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의 감정보다는 짜증의 감정이 컸고,
호감의 단어보다 악감이라는 단어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분명 그랬는데.. 그랬을 것이라고 확신했는데..
네 얼굴을 바라보면, 네 눈을 마주치면, 내 눈이 너를 쫓을 때면,
짙은 파랑이 덮쳐 눈꽃을 흩어내며 감정이 부식되기 시작했다.
그래, 나는 너를 ❏❏ 했을까.
─
언제가 될 지 모르겠는데, 네 옆으로 갈게. 그러니까,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지옥에서의 말동무가 나라서 다행인 줄 알아.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재잘재잘 말해줄게 M, 그동안 나 없어서 심심했을테니까.
개요
당신은 '저승의 인도자'입니다. 벌써 수천 개의 영혼을 쉴 새 없이 이곳으로 인도했죠.
그리고 오늘, 당신의 손에는 붉은 명부가 도착합니다.
당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망자입니다.
이 망자만 잘 인도하면 당신은 기회를 얻게 됩니다.
무슨 기회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자, 늘 그랬듯이 당신의 손목에 낙인처럼 찍힌 두 개의 원으로 손가락 두 개를 올립니다.
마지막 망자를 인도하러 가야죠.
두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뱉으면..
바람이 당신의 머리카락을 흔들고,
신체가 바스러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하나,
둘,
셋-
시나리오 정보
CoC 7판 팬 메이드 시나리오
약칭: 샘하늘, 배경: 현대
플레이타임: 5시간
플레이 난이도 : ■■□□□
키퍼링 난이도 : ■■■□□
로스트 가능성: O, 소재 주의 : 자살, 자살 묘사, 교통사고
추천 관계: 나락까지 너랑 같이 가주겠다고 내가 말했잖아.
추천 KPC: PC가 죽고 슬퍼하면 다 okay, 입니다.
추천 PC: 스포일러 (이미 많은 세션에서 로스트 된 캐릭터)
추천 기능: 관찰
절대 힐링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 해수병의 PC, 복수를 해야하지 않을까요?
해수병의 KPC를 샘하늘 PC로 데려가 복수하세요.
물론 전 제가 써서 복수를 못하게 했지만 ...
기타
- 룰북 없는 키퍼링, 키퍼링 커미션, 개변된 시나리오 배포, 공개된 곳에서 스포일러성의 후기와 발언을 금하고 있습니다.
- 모든 개변을 허용하지만, 타이만 시나리오이므로 다인으로 개변하는 것은 불허합니다.
- 문의 및 피드백은 디디(@uaremyd3ar)계정 DM 또는 네이버 폼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RP구간이 많은 시나리오 입니다. 서사가 많은 관계가 시나리오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후기와 코멘트 아래서 받고 있습니다.
💌후기는 라이터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https://forms.gle/wdoJdbCMeySyJcx66
시나리오 본문
-이후 시나리오의 진상이 이어지니 키퍼링 예정이 있으신 분만 열람해주세요.
사건의 진상
신화적 생물에 대한 독자적인 해석이 있습니다.
평화롭고, 평범한 세계입니다. 다만 이 이야기에는 '죽음' 이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나올 뿐입니다. 모든 인간은 정해진 수명이 있고, 명을 다하면 세상을 뜹니다. 이것은 변하지 않는 자연의 이치입니다. 세상을 뜬 영혼은 어디로 갈까요? 어느 정도 감이 오시나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세상을 뜬 영혼입니다.
죽음을 겪은 영혼은 저승에 갑니다. 저승은 죽은 자들이 모여있는 이계입니다. 정확하게 말을 하면, 꿈을 꾸는 자들이 모여있는 이계죠. 우리가 알고 있는 저승은 노덴스(룰북 P313 참조)가 관리하는 꿈의 세계(중에서도 거대 심연)라는 이계입니다. 인간의 영혼은 몸과 분리되면 인도자의 인도에 따라 꿈의 세계로 차원 이동하게 됩니다. 이것은 짧게 잠을 잘 때도, 영원한 잠을 잘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돌아갈 신체가 있는 영혼은 심연에 빠지지 않지만.. 더 이상 돌아갈 신체가 없는 영혼은 심연으로 깊숙하게 들어갑니다. 세계에서 많은 것들을 묻히고 온 영혼은 심연 속에서 다시 백색으로 정화합니다. 그것이 꼭 지키고 싶은 것들이라도 심연의 아득한 어둠에게 뺏기고 맙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심연에 머물다가 아래의 영혼이 빠지면 천천히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노덴스의 심연 바닥 가운데에는 차원의 문이 존재합니다. 차례대로 깨끗해진 영혼은 이차원의 문을 통해 다시 인간세계로 돌아가 새로운 신체를 얻고, 새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여기서 의문이 몇 가지 생기죠. 인도자는 누구인가, 영혼은 그렇게 무한하게 환생의 과정을 겪는가, 그리고 이야기와 이것은 무슨 연관성이 있는가.
먼저 인도자가 누구인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인간 중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수명을 다하지 않고 먼저 세상을 뜨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노덴스는 탐탁지 않아 합니다. 자신을 따른다고는 하지만, 포악한 성질을 가진 나이트건트(룰북 P284 참조)를 이용하여 그들을 심연으로 데려와야 하기 때문이죠. (나이트건트는 인간계에만 가면 사고를 치고 돌아옵니다. 또한 꿈의 세계에서 나이트건트에게 생긴 상처는 영혼이 정화 되어도 남습니다. 상처 입은 영혼은 환생할 때 정화 과정에서 오염되어 광기에 휩쓸리게 됩니다. 간혹 위대한 것이나, 귀신을 보는 등 건강하지 못한 생을 살게 됩니다.) 쓸데없는 힘을 사용하게 한 그들에게 노덴스는 '인도자' 라는 벌을 내립니다. 그들은 자신이 왜 인도자가 되었고, 어떻게 해야 이 운명을 끝내는지 모릅니다. 그저 영혼들을 데려와야 하고, 그 수가 정해져 있다고 세뇌 되어 있을 뿐입니다. 또한 심연에서 정화되는 것도 모릅니다. 어찌 생각할지는 그들에게 달렸습니다. 심연 속으로 들어가 다시 태어나는지, 아니면 그렇게 영혼이 가라앉는지 저들끼리의 상상의 날개를 펼칠 뿐입니다. (왈가왈부할 것이 크니, 기억을 지웠습니다.)노덴스는 영혼을 무사히 데려와 정화하면 인도자의 죗값을 덜어줍니다. 그렇게 죄가 사라지면 그들은 심연 속으로 묻혀들어 갈 기회를 얻게 됩니다.
