴 본문을 쓰는 [필사본체]와 왕비 등 내명부 여인들이 왕족들에게 글월로 문안을 여쭙는 짧은 편지를 쓰는 [서간체]로 나뉩니다.
- 교보문고 합정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번호순 아니고 색상 스펙트럼으로 꽂혀있다. 이 전집이 한 책장 가득 있을 때 해보고 싶어지는 일이다. 나는 2003년 민음사 다닐 때 편집부 가서 한번 해본 적 있음… 하지만 대형서점에서 이렇게 해놓은 것을 보니 흐뭇하네.
- 독일에서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다. 친구가 친하게 지내는 90대 초반 할머니가 있었다. 어느날 할머니가 갑자기 혼자 쿡쿡쿡 웃더란다. 그러더니 자기 이번 주부터 연애 시작했다고 자랑을 했다. 남자친구는 80대 후반 할아버지로 젊은 시절 포르노 배우였다고 한다. 할머니는 변호사였다.
- 교보손글씨대회 예선심사를 했다. 전체 8천여 점 중 1200여점을 봤고 그중 중고생 글씨가 400점 조금 못되었다. 대개 여학생들인 듯 했는데, 예사롭지 않게 보인 점은 그들이 주로 ‘언니들’의 문장을 인용했다는 사실이다. 7-90년대생 유명한 한국 여성 소설가와 작가들의 책을 인용하고 있었다.
- 어제 오전 병원에서 잠깐 본 TV에서 공예를 배우기 시작한 평범한 80대 할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불완전하니까 배우는 거예요. 사람은 죽을 때까지 불완전하니까... 계속 뭔가를 배우면서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는 거지요." 멋진 할머니. 노년을 보내는 참 건강한 마음가짐이다.
- 인도 델리의 우물에 갔을 때, 물 긷는 일이 힘이 많이 들고도 위험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왜 물 긷는 일은 여자들의 몫이었을까? 저 우물가에서 알았다. 힘들고 위험한 일을 여자에게 주지 않았다고 하면서, 실은 ‘이름이 남지 않는 일들’을 그들에게 떠넘기고 있었다는 걸.
- Replying to @pamina7776노년의 연애야말로 미래의 전망같은 걸 따지지 않고 과거는 과거로 두고 현재에만 충실한 순수한 형태일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오래 사는 사람이 승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