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누가 하기로 했지?”가 사라지는 순간
빠른 기술의 한가운데서도, 효율보다 맥락을 보고 정답보다 함께 만드는 방식을 택해온 강지원님의 이야기
요즘 AI를 둘러싼 언어는 대체로 빠름의 언어입니다. 더 빨리 만들고, 더 많이 처리하고, 더 적은 시간으로 더 큰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약속들. 그런데 막상 현장으로 들어가 보면 사람을 지치게 하는 건 속도 그 자체보다, 맥락이 끊기고 일이 흩어지고 질문이 공중에 남아 있는 상태에 더 가깝습니다. 정보는 넘치는데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모르겠고, 누가 무엇을 맡았는지 흐려지고, “그거 누가 하기로 했지?” 같은 말이 반복되는 순간들 말입니다.
강지원님을 인터뷰하며 오래 남았던 것도 바로 그 지점이었습니다. 그는 Slack과 AI를 누구보다 빠르게 실무에 붙여온 사람이지만, 정작 반복해서 말한 것은 기술의 화려함이 아니었습니다. 기능보다 임팩트, 효율보다 맥락, 정답보다 함께 만드는 방식. 그리고 그 모든 것의 바닥에는 늘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덜 헤매게 만들 수 있을까. 사람이 원래 해야 할 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저한테 중요한 축은 ‘사람이 덜 헤매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 따라가고 싶었던 것도 어떤 툴을 잘 다루는 실무자의 성공담이 아니라, 왜 그가 그런 방식으로 일하게 되었는가 하는 삶의 기준이었습니다. 강지원님의 답변을 읽다 보면 결국 하나의 태도로 모입니다. 사람을 몰아붙이는 방식보다 사람을 살리는 방식, 혼자 정답을 쥐는 방식보다 함께 길을 찾는 방식, 그리고 빨리 가는 것보다 오래 가는 것을 택하려는 태도 말입니다.
기능보다 임팩트, 설명보다 경청
강지원님의 커리어는 처음부터 AI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한국후지쯔에서 리테일 고객에게 하드웨어 시스템을 세일즈하던 시절, 그는 현장에서 한 가지를 분명히 배웠다고 했습니다. 기술이 좋은 것과 고객이 실제로 잘 쓰는 것은 다르다는 것. 세일즈포스코리아로 옮긴 뒤에는 인사이드 세일즈를 하며, 상대가 직접 말하지 않은 것까지 읽어내는 경청의 기술을 몸에 익혔습니다.
그러다 세일즈포스의 Slack 인수를 계기로 커리어의 흐름이 꺾였습니다. 사내 도구가 Google Chat에서 Slack으로 바뀌는 장면을 보며, 그는 처음으로 이 도구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아, 이건 메신저가 아니라 일이 실행되는 공간이구나.”
이후 아이투맥스로 옮긴 뒤 그는 Slack 비즈니스를 직접 기안하고, 내부 도입 PM을 맡고, 파트너십을 맺고, 첫 고객사를 만들고, 제안서와 온보딩과 교육까지 거의 혼자 밀어붙였습니다. 하지만 출발점은 늘 같았습니다. 이 솔루션이 이 조직에 어떤 임팩트를 만들 수 있을까. 도구의 성능보다 도구가 놓일 현실을 먼저 보고, 제안보다 맥락 읽기를 먼저 하는 태도는 이때 이미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제가 문제를 볼 때 중요하게 보는 건 항상 그겁니다. 기능이 아니라 임팩트.”
흥미로운 건, 이런 기준이 AI 이후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강지원님은 대학에서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공부했고, 학생 때는 논술 학원에서 첨삭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했습니다. 글의 구조를 잡고, 왜 이 문장이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를 따지는 일. 그 경험이 지금은 AI에게 정확한 지시를 내리고, 고객의 요구를 질문으로 다시 정리하는 힘과 이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AI를 잘 다루는 사람이라기보다 원래부터 질문을 오래 붙들 줄 알았던 사람이 기술을 만나 더 또렷해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글의 논리 구조를 잡아주고, ‘이 문장이 왜 여기 있어야 하는지’를 따지는 일. 그게 지금 AI한테 정확한 지시를 내리는 능력이랑 거의 같더라고요.”
사람이 덜 헤매게 된다는 것의 정확한 의미
강지원님의 철학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은 한 대학의 행정 담당자와 일하던 시기였습니다. 학사 일정, 장학금, 수강 신청, 졸업 요건 같은 반복 문의가 너무 많아서, 담당자 한 분이 하루 종일 비슷한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분이 무심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는 학생들을 돕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했는데, 요즘은 그냥 같은 답만 반복하는 기계가 된 것 같아요.”
