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노움의 가마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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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은...여기까지다....이 이상은 못하겠습니다 1. 제가 콘클라베 덕질 중 처음으로 B6 규격으로 내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분량은 약 300페이지 예상됩니다. 2. 표지 앞뒷면에 쓴 그림은 19세기 프랑스 화가 윌리엄 아돌프 부그로의 작품입니다! 한국에서는 아래의 <에로스와 프쉬케>가 잘 알려져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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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드 증후군 (完)

토마스 로렌스 x 빈센트 베니테스 (젊은 부부 AU)

* * * “자요?” “5분 전부터.” “얼마나 오래 잘까요?” “길면 30분쯤.....” “침대에 내려놓으면?” “등이 이불에 닿기도 전에 깨겠지.” 이노센티아는 이상하게도 토마스의 팔 안쪽에서만 안락함을 느끼는 아이였다. 빈센트가 안아주면 쉽게 눈 감을 줄 모르고, 아무리 고요하고 안락한 방 안에서 재워도 한 시간 이상 자지 않는다. 리틀 톰이 빈센트가 안아줘야만 자고, 한 번 잠들면 엄마가 젖병을 들고 오기 전까진 절대로 안 깨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토마스, 당신 한숨도 잠 못잤죠? 눈에 핏발 선 거봐.” “이틀 정도는 안 자도 괜찮아요. 내가 제노바에서 시험 기간마다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 안나요?” 토마스는 아이가 깨어나지 않도록 천천히 몸을 돌렸다. “걱정 말고 들어가서 자요.” 빈센트는 어깨에 담요를 두른 채 토마스를 안타까운 눈길로 보았다. 이틀 간 그가 잔 시간을 깡그리 합쳐봤자 세 시간도 나오지 않는 걸 뻔히 아는데. “토마스, 오늘은 정말로 나한테 맡겨요. 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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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드 증후군 (13)

토마스 로렌스 x 빈센트 베니테스 (젊은 부부 AU)

다음 편이 마지막 화입니다! * * * “깨진 부분은 임시로 보수했습니다.” 경찰이 말하는 임시 보수란 깨진 유리창을 골판지로 막아 놓았다는 뜻이다. 골판지 덧창 아래에선 바스러진 낙엽들이 나뒹굴었고, 문 앞에는 <출입금지>라고 쓰인 팻말이 문을 가로막은 테이프에 걸려 있었다. 필시 누군가 출입한 뒤에 붙은 것이다. 집 옆에는 커다란 쓰레기봉투가 서너 개 쌓여 있었는데, 빈센트와 토마스가 그 집을 떠나기 전까진 존재하지 않았다. 이곳을 신설 쓰레기장으로 착각해서 이웃들이 자기 집 쓰레기를 내다 버린 거라면, 글쎄, 지금 꼴을 보면 항의하기도 쉽지 않을 듯 하다. 이 모든 을씨년스러운 요소가 한데 어우러지자, 항구 근처의 평범하게 낡은 집 중 하나였던 그 곳은 연쇄살인범의 피난처에 가까운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했다. 집이 이 모양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간 빈센트의 퇴원이 더 늦춰질 것 같아 토마스는 비밀을 묻어두기로 결심했다. “이사 갈 곳은 결정됐나요, 로렌스 씨?” 우체통을 들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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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드 증후군 (11)

토마스 로렌스 x 빈센트 베니테스 (젊은 부부 AU)

* * * “퍼틀리 정도면 지내기는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역도 가깝고…. 침실이 꽤 넓은데다 아기 방도 제법 햇볕이 잘 들지. 마당이 약간 좁았지만, 어차피 우린 집 밖에 나와서 뭘 하고 지내진 않으니까. 부동산 말로는, 라디에이터는 손 좀 봐야겠다고 하더라. 대신 가구는 산지 얼마 안된 것들을 전 세입자가 두고 갔다고 하네요. 우리는 애들 데리고 몸만 바로 들어가도 될 것 같아요. 지금 같은 상황에선 나쁘지 않죠. 우린 기저귀 갈고 분유 타는 법 배우느라 정신이 없을텐데 세간 살이를 또 어느 세월에 준비하고 앉았겠어요.” “내 신탁 관리인들은 계속 서퍽으로 오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입스위치 정도면 이 동네까지 매일 기차 타고 통근해도 돼요. 좀 일찍 일어나면 돼. 거기서 집을 산다면.... 뒷마당에 애들 놀이터랑 꽃밭을 만들고 집 안에는 서재랑 드레스룸을 따로 둘 수도 있어. 우리 집의 그 바퀴 달린 노란 고철은 갖다버리고 새 포드를 사서 몰고 다녀도 되고.... 뭐야,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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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드 증후군 (10)