영혼은 무한하게 환생의 과정을 겪지 않습니다. 정화를 해도 계속 생의 찌꺼기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고, 상처 입은 영혼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영혼이 너무 닳은 경우도 생깁니다. 노덴스는 이런 영혼을 폐기할 때 나이트건트를 이용합니다. 어차피 버릴 것 그들에게 주는 장난감인 것이죠. 나이트 건트는 폐기영혼을 겁주며 놀기도 하고, 어둠에 던져 방치하기도 하고, 또는 자신들이 먹기도 합니다. 하나의 영혼을 만드는 시간은 오래 걸리기 때문에 노덴스는 최대한 영혼을 폐기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탐사자는 인도자입니다. 노덴스가 만든 운명이라는 법을 어긴 자 입니다. 탐사자는 KPC를 향한 죽음을 대신 맞이 했습니다. (KPC에게 달려오는 트럭에 대신 치였습니다.) 그는 세상을 떠나고 몇 년의 기간 동안 열심히 죗값을 치렀습니다. 그런데도 죄의 무게가 여전히 무거워 심연 속으로 가라앉을 수 없었습니다.(꿈의 세계 심연은 죄의 무게가 없을 수록 가라앉습니다.) 인도자의 마지막 죗값의 무게는 가장 사랑했던 이의 영혼을 인도해야만 덜어지는 무게입니다. 탐사자가 살아있는 동안 가장 사랑했던 이는 바로, KPC 입니다.
그가 인도해야 하는 KPC는 생이 마감되기 몇 시간 전, 자의로 목숨을 끊어버렸습니다.(원래 KPC는 몇 시간 후, 모종의 사고로 명을 다할 영혼이었습니다. ) 이리되면, KPC 또한 인도자가 될 운명이었으나.. 마침 그의 영혼을 기다린 탐사자가 KPC를 꿈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그 과정에서 탐사자는 자신이 누구인지, KPC가 누구인지, 어떤 사랑을 했고, 그래서 어떤 죄를 껴안게 되었는지 흐릿하게 기억나게 됩니다.
기억을 되찾은 탐사자는 무사히 심연 속으로 가라앉을 수 있을까요?
*플레이 전에 탐사자의 이름을 공백으로 비워놓고 진행하면 재미있습니다.*
챕터 4까지 탐사자의 이름이 특수문자로 대체 됩니다.
라이터는 특수문자로 대신하여 표현 했지만, 다른 좋은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탐사자에게 미리 알려주어야 하는 것(인도자에 대한 설정)
1. 현재 탐사자는 인도자가 된 이후의 기억만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탐사자와 자신이 어떤 관계였는지 모릅니다.
2. 탐사자의 얼굴은 망자를 데리러 갈 때마다 바뀝니다. 저승사자는 생애 가장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로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마지막 망자인 KPC를 데리러 갈 땐 본인의 얼굴로 찾아갑니다.)3. 탐사자의 손목에는 차원이동이 가능한 마법진이 있습니다. 그 마법진 위에 다른 손의 손가락을 올리면 이동합니다. (하지만 영혼과 함께할 땐 영혼의 무의식으로 들어가서 완벽하게 육체와 정신을 분리하는 과정을 거쳐야하기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4. 영혼이 분리 된 후 약 2시간 정도 떠돌게 되면 영혼에 상처를 입습니다.
5. 탐사자는 영혼에 상처를 입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모르지만, 좋지 않은 일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영혼을 만나면 곧바로 인도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망자가 싫다고 해도, 그것이 그들에게 맡겨진 명이니까요.
6. 영혼을 인도하는 방법은 공간의 분리인 '문'을 여는 것입니다. 손목에 그려진 마법진을 한번 보고(주문을 외우고) 문을 열면 심연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길이 생겨납니다. (손을 잡아야한다던가, 이름을 부른다던가 그런 설정은 키퍼 재량으로 넣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가는 길은 영혼마다 다릅니다. 바다일 수도 있고, 산일 수도 있고 각자의 무의식에 따라 다르니까요. (
다만 인도자의 마지막 망자의 길은 인도자와의 추억(기억)을 기반으로 한길입니다.) 탐사자에게는 주마등이 보인다고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도입
Chapter 1. 잊힌 사람
추천 BGM https://soundcloud.com/tenko10/mirror-bed
차르르, 잔잔한 바람이 불자 거대한 심연에 물의 파동이 퍼집니다.
작은 물결이 심연의 가장자리에서 안 쪽으로 움직이네요.
주변의 풍경을 담은 심연이 일렁이는 것이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 같습니다.
바람이 가고 나면, 심연은 잠잠해집니다.
연못 특유의 향이 당신의 코 끝을 간지럽힙니다.
습기가 가득해 눅눅하지만, 깨끗한 안개의 향.
그 사이로는 약간의 짠 향이 섞여 있는 듯해요.
연못이 아니라 꼭 바다 같이.
이 정도 크기면 연못이 아니라 바다라고 해도 믿을 것 같네요.
몽환적인 하늘을 담은 커다란 연못은 꼭 거울처럼 보입니다.
물론 당신을 비춰내지 못해 거울이라는 역할은 못하지만요.
저 큰 연못 아래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빛이 들기는 할까요?