강지원님은 그 한마디가 마음 속에 오래 남았다고 했습니다. 학생도 헤매고 있었고, 담당자도 헤매고 있었습니다. 학생은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문의하고, 담당자는 원래 하고 싶었던 진짜 일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FAQ 봇을 만들어 Slack 안에 넣었습니다. 대단한 기술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주 나오는 질문을 정리하고 AI가 먼저 응대하도록 만들어 사람의 시간을 돌려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몇 주 뒤, 담당자는 다시 연락을 해왔습니다.
“이제 학생 한 명 한 명의 진짜 고민에 시간을 쓸 수 있게 됐어요.”
그때 강지원님은 자신이 하는 일의 이름을 처음으로 선명하게 붙일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도구를 파는 게 아니라 ‘헤매는 시간을 줄여주는 사람’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생긴 거예요.”
이 대목이 중요한 이유는, 그가 일을 단순한 효율 개선으로 이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반복 업무를 줄여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빈자리에 사람이 더 사람다운 일을 다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매뉴얼로 답할 수 없는 학생의 복잡한 상황을 듣고, 그 학생에게 맞는 해법을 함께 만들어내는 일. 강지원님에게 “사람이 덜 헤맨다”는 말은 결국 사람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일에 가까웠습니다.
“헤맴을 줄이고 확보된 시간을, 사람이 더 창의적이고 더 사람다운 일에 쓸 수 있게 하는 것. 거기까지 가야 제 일이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AI의 가치를 생산성보다 맥락의 연결에 더 가깝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람이 정보를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정보가 사람을 찾아오게 만드는 것. 흩어진 문서와 대화와 담당자와 마감일을 한자리에 모아, 사람이 판단과 대화에 더 오래 머물 수 있게 해주는 것. 공공입찰 알림 앱 POC를 만들 때도 그는 단순히 공고를 띄우는 데서 멈추지 않고, 공고문 PDF 확인, 참가 자격 점검, 제출 서류 정리, 담당자 지정, 마감일 등록까지 Slack 안에서 이어지도록 설계했습니다.
“결국 저는 이게 AI의 진짜 가치라고 봅니다. ‘생산성’이라는 말보다 ‘맥락의 연결’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습니다.”
정답을 주는 사람보다, 함께 만드는 사람
강지원님은 Slack을 레고 블록에 비유했습니다. 설명서대로 조립하는 완성형 키트가 아니라, 블록만 있고 조합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레고. 워크플로우, 봇, 캔버스, 채널 구조, API 연동을 어떻게 엮느냐에 따라 같은 도구가 완전히 다른 일터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 설계 과정이 재밌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구조 안에서 실제로 수백 명이 일하게 되는 순간부터는 무게가 달라진다고도 했습니다. 잘못 설계하면 수백 명이 함께 혼란스러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라이선스 판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초기 온보딩부터 심화 컨설팅, 장기 기술 지원까지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재미가 책임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피하지 않는 태도 역시 그의 중요한 특징처럼 보였습니다.
이 가치관은 교육과 지식 공유를 말하는 대목에서 더 또렷해졌습니다. 고객사 교육을 준비하거나 후배를 코칭할 때, 감으로 하던 일을 논리로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많았다고 합니다. 왜 채널 구조를 이렇게 잡아야 하는지, 왜 온보딩 순서가 중요한지, 왜 고객에게는 정답을 바로 주기보다 맥락을 여는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하는지. 그렇게 설명하다 보니 흩어져 있던 경험이 하나의 방법론으로 정리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지향하는 태도를 한 문장으로 설명해준 문장을 만났습니다.
“’나처럼 해봐’ 대신, ‘나와 함께 해보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참된 스승이다.”
강지원님은 자신이 고객사에 하는 일도 결국 여기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정해진 정답을 내려주는 게 아니라, 그 조직만의 방식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 그래서 그의 컨설팅은 단순한 도구 도입 지원이라기보다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함께 재설계하는 일처럼 읽힙니다.
이 철학은 한국 조직의 현실을 바라보는 방식에서도 이어집니다. 그는 Slack 도입이 막히는 이유를 단순히 기능 적응의 문제로 보지 않았습니다. 카카오톡 문화에 익숙한 사용자들이 읽음 표시 없는 Slack을 낯설어하는 것, 탑다운 조직에서 공개 채널보다 DM으로 숨어드는 것, “윗선이 내 업무를 트래킹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는 것. 그는 이 차이를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로 읽었습니다.
“이건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이고, 문화를 읽고 바꾸는 건 제가 원래 관심 있던 영역이거든요.”