토마스 로렌스 x 빈센트 베니테스 (젊은 부부 AU)

* * * 그 해 가을은 기쁨의 씨실과 슬픔의 날실을 끊임없이 꼬아 만들어낸 태피스트리였다. 토마스는 생후 20일째에, 이노센티아는 22일째에 호흡기를 양압식으로 교체했다. 그리고 드디어 관이 아닌 입으로 영양분을 직접 받아들이기 시작했는데, 먹는 양이 조금 적긴 해도 토하는 일 없이 잘 받아들였다. 망막의 혈관 성장 속도가 비교적 빨라 수술 대신 약물로 아이들의 눈을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앨킨스 박사는 아이들의 자가 호흡이 가능해지는 대로 36주 차를 채운 조산아들을 관리하는 치료실로 아기를 옮길 거라 말했다. 그 방에 있는 아이들은 면회 시간에 부모가 직접 안아볼 수 있다. 희소식을 듣고도 토마스는 속이 쓰라렸다. 정작 그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기뻐해야 할 사람은 사리 분간이 여전히 안되는 중이었다. 빈센트는 점차 의식을 찾는 빈도가 잦아지긴 했으나, 깨어나도 주변인이나 소리를 인식하진 못했다. 의사들의 말로는, 빈센트는 깊은 수면에서 못 깨어나는 사람과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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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드 증후군 (9)

토마스 로렌스 x 빈센트 베니테스 (젊은 부부 AU)

* 죽은 자는 묻고 산 자는 돌보라 : Enterram-se os mortos e cuidam-se os vivos. 1755년 포르투갈에 대지진이 일어나 리스본의 3/4이 파괴되었을 때, 재난 대처 임무를 맡았던 1대 폼발 후작(세바스티앙 데 카르발류)이 내세웠던 모토입니다. 그의 지도 아래 리스본은 대지진 발생 1년만에 재건에 성공합니다. ------------------------------------------------------------ * * * 빈센트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다섯시간을 중환자 병동에서 대기하다 수술실로 들어갔다. 그 다섯 시간 동안 토마스가 제대로 해낸 일은 한 가지였다. 램버스의 예전 주치의에게 전화 걸기. 토마스가 한참을 버벅거리긴 했어도, 의사는 인내심 있게 그의 말을 들어주었고 중요한 정보는 하나도 빼먹지 않았다. 그녀는 오늘이 출산 당일이라고 전하자 꽤 놀란 듯 했다. "이쪽 병원에서도 놀라긴 했어요." 토마스는 어두운 창밖을 향해 힘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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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드 증후군 (8)

토마스 로렌스 x 빈센트 베니테스 (젊은 부부 AU)

* * * 벽이 덜컹거리는 순간, 토마스의 영혼은 호수 위의 나룻배를 떠나 어두운 조수석으로 돌아왔다. 새벽 공기 속에서 눈에 익은 건물들이 그의 옆을 지나고 있었다. 불편한 자세로 구겨져서 자서 그런지 온몸이 뻐근했다. 언제 정신을 잃었는지 몰랐다. “화이트채플이오.” 턱이 범퍼처럼 앞으로 튀어나온 트럭 기사가 토마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기 보이는 버스 정류장에 내려줄테니까, 병원까진 알아서 가요.” 토마스는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찡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지금 몇시죠?” “5시 반.” “택시가 잡힐까요?” “안 잡히겠지. 지금 눈앞에서 어슬렁대는 것들이 택시가 아니라 큰 바퀴벌레라면 말요.” 기사는 퉁명스레 손을 내밀었다. “30.” 토마스는 비몽사몽간에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면서 중얼거렸다. “제가 드리기로 한게....50파운드 아니었나요?” “병원 문앞까지 갔으면 다 받았겠지만, 고작 여기 와서 그걸 다 처먹긴 그래. 나한테 양심이란게 있을 때 30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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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드 증후군 (7)

토마스 로렌스 x 빈센트 베니테스 (젊은 부부 AU)