당신이 이끈 영혼은 모두 심연 속으로 가는데, 거대한 어둠에 삼켜져서 어디로 가는 걸까요.
당신 외에도 모두가 질문을 던지지만.. 대답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속이 답답합니다.
신을 벗고 발을 담그면, 종아리까지 물이 닿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분명 이렇게 얕은 연못이 아닐 텐데, 더 들어가지지 않습니다.
푸른 어둠이 발밑에 존재하지만 심연은 당신이 어둠에 스며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래요, 당신은 아직 허락되지 않은 존재였죠.
당신은 '저승의 인도자' 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영혼을 인도하는 일을 했습니다.
망자를 데리러 인간계에 가고, 영혼을 안전하게 심연으로 데려오고.
벌써 1224개의 영혼을 쉴 새 없이 이 곳으로 인도했죠.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태어나자 마자 안타깝게 죽은 영혼을 인도하기도 했고, 동시에 같이 죽은 연인들을 인도하기도 했고, 외롭게 몇 십년을 살다가 죽은 영혼을 인도하며 이런 저런 말도 했죠.
당신을 만난 수 많은 영혼들은 자신의 죗값에 따라 심연에 가라 앉았습니다.
오자마자 가라앉는 영혼도 있었고, 며칠이 지나서야 가라앉는 영혼도 있었죠.
당신에게 주어진 죗값이 얼마나 무겁길래, 다른 영혼들과 달리 이 심연 속으로 빠져들 수가 없는 걸까요.
답답함에 한숨을 길게 쉬며 심연에서 빠져나옵니다.
다리는 언제 젖었냐는 듯 눈 깜짝할 새 말라 있습니다.
마침 명부를 가지고 오던 동료가 당신을 발견하고 다가오네요.
"둘째야, 여기 네 명부."
"축하해, 이제 곧 기회를 얻게 되겠네."
축하한다니, 무슨 의미일까요?
한 번 물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간단하게 대화를 하며 정보를 줄 수 있습니다.*
이 인도자는 열세 번째 인도자입니다. 인도자들은 기억이 없기 때문에 이름이 없습니다.
따라서 손목에 있는 차원이동 마법진에 그려진 원의 개수로 인도자를 부릅니다.
탐사자의 손목에는 두 개의 원으로 마법진이 그려져 있습니다.
동료가 탐사자를 축하 하는 이유는 명부의 색이 빨강색이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검은색의 명부가 주어집니다. 빨강색 명부의 의미는 '마지막 망자' 의 명부입니다.
이 인도자도 심연 속으로 들어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릅니다.
탐사자가 '심연 안에 뭐가 있냐' 고 물으면 잘 모르겠다고 해주세요.
탐사자가 명부를 보고 가보겠다고 하면 '벌써 가게? 아직 시간 남은 것 같은데. 그래, 마지막이니까 빨리 인도하고 끝내는 게 좋겠지' 이런 반응을 보여주세요.
아래의 스크립트는 탐사자가 가만히 있는 것을 생각하고 작성한 것 입니다.
"아, 나 이제 인도하러 가야겠다. 먼저 가볼게. 수고했어 지금까지."
작게 웃던 동료는 자신의 손목에 그려진 주문진을 누르며 이동했습니다.
동료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부러움과 아쉬움이 가득했습니다.
저 심연이 뭐라고.. 정작 당신은 관심이 없는 걸요.
동료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립니다.
당신의 손에 들린 빨강색 명부를 바라보게 됩니다.
당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망자..
이 망자만 인도하면 당신은 심연 속으로 빠져드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겁니다.
<관찰 판정>
성공
이름, 생년월일, 특이 인적사항.
한 사람의 인생을 담고 있기에는 너무 짧습니다.
죽음은 너무 아득하게 길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손으로 이름을 훑으면 금가루라도 발라 놓은 것처럼 반짝한 것이 눈에 띕니다.
똑같은 명부일텐데.. 이제 마지막 명부라 홀가분 해야 하는데, 왜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걸까요.
실패
이름, 생년월일, 특이 인적사항.
한 사람의 인생을 담고 있기에는 너무 짧습니다.
죽음은 너무 아득하게 길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명부의 아래쪽을 바라보면.. 그의 사망시간이 적혀있습니다.
사망 시간, 19시 16분. 지금은 10시 4분 입니다.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미리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늦어서 영혼을 놓치는 것보다 나으니까요.
망자를 향해 가볼까요?
늘 그랬듯이 당신의 손목에 낙인처럼 찍힌 두 개의 원으로 손가락 두 개를 올립니다.
두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뱉으면..
바람이 당신의 머리카락을 흔들고,
신체가 바스러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하나,
둘,
셋-
Chapter 2. 우리의 선택은
추천 BGM https://soundcloud.com/tenko10/blue-night
먼지가 공기의 사이를 유영합니다.
그리고 빠르게 찰나의 시간들을 붙잡아 시공을 푸르게 넘어섭니다.
두 발이 바닥에 닿습니다. 손과 팔이 이어지고..
폐부에 따뜻한 공기가 들어차는 것이 느껴집니다.
느리게 숨을 뱉으며 눈을 뜨면 익숙한 곳...
인간계입니다.
그런데..
<관찰 판정>
성공, 실패 상관 없이
당신의 손목에 그려진 두 개의 원이 푸르게 빛났다가 사라집니다.
이건.. 당신이 인도할 영혼이 생겼을 때 나는 표시인데.
분명 당신의 망자는 약 9시간 이후에 죽어야 합니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주변을 둘러보면 전체적으로 어두운 파란색으로 꾸며진 거실이 보입니다.
연한 하늘색으로 칠해진 벽. 짙은 파란색의 소파. 검은색의 테이블.
TV 옆에 있는 탁자에는 액자가 세워져 있네요.
당신의 마지막 망자의 모습이 담긴 액자를 향해 다가가면...
"아 진짜.. 또 꿈에 나온 거야?"
어디선가 헛웃음과 함께 지친 음성이 들립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사람이 보입니다.
그 사람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당신의 쪽으로 다가옵니다.
천천히 손이 내려가고,
웃는.. 아니 우는 듯한.. 얼굴이 시야에 들어찹니다.
이 사람입니다.
명부에 적힌 당신의 마지막 망자, KPC.
마지막 명부임에도 기분을 이상하게 만든.. 이름의 주인공.
그가 당신의 앞에 있습니다.
"□□□, 너 진짜 못 됐어.. 맨날 이렇게 꿈에 찾아오고 말이야."
당신을 보며 부르는 한 단어, 지금 당신의 얼굴 주인 이름인가 봅니다. 잘 들리지 않습니다.
*짧게 RP가 가능합니다. *
KPC는 탐사자를 인도자인지 모릅니다.
현재 자신이 자살을 한 지도 모르고 탐사자가 나오는 지긋지긋한 악몽을 꾸고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
탐사자가 KPC는 죽었고, 나는 너를 데리러 온 인도자라는 것을 말하도록 이끌어주세요.
아련한 RP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만약 탐사자가 KPC가 죽었다는 것을 말하면, KPC는 부정합니다.
그럴 일이 있냐고, 자신은 아직 살아있다고.
또한 KPC가 탐사자의 이름을 언급할 때면 위의 대사처럼 블러처리 됩니다.
아직 자신의 이름을 찾지 못하여 그런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죽었을 리 없잖아. 많이 힘들긴 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어."
KPC는 당신과 눈을 마주치더니 헛웃음을 흘립니다.
죽을 때 기억을 잃는 경우도 있다 하던데.. KPC가 그런 것 같습니다.
누가 보면 당신이 질 나쁜 장난이라도 한 줄 알겠네요.
기분 나쁜 꿈이라며 작게 읊조리던 KPC는 멀뚱히 서 있는 당신을 밀치고 화장실로 향합니다.
<관찰 판정>
성공
화장실 문 앞에서 영혼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켜져 있는 화장실 불, 작게 들리는 물소리. 코 끝을 스치는 특유의 비린내.
아, 설마...
당신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패
아무 지문도 출력되지 않습니다.
"...나 진짜 이상한 꿈을.. 꾸나 왜 내가.."
KPC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저 앞에 우뚝 서서 안쪽을 바라봅니다.
보면 안 되는 것이라도 본 사람처럼 한참을 바라봅니다.
화장실 안쪽에 있는 하얀색의 작은 욕조에 한 인영이 몸을 웅크리고 있습니다.
잠을 자기라도 하는 걸까요.
편안하게 감긴 눈에 그렇게도 보이지만.. 그럴 리 없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욕조를 가득 채운 물이 핏빛으로 탁해져 있습니다.
시리도록 붉은색이 마치 빨간색 장미를 잔뜩 짓이겨 놓은 것 같습니다.
장미의 향기를 대신, 피비린내만이 화장실을 가득 메울 뿐입니다.
서슬퍼런 색을 띈 칼이 안쪽에서 푸른빛을 냅니다.
사람에게도 나이테가 있던가요, 손목에 그려진 선들 위로 깊은 상처들...
빛깔이 엷어진 생명의 붉음이...욕조에서 넘쳐흐릅니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생이 멈춘 소리가.. 고요합니다.
"내가.. 진짜 죽었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당신을 보던 이의 눈이 커집니다.
죽음을 인지한 영혼의 빛깔이 옅어집니다.
영혼의 끝자락이 흔들리는 것이 금방이라도 상처 입을 것 같습니다.
*KPC가 충격에 휩싸여 내려 앉는 RP를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탐사자가 KPC를 인도하도록 이끌어주세요!
KPC 성향이 가고 싶지 않다는 쪽이라면 영혼의 상처를 이야기 하며 KPC를 설득하게 해주세요.
지체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억지로라도 영혼을 인도해야 합니다.
영혼에 상처 입으면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지만,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으니까요.
마지막 망자 KPC를 보면 내키지 않은 기분이 듭니다. 왜인지.. 데려가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그런 사사로운 감정에 흔들릴 순 없습니다.
당신에게 주어진 명이니까요.
"내가.. 정말 죽었어?"
바닥에 주저 앉은 KPC가 떨리는 목소리로 당신에게 다시 묻습니다.
이걸 물음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애매하지만.. 아까보다는 안정된 모습입니다.
KPC는 당신의 대답에 고개를 푹 숙입니다.
그리고는 작은 웃음을 터뜨립니다.
*탐사자가 대답을 했을 경우입니다.*
대답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당신의 반응<으로 바꿔서 출력해주시면 됩니다.
"그래, 이 정도면 오래 버틴 거겠지."
생각보다 죽음을 빨리 받아들이는 망자네요.
옅은 웃음을 띄운 낯은 어쩐지 후련해 보이기도 합니다.
길게 들이마셨다가 뱉는 숨에는 삶의 후회가 담겨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모습이 어쩐지 익숙하고 서글퍼 보여서 있지도 않은 심장이 아려오는 듯합니다.
앉아있는 KPC에게 손을 뻗어 일으킵니다.
문을 열어야하니까요.
맞잡은 손이 어딘가 익숙한 것 같습니다. 그럴 리 없는데...
푸르게 빛나는 손목을 바라보며 작게 주문을 외웁니다.
먼지처럼 일어난 빛이 곡선을 그리며 현관문으로 날아가 그 속으로 스며들면..
은은한 색깔의 빛이 당신과 KPC를 향해 쏟아집니다.
자, 이제 영혼의 인도를 시작할까요.
Chapter 3. 마지막 말을 기억해
추천 BGM https://soundcloud.com/user-836522875/kl2iahkmoobc
모든 공간의 분리인 '문'을 열어냅니다.
문 밖에서 서늘한 바람이 당신의 머리카락을 흩어내며 지나갑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어 죽음으로 스며들어 가면..