그래서 강지원님은 글로벌 솔루션을 들여오는 사람이라기보다, 그 솔루션이 한국 조직 안에서 실제로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현실을 번역하는 사람에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그가 든 가장 인상적인 예시는 의외로 아주 사소한 장면이었습니다. 한국 사용자들이 Slack을 처음 쓸 때 가장 당황하는 건 “숫자 1이 안 사라진다”는 점이라고 했습니다. 카카오톡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읽음 표시가 없고, 읽었다는 사실을 능동적으로 리액션이나 스레드로 남겨야 하는 방식 자체가 낯섭니다. 강지원님은 이 장면을 단순한 사용성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로 읽었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지시가 내려오고, 아래에서 위로 보고가 올라가는 조직에서는 채널 안에서 누구나 핑퐁하며 일하는 Slack의 방식이 생각보다 더 크게 부딪힌다는 것입니다.
“한국 사용자들이 Slack을 처음 쓸 때 가장 당황하는 게 ‘숫자 1이 안 사라진다’는 겁니다.”
“’이걸 도입하면 윗선이 우리 업무를 트래킹하는 거 아니야?’ 하는 불안감 때문에 점점 더 DM으로 일을 하게 되면, Slack을 도입한 의미가 없어져요.”
이 대목은 강지원님이 단순히 좋은 솔루션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그 솔루션이 한 조직의 문화와 부딪히는 순간까지 함께 읽어내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의 일은 제품을 들여오는 데서 끝나지 않고, 사람들이 그 안에서 어떻게 안심하고 말하고 일할 수 있을지까지 고민하는 쪽으로 이어집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이 아니라, 몰입하며 만들어온 일
강지원님은 처음에는 그저 Slack을 잘 소개하는 사람이었다고 했습니다. 기능을 보여주고, 데모를 하고, 계약을 따고. 하지만 어느 순간 고객의 질문은 “이 기능이 뭐가 있나요?”에서 “우리 조직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요?”로 바뀌었습니다. 경영진 앞에서는 기능 나열이 통하지 않았고, 이 도구가 그룹 전략 안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 설명해야 했습니다.
그 변화 속에서 그의 일도 바뀌었습니다. 도구를 소개하는 사람에서, 일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단발성 납품이 아니라 Phase 1, Phase 2로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그는 이 일을 더 이상 “맡은 일”로 생각하지 않게 됐다고 했습니다. 잘 안된 도입이 있으면 고객 탓으로 돌리기보다 자신이 다시 설계를 고민했고, 성공과 실패 모두 다음 고객을 위한 자산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이 마음을 이나모리 가즈오의 말로 설명했습니다. 천직은 우연히 만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시작한 게 아니라, 몰입하다 보니 좋아하게 된 거죠.”
이 문장은 강지원님의 이야기가 단순한 커리어 성장담으로 읽히지 않는 이유를 잘 보여줍니다. 눈앞의 질문에 몰입하고, 결과에 책임지고, 실패까지 궤적의 일부로 끌어안다 보니 어느새 자기 일이 되어 있었다는 것. 그의 이야기는 성취보다 태도가 먼저 남습니다.
오래 혼자 달려왔다는 점도 이 태도를 더 입체적으로 보게 합니다. Slack 비즈니스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그는 사실상 혼자였습니다. 제안서를 쓰고, 고객을 만나고, 도입을 설계하고, 교육을 하고, 필요하면 직접 앱까지 만드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팀장님이 합류하고, 전담 영업 담당자가 붙고, 기술 파트너와 함께 가는 구조가 생기면서 그 일은 비로소 “혼자 버티는 일”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 되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꽤 오랫동안 저는 이 일을 혼자 한다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팀장님이 합류하시고, 전담 영업 담당자가 붙고, 기술 파트너까지 함께 가는 구조가 만들어졌어요.”
“외로움이 줄어든다는 건 단순히 사람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는 안 되더라고요.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사람이 옆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가 후배를 코칭하고, 사내 지식공유회를 열고, 노하우를 더 적극적으로 나누게 된 것도 자연스럽게 들렸습니다. 정답을 혼자 쥐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같이 소용돌이를 만들 사람을 늘려가는 것. “함께 만드는 방식”은 고객사 앞에서만이 아니라, 자기 일의 내부에서도 이미 실천되고 있었습니다.
빠르게 가는 사람처럼 보여도, 스스로 멈출 줄 아는 사람
인터뷰 후반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강지원님이 자신의 일주일 리듬을 설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밖에서 보면 누구보다 빠르게 따라가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안에서는 늘 “이 속도가 맞나”를 고민한다고 했습니다. 새 모델이 나오고, 새 프레임워크가 뜨고, 고객은 “이것도 되냐”고 묻고, 프로젝트는 여러 개가 동시에 겹칩니다. 어떤 날은 봇 개발을 하다가 금융사 보안 FAQ 영상을 찍고, 대학 온보딩 교육 자료를 만들다가 하루가 끝난다고 했습니다.