* * * 몇 초의 정적이 그를 덮쳤다. 이후 그 정적은 사방에서 들려오는 클락션 소리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불과 수십미터 뒤에서 따라오던 차들이 빗물 위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며 내는 날카로운 소음들이 클랙션에 양념을 더했다. 몸에 파묻힌 안전벨트 때문에 토마스는 거의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창에 들이닥쳤던 푸른 천은 온데간데 없었고, 앞유리창으로 보이는 것은 트럭 뒤꽁무니였다. 트럭에 실려있던 상자들의 일부는 여전히 짐칸에 실려있었지만 나머지는 무수히 반짝이는 칼날이 되어 도로 위를 볼썽사납게 나뒹굴었다. 토마스는 뻣뻣해진 고개를 들어 백미러를 보았다. 뒤따르던 차들이 줄줄이 갓길로 몸을 피신하는 중이었다. 그는 옆으로 눈을 돌렸다. 회색빛 가드레일이 비를 맞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토마스의 벤츠는 그로부터 불과 몇 센티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는게 확실했다. 토마스가 핸들을 조금만 더 꺾었거나 브레이크를 1초 늦게 밟았더라면, 가드레일은 벤츠와 뜨거운 키스를 나누고 문자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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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드 증후군 (6)

토마스 로렌스 x 빈센트 베니테스 (젊은 부부 AU)

* * * 토마스는 기차에 오르기에 앞서 이발소에 들어갔다. 눈먼 까마귀가 쌓은 둥지와 구분이 안 갈만큼 자란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김에 면도까지 해치웠더니, 30분 후엔 거울 속에서 도로 스무살이 된 토마스가 눈을 껌벅거렸다. 그대로 검은 옷을 챙겨입고 신학교로 돌아가도 손색이 없겠다 싶을 정도였다. 그는 목을 꼭 죄는 줄무늬 넥타이를 이리저리 잡아당기면서, 이 모습이 이제와서 왜 이리 낯설게 느껴지는지 궁금해했다. 입스위치까지 가는 길은 아무리 길게 잡아봤자 두 시간을 넘지 않지만, 그곳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선 반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왜 그간 돌아가지 않았느냐 하고 누군가 묻는다면, 토마스는 언제나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많이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지만, 입스위치에는 여전히 수많은 고향 친구와 이웃, 먼 친척들이 개미떼처럼 바글거렸다. 무엇보다 거기엔 어머니가 있었다. 토마스는 어머니가 할만한 질문을 전날부터 미리 종이에 적어보고, 답변을 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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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드 증후군 (5)

토마스 로렌스 x 빈센트 베니테스 (젊은 부부 AU)

* 아이러니하게도 돈 문제가 모든 일을 단순하게 만들었다. 토마스 존 엘리엇 로렌스는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은 이후, 자신이 보유한 30만 파운드 가치의 재산을 사후에 어떻게 관리할지 미리 정리해두었다. 아들 토마스가 사제가 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을 고려해, 같은 사무실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던 사무변호사 윌 파먼이라는 사람과, 아내 콘스탄사 로렌스를 공동 신탁 관리인으로 지정하고 모든 법적인 문제를 대신 처리하도록 했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아들을 위한 ‘비상용’ 신탁 지침서를 뒤에서 작성하여 파먼에게 넘기고, 아들에게는 지침서의 사본을 보내 자기 뜻을 밝혔다. 지침의 내용 대부분은 먼 친척들이 유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나설 때 토마스가 신탁 관리인들과 함께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긴급 자금은 어떻게 융통해야하는지를 세세하다 못해 강박적으로 꼼꼼하게 다루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토마스에게 필요한 건 그런 것들이 아니라 아버지가 지침서 후반에 남긴 조항들이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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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드 증후군 (4)

토마스 로렌스 x 빈센트 베니테스 (젊은 부부 AU)

* * * 진료실 소파에는 어린 남자아이가 앉아서 비행기 솜인형을 들고 입으로 ‘피유우우웅‘ 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병원에 들어온지 한 시간은 흐르고 나서야, 토마스는 그 애가 누구인지 의사에게 물을 짬이 났다. “우리집 막내예요. 호출 들어왔을 때 저 애를 보고 있었거든요. 따로 맡길 데가 없어서 부득불 데려왔어요.” “....그러니까 오늘은 선생님이 쉬는 날이었단 거군요.” 토마스가 고개를 떨구었다. “이게 몇 번째인지 모르겠네요.” “몇 번째인지 헤아릴 필요 없어요. 의사는 이런 일 매일 겪으니까.” 주치의는 올해 세상 누구보다 토마스-빈센트 로렌스 부부와 얼굴을 자주 맞댄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태도는 초지일관이어서, 둘 모두와 어느 선 이상은 친해지길 거부했다. 산모에게 위로의 말을 건넬 여유가 있으면 문제점을 하나라도 더 지적했고, 과거에 무슨 사람이었고 몸이 어떤 상태이든 간에 빈센트는 그 진료실을 드나드는 골칫거리 수천명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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