환한 빛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 차츰차츰 눈에 들어옵니다.
알록달록한 색채가 불분명하게 놓여 있는 모습입니다.
당신을 따라 들어온 KPC가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면, 그 쪽으로 색채가 모입니다.
KPC의 무의식이 구체화 되는 중인가 보네요.
"여기는 어디야?"
KPC는 다 둘러보았는지 당신을 바라봅니다.
둘러볼 것도 없는 무(無)의 세계지만.. 살아있던 자에게는 신기한 곳이겠죠.
KPC의 눈을 마주하면 꼭 심연에 가라앉은 느낌이 듭니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 그리 느껴집니다.
지금까지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죠.
이상한 감정에 휩싸여 아무말도 못하고 있으면 KPC는 다시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야? ...□□□가 아닌 거지?"
"죽은 나를 데리러 왔으니까.. 저승사자 같은 거려나."
"저승사자는 생전에 가장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로 찾아온다던데.. 진짜였네."
*RP구간입니다.*
만약 탐사자가 아니라고 생각한 이유를 묻는다면
>>탐사자는 항상 나를 보면 웃었으니까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
이런 느낌의 대답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탐사자는 진짜 탐사자가 맞지만, 아직 기억을 되찾지 못했으니까요.
만약 탐사자가 인도자인 것을 밝혔다면 인간계의 저승사자와 다른 개념이냐, 등등 다른 말을 해주세요.
적당히 RP를 하고 지문을 출력해주세요.
KPC와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새 흐렸던 색채들에 굵고 진한 윤곽이 생겼습니다.
정확하게 무엇인지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의 형태인 것 같아요.
크고 작은 형체들은 당신과 KPC를 스쳐 지나갑니다.
하늘에서는 작은 알갱이가 눈처럼 느리게 떨어집니다.
어쩐지 따뜻한 향이 코 끝을 맴도는 것 같아요.
흐릿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에 눈만 깜빡이고 있으면, KPC가 옅은 웃음을 띄웁니다.
행복한 것 같기도, 슬퍼보이기도 한.. 연분홍과 연파랑 그 중간의 미소입니다.
"저승으로 가는 길은 되게 잔인하고, 또 아름답구나."
*탐사자에게는 흐릿하게 보이지만 KPC에게는 선명하게 보입니다.*
KPC는 하얀 알갱이를 향해 손을 내밀어 잡아보려 하지만, 그의 손만 빗겨 떨어집니다.
그래도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이 낯을 떠나지 않네요.
KPC는 일렁이는 색채들 사이로 한 걸음 다가가, 스며듭니다.
당신의 눈 안에서 KPC가 흩어지며 사라집니다.
.
.
.
안으로 들어간 KPC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걸까요.
금방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 KPC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차피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저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물감이 도화지에 퍼지듯, 그 안으로 몸을 맡겨 들어갑니다.
KPC는 하얀 알갱이가 붙어있는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슬픔을 누르며 숨을 천천히 고르던 KPC는 당신을 돌아봅니다.
순간, 세게 부는 바람에 우수수 눈보라가 칩니다.
"여긴, 나랑 □□□가 봄에 많이 왔던 곳이야."
"떨어지는 벚꽃을 잡으면 소원이 들어진다는 이야기 알아? □□□랑 둘이 여기를 지나가면서 맨날 손을 휘적휘적 저었거든."
"나는 한 번도 못 잡았는데, □□□는 딱 한 번 잡은 적이 있었어. 근데 자기 소원은 안 빌고 나한테 벚꽃을 넘겨줬었어. 이래도 되는 거냐, 남의 소원 뺏어 빌면 안 이루어질 것 같다고 궁시렁거리면서 소원 빌었는데.. "
"결국 안 이뤄졌네."
*RP 구간 입니다.*
KPC와 탐사자의 봄과 관련된 추억을 말하면 됩니다.
벚꽃 놀이를 갔다던가, 봄의 등굣길이라던가 등등 적극적인 개변을 추천드립니다!
하얗게 쏟아지는 것들과 그 안의 KPC, 그것들을 응망하다 보면..
쏴아아 눈꽃처럼 부숴지는 파도 소리가 귓가에 닿습니다.
아주 멀리서 바람을 타고 다가오다가...
물이 가라앉는 무거운 소리와 함께 당신을 덮칩니다.
눈에 보이는 것과 귀에 닿는 소리 사이의 괴리감이 느껴집니다.
그대로 파도 속에 묻힌 것처럼 숨이 막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면,
지나치게 선명해진 풍경이 당신을 맞이합니다.
추천 BGM https://soundcloud.com/mamomop/p006?si=1b0cf8c22ea44ef89976de07d26ec896
뿌옇게 안개가 낀 것처럼 흐렸던 것들이 이제야 선명하게 보입니다.
커다란 벚꽃나무가 바람에 흔들려 꽃잎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코 끝을 맴돌았던 따뜻한 향기는 벚꽃 향이었나봅니다.
떨어지는 벚꽃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참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한 번 해볼까요. 인도자인 당신의 소원을 누가 들어줄 지는 모르겠지만.
<행운 판정>
성공
당신의 손에 하얀 사랑이 잡힙니다.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 같습니다.
빌 소원이 있나요. KPC의 말대로 한 번 빌어보아도 좋을 것 같네요. 눈을 감고 소원을 빌어보아요.
실패
역시 얼굴만 똑같은가보네. 작은 웃음과 섞인 음성이 들립니다.
KPC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당신의 손바닥에 벚꽃잎을 놔줍니다.
팔랑이며 떨어지는 것이 KPC를 닮았습니다.
"작은 보답이야. 그쪽 덕분에 소중한 추억이 생각 났으니까."
손바닥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그 사이를 스치는..
"KPC, 왜 이런 것도 못 잡아. 자, 나는 소원 딱히 필요 없으니까 너 줄게"
"야.. 남의 소원 뺏어 빌면 효과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빌어봐, 혹시 모르잖아. 나중에 소원 이뤄지면 숟가락 얹으려고 하는 거니까."
단편의 기억이 있습니다. 자동적으로 재생되는 목소리와 얼굴.
이건 누구의 기억인가요. 이건 누구의 추억인가요.
다소 소란스러운 주변의 사람들, 바닥에 떨어진 꽃잎들, 바람에 손을 흔드는 이파리.
단정한 머리카락을 흩어내는 차가운 바람, 지금처럼 폭설 같이 내리는 봄의 눈 벚꽃.
나란히 걷는 두 쌍의 발, 닿을락 말락 가까운 손의 거리.
겨우 잡은 벚꽃잎을 손 사이에 가두고 간절하게 눈을 감고 소원을 비는 KPC.
봄의 기억이 너무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마지막 망자라 이러는 것일까요, 이렇게 남의 추억에 물들어도 되는 것일까요.
바래진 추억에는 KPC와 누군가가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아니.. 누군가가 아니라 당신을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밀려오는 기억에 멍청하게 서 있다 보면 힘 있게 분 바람에 손바닥에 있던 꽃잎이 날아갑니다.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날아가게 두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당신의 손에서 떠나게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민첩 판정>
성공
떠나갔던 것이 손에 다시 잡힙니다.
손을 오므리고 조심스럽게 그 안을 바라봅니다
떠나가지 않았어요. 온전히 당신 손으로 돌아왔어요.
실패
손 끝을 스친 꽃잎은 더 멀리 날아갑니다.
목적지도 모르고 팔랑팔랑 날아가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습니다.
저 꽃잎이 뭐라고 이런 생각까지 들게 하는 건지.
그런 당신을 바라보던 KPC는 오묘한 표정을 지어냅니다.
눈가가 어쩐지 붉은 것 같습니다. 우는 것일까요.
"그 때 내 소원은.."
슬픔에 잠겨 웅얼이는 목소리가 내용을 흐립니다.
*말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습니다.*
아마 KPC의 소원은 탐사자와 앞으로의 내일을 그려가는 것이었겠죠.
추천 BGM https://soundcloud.com/rie_yuizumi/no-title-0731
KPC의 말에 집중하려 한 발자국 다가가면 뺨에 무언가 닿습니다.
꽃잎이라기에는 차갑고 가벼운 느낌이 들었는데..
하늘을 바라보면, 톡톡톡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이 보입니다.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꽃잎을 간지럽히던 빗방울들은 하나 둘 굵어져, 벚꽃을 감싸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흐르는 물에는 떠오르는 사랑이 가득해서 손에 잡힐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어딘가 어둡고, 차갑고 습한 우울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애처로운 파랑이 흔들리며 당신의 머리, 목덜미, 어깨를 적셔드네요.
당신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파랑 중 하나가 눈에 스며듭니다.
눈에 들어간 것은 깊숙하게 자리를 차지해 감정에 녹아듭니다.
파랑은 꼭 당신의 슬픔 같이 뺨을 타고 흐르고, 따갑게 눈 앞을 흐리게 만듭니다.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에 옆에서 가만히 비를 맞던 KPC가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KPC는 당신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이끕니다.
"비가 계속 오는데 맞고만 있을거야?"
*일단 비를 피하게 해주세요.*
타박을 해도 좋고, 비 오는데 다른 곳으로 갈까 하고 이동해주세요.
가볍게 비를 맞으며 걷는 RP를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쏟아지는 빗방울이 흐릿하게 흩어집니다.
비를 맞아서 몸이 차가운데, 잡힌 손은 데인 것처럼 뜨거운 열기가 느껴집니다.
젖은 KPC의 뒷모습, 찰박이며 다리에 닿는 빗방울, 여기저기 늘어진 웅덩이 속 모습.
지나치게 습한 공기가 코를 타고 들어 옵니다. 그렇게 여름의 한 장면이 됩니다.
몸을 건드리는 가벼운 빗방울에 익숙해질 즘, KPC와 잡은 손의 온기가 식어갈 즘..
당신의 눈에 천막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갑니다.
<관찰 판정>
성공
단단한 기둥, 둥글게 생긴 지붕, 크게 붙어 있는 버스 시간표.
커다란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버스 정류장입니다.
감푸른 고등학교 앞에 있었던 정류장이었나보네요.
비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들어가 볼까요?
*'감푸른색'에서 따온 것입니다.*
KPC와 탐사자가 나온 고등학교가 있다면 그 이름으로 바꾸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니면 KPC와 탐사자가 버스를 타고 갈만한 추억의 장소로 바꿔주세요.
실패
잘못 본 것일까요. 눈을 몇 번 깜빡이니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야가 더 흐려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빗 속을 헤매다 보면 KPC가 작은 탄성을 뱉으며 당신을 이끕니다.
커다란 표지판에 버스 그림이 그려져 있는 걸 보니, 정류장인가 봅니다.
천천히 안으로 들어섭니다.
든든한 지붕 덕에 자잘하게 당신을 괴롭히던 빗방울은 닿지 않습니다.
어쩐지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KPC는 정류장의 의자에 앉아 빗물을 머금어 무거워진 옷을 짜냅니다.
그리곤 젖은 머리를 한 번 바라보더니 손으로 비틀어내자....주르륵, KPC의 옷과 머리카락에서 물이 가득 나옵니다.
행동을 반복하던 KPC는 작게 웃음을 터뜨립니다.
"꼴이 우습네. 원래 저승 가는 길은 이래? 이렇게 젖은 생쥐 꼴로 저승 가나."
"이렇게 비 맞은 건 오랜만이네. 예전에도 맞은 적 있었거든, □□□랑. 어쩌다 보니까 학교에 늦게까지 남게 됐는데, 비가 내려서. 한참 동안 같이 있었어. 무슨 이야기했는지 기억 안 나는데, 빗소리랑 걔 목소리가 들리는 게.. 어쩐지 첫사랑 같더라."