“밖에서 보면 빠르게 따라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안에서는 항상 ‘이 속도가 맞나’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그런 속도 속에서 그는 일부러 하지 않기로 한 것들과 꼭 남겨두는 루틴을 아주 구체적으로 말했습니다. 토요일 오전에는 노트북을 켜지 않기로 한 것. 급한 일이 있어도 정말 필요한 확인만 하고, 나머지는 월요일 아침으로 미뤄두는 것. 아침에는 짧게라도 직접 글을 쓰는 시간을 남겨두는 것. 링크드인에 올릴 한 단락이든 혼자 쓰는 메모든, 중요한 건 쓰는 행위 자체라고 했습니다.
“토요일 오전엔 노트북을 켜지 않는다. 급한 일이 있으면 핸드폰으로만 확인하고, 꼭 필요한 게 아니면 월요일 아침으로 미뤄둔다.”
“중요한 건 ‘쓰는 행위’ 자체입니다. 쓰지 않으면 저는 흐름에 휩쓸려서 ‘왜 이걸 하고 있는지’ 모르는 채로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평일 밤, 고객사 미팅 두 건과 내부 회의, 봇 개발 이슈 대응, 견적서 작성, 다음 주 교육 자료 준비까지 이어진 끝에 밤 11시가 넘었을 때, 그는 노트북을 덮었습니다. 더는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에서, 이것이 열정인지 관성인지 헷갈렸기 때문입니다.
“이게 지금 ‘열정’인지 ‘관성’인지 헷갈리면, 일단 멈춰야 한다는 게 제가 최근에 배운 것입니다.”
그는 AI 시대에 자신을 지켜주는 것은 오히려 “직접 쓰고, 직접 말하는 행위”라고 했습니다. 종이 신문을 읽고, 링크드인에 짧은 글을 쓰고, 사내 지식공유회를 열고, 가끔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머리를 비우는 일.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끝내 사람을 지키는 것은 여백이라고 말하는 태도는 강지원님의 삶의 기준을 아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효율의 반대말은 비효율이 아니라 여백입니다.”
이 여백이 더 흥미로운 건, 그것이 단순히 쉬는 기술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독서와 종이 신문, 경제 주간지를 즐겨 읽어온 자타 공인 활자중독자였다고 했습니다. AI 시대가 오고 나서 오히려 더 아날로그한 정보에 기대게 됐다는 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편집자의 손을 거친 글, 지면의 한계 안에서 압축된 논리, 손으로 넘겨 읽는 물성이 자기 생각의 근육을 지켜준다고 느낀다는 것입니다. 너무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시대일수록, 정제된 느린 입력이 오히려 자신을 붙들어준다는 고백이었습니다.
“AI 시대가 되면서 오히려 더 많이 아날로그로 정보를 접하게 됐습니다. 정제된 아날로그 정보가 갖는 힘이 있어요.”
그래서 동료들에게도 같은 말을 건넵니다. 모든 변화를 다 따라가려 하지 말 것. 대신 자기에게 중요한 축 하나를 정할 것. 그에게 그 축은 “사람이 덜 헤매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그 축이 있으면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도 무엇을 배울지, 무엇은 흘려보낼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그가 만들고 싶은 것은 사람의 자리다
강지원님의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그는 AI를 붙이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통해 사람이 다시 사람다운 일을 할 수 있게 돕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변화를 실무에 가져오면서도 그 속도 자체를 숭배하지 않는 사람. 기술의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끝내 사람의 몫을 더 선명하게 말하는 사람. 정답을 주는 대신 함께 만드는 쪽을 택하고, 효율을 말하면서도 맥락과 여백을 함께 붙드는 사람.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은 단순히 협업의 혼선을 줄인다는 의미를 넘어섭니다. “그거 누가 하기로 했지?”가 사라지는 순간은, 일이 잘 정리되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헤매는 시간이 줄어들고, 반복이 덜어지고, 누군가가 진짜 중요한 질문과 대화와 판단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는 순간 말입니다.
AI 시대에 정말 중요한 것은 더 빨리 만드는 능력만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왜 만들지, 누구를 위해 어떤 구조를 남길지, 그 속에서 사람은 어떻게 덜 헤매고 더 오래 갈 수 있을지를 묻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강지원님의 이야기는 천직이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기준과 책임과 리듬을 잃지 않으면서 끝내 만들어가는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여러분은 요즘 어떤 일을 하며 “사람이 덜 헤매게 만드는 일”을 떠올리시나요? AI가 대신해준 시간 위에, 여러분은 어떤 더 사람다운 일을 올려두고 싶으신가요?
Tech a Break는 앞으로도 그런 질문을 품고, 한 사람의 시간과 문장을 천천히 따라가 보려 합니다.
Interviewee Profile
강지원 - 효율보다 맥락, 정답보다 함께 만드는 방식을 믿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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