"아마 시간만 아니었으면 계속 같이 있고 싶었는데, 너무 늦어져서.. 결국 집에 가게 됐지. 근데 누가 우산을 훔쳐 간 거야. 가족한테 전화하려고 하니까, 걔가 핸드폰 뺏어서는 비 맞고 가자고 낭만적이지 않냐고.. 결국은 비 맞으면서 집에 갔지. 그 때문에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리고."
*RP 구간 입니다.*
KPC와 탐사자의 여름과 관련된 추억을 말하면 됩니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이야기하던 KPC의 눈에 빗물이 흘러내립니다.
아직 물기가 다 안 닦였나보네요. 금방이라도 턱을 타고 떨어질 것 같은데 닦아줄까요.
손을 뻗어 KPC의 뺨에 가져갑니다. 손을 데일 듯이 뜨거웠던 온도가 다시 닿습니다.
분명 낯선 사람임에도, 처음 보는 사람임에도 당신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눈을 마주하며 웃던 KPC의 입꼬리가 파르르 흔들립니다.
"그 때, 버스 기사님한테 엄청 혼났는데. 그렇게 다 젖어서 버스를 탈거냐면서."
KPC와 시선을 마주하면, 가슴 어딘가 데인 느낌이 듭니다.
뜨겁고 따끔한 것이.. 저절로 손에 힘을 주게 만드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죠.
타닥타닥, 따끔하게 들리는 빗소리에 아득해집니다.
수많은 모래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흐릿한 기억이 밀려옵니다.
"야, 아직도 비 오는데?"
"너 우산 없어? 나 있는데, 집까지 데려다줄게."
"뭘 집까지 데려다줘, 버스까지만 데려다줘."
"사양하지 말고.. .. 어? 내 우산 왜 없어. 누가 훔쳐 갔나. 언니한테 가져다 달라고 하면 되니까 기다려."
"됐어,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 이왕 이렇게 된 거 낭만 있게 비 맞고 가자."
"야, □□□! 요즘 비는 맞으면 안 되는 비거든..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또다시, KPC와 아릿한 추억의 필름이 재생됩니다.
왜 자꾸 당신이 그의 추억에 물드는 것일까요.
그날의 빗소리와, 그날의 온도, 그날의 가쁘던 숨이 왜 이렇게 생생할까요.
함부로 스며드는 추억에서 KPC는 왜 당신에게 □□□라고.. 부르는 걸까요.
단순히 지금 당신이 그의 얼굴을 하고 있어서 그런 걸까요.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는 그런 적이 없었을까요.
애초에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었죠, 당신의 얼굴은.. 무엇이었죠.
정류장 안의 KPC가, 뺨에 닿은 온기가 한두 번이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꼭 당신의 기억처럼, 섞여 들기 시작합니다.
상념에 빠져 멍청하게 굳어 있으면 KPC는 당신의 손을 떼어냅니다.
"나 말고 그 쪽.. 젖은 거나 신경 써. 머리 다 젖어가지고."
왜 이렇게 가슴 한 쪽이 먹먹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꼭.. KPC가 말하는 □□□가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당신은 그저 인도자일 뿐인데. 심연으로 갈 동안의 말동무일 뿐인데.
그래요, 말동무입니다 당신은. 이런 추억에 젖어 들면 안 됩니다.
화제를 바꿔볼까요.
이런 비 오는 날 말고, 해가 비치던 그때의 추억은 없냐고.
*이 부분은 해가 뜬 여름 RP 구간 입니다.*
혹시 몰라서 준비한 구간이라 길게 쓰지 않았습니다.
너무 길다고 생각이 되면 생략하셔도 됩니다.
Chapter 4. 사랑의 대가는 날 찾아오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점점 잦아듭니다.
바닥에 닿는 빗방울의 수가 줄어듭니다.
아무 말 없이 앞만 바라보던 KPC는 아주 옅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비가 그쳤으니, 이제 갈까. 사실 나 빨리 거기 가고 싶거든."
"저승 말이야. 어쩐지, 걔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가 마중 나온다고 했어. 걔는 자기가 한 말을 꼭 지켜서.. 있을 것 같네."
가야죠, 마음속에서는 그를 돌려보내고 싶은 속삭임이 들리지만..
당신은 그를 인도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앞으로 걷습니다. 어디가 앞인지 모르지만, 이렇게 걷다 보면 심연이 나오겠죠.
늘 그랬으니까.. 어떻게, 왜,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그랬으니까요.
저벅저벅, 당신의 발소리에 또 하나의 발소리가 얹어집니다.
나란히 움직이던 KPC는 발걸음을 조금 빨리해 당신을 돌아봅니다.
"근데, 너무 내 이야기만 했네. 그쪽은 어떻게 살아왔어?"
*가벼운 RP 구간입니다.*
샘하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성향에 따라 삭제하셔도 됩니다.
이미 앞부분에서 많이 제시하여 괜찮을 것 같습니다.
차츰 구름이 걷히고, 노을이 빼꼼 고개를 내밉니다.
황홀한 색을 하늘 가득 채운 해는 땅속으로 점점 잠겨듭니다.
찬란히 빛나는 것에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드네요.
눈을 가늘게 뜨고 앞에 있는 KPC를 바라보면 쨍한 빛이 아프게 파고듭니다.
머릿속까지 들어왔는지 그 안을 헤집으며 움직이고....
숨이 코 끝에 닿지 못하고 뱉어집니다.
당신의 모습에 놀랐는지 KPC는 당황한 목소리 입니다.
"왜 그래, 아까 비 많이 맞아서 그런가? 괜찮아?"
이리저리 발을 움직여댄 KPC는 당신에게 다가와 등을 느릿하게 쓸어줍니다.
잔잔한 도닥임 덕분에 조금 안정되는 기분이 들어요.
영혼에 향이 있던가요. 짙은 블랙베리 향이 흘러들어옵니다.
묘하게 안정되는 향에 숨을 몇 번 고르고 나면 머리의 통증이 사라집니다.
잠시 숙였던 고개를 들자,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둘의 모든 행동은 모두 정지.
자각을 못한 건지, 이런 상황이 익숙한 건지.
KPC는 별 반응 없이 당신의 얼굴을 살핍니다.
크고 동그란 눈에 담기는 당신의 얼굴이 어쩐지.. 낯익습니다.
천천히 KPC가 몸을 뒤로 빼며 거리를 넓히면,
반짝반짝 빛나는 노을이 KPC의 뒤로 생깁니다.
순간 불어오는 바람에 KPC의 머리카락이 휘날립니다.
KPC는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며, 흩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합니다.
이 장면, 어딘가 익숙합니다.
"괜찮아? 그러게 왜 뒤를 보면서 걸어."
"네 얼굴 좀 보면서 걸어 볼까 하고, 뒤로 걸은 건데 말 좀 해주지."
"미안, 아프게 넘어졌어? 바닥이 모래라서 그렇게 아프지는 않을 텐데.. 눈에 들어갔어?"
눈에 바람 좀 불어달라는 농조 가득한 말과 함께 KPC와의 거리가 좁혀집니다.
훤히 웃는 거 다 보인다며, 장난치지 말라는 들뜬 KPC의 목소리가 당신의 마음을 간질거립니다.
자잘한 웃음소리가 묵직한 심장소리와 조화로운 선율을 만들어냅니다. 저녁노을을 닮은 소리입니다.
가벼운 바람이 당신의 얼굴을 스치고, KPC와 거리가 멀어집니다.
강에 비치는 윤슬처럼 반짝이는 햇빛이 KPC의 뺨에 드리웁니다.
온통 눈이 부신 장면입니다. 빛나는 것들 중 가장 찬연한 것은 KPC겠죠.
옅은 웃음에 휘어지는 눈꼬리, 올라가는 입매, 서늘한 바람에 흩어지는 머리칼.
그리고 잔잔하게 울리는 KPC의 단정한 음성.
"이제 괜찮아 보이는데, 탐사자."
쿵, 쿵, 쿵..
빠른 심장 소리가 적막을 채워냅니다.
이건 누구의 심장 소리일까요.
분명, 이곳에 살아있는 자는 없는데.
"이제 괜찮아 보이네, 그쪽."
말이 겹쳐집니다.
익숙한 음절이 반복됩니다.
하나의 단어만 빼고 똑같은 문장입니다.
흐릿한 기억 속에서는 탐사자, 지금은 그쪽.
탐사자, 이는 누구의 이름일까요.
KPC에게 그쪽이라는 말을 한두 번 들은 것도 아닌데 왜 서운한 감정이 드는 것일까요.
기억의 파도가 또다시 밀려옵니다.
잔잔하게 밀려오던 파도는 없습니다.
당신을 덮칠 듯이 몸을 키워 오는 파랑에 잠겨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깊은 곳에 갇혀 호흡을 하지 못했던 것처럼, 숨을 터뜨려냅니다.
누구의 기억인가요.
KPC만의 기억이 맞나요.
당신의 마지막 망자의 기억을 함부로 훔쳐본 것이 맞나요.
왜 KPC가 당신을 향해.. 탐사자라고 부르는 거죠.
당신은 어떻게 인도자가 된 것일까요.
당신의 죄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었을까요.
당신은 누구죠?
<지능 판정>
성공
하나의 사실이 뒤늦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KPC는 가을과 관련한 추억을 말한 적이 없습니다.
당신이 떠올린 이 추억은, 당신이 간직한 이 추억은,
오로지 당신의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당신의 존재는...
당신의 이름은..
실패
그저 혼란스럽습니다.
하나 예상이 되는 생각이 있지만, 그저 추측일 뿐입니다.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당신 앞의 사람이 당신의 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상념에 빠져있다 보면, 시야가 하얗게 물듭니다.
가을의 주황빛으로 가득하던 색채들은 바람에 휘날려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바닥에 깔린 안개가 넘실거리며 위로 쏟아 오르는 것이 금방이라도 당신을 잡아먹을 것 같네요.
이제 심연에 거의 다 왔나 봅니다. 이 안개는 심연 주변에서 종종 보이던 것이었으니까요.
다른 안개와 달리 심연에서 보이는 물안개는 유난히 짙어서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인도자가 존재하죠. 영혼들을 안전하고 평온한 마지막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잠시 다른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찼지만, 당신이 할 일을 해야죠.
그게 당신의 운명이니까요. 운명을 따라야 합니다.
운명을 거스르는 것은 죄를 저지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음을 다 잡고 KPC를 인도하려 찾아보면,
당신의 옆에 있어야 할 KPC가 보이지 않습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신의 옆에 있었는데.. 어디로 간 거죠?
주변을 둘러보지만 KPC의 머리칼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시야에서 사라진 KPC를 찾으려 돌아다닙니다.
당신이 놓친 겁니다. 다른 생각을 해서 KPC를 놓쳐버리고만 겁니다.
책임감이 마음을 짓눌러냅니다. 인도자가 사사로운 생각을 해서.. 일을 그르치다뇨.
그런데 아까 전부터 왜 이렇게 심장이 울려대는지 모르겠습니다.
쿵쿵쿵......
이곳은 너무 고요해서, 불안함에 떨려오는 당신의 심장소리가 너무 잘 들립니다. 부정할 수 없어요.
왜 불안해하는 걸까요, 왜 서운해 한 걸까요, 왜 애틋한 걸까요.
왜.. 이렇게 절박하게 KPC를 찾는 걸까요.
갑자기 떠밀려온 의문들이 당신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추천 BGM https://youtu.be/WndOOv-Mzz4
<관찰 판정>
성공
하늘에서 눈이 내립니다.
아까 보았던, 봄의 눈과 다른 하얀 눈이 천천히 떨어집니다.
손을 뻗으면 하늘하늘 떨어지는 눈이 닿아 스며듭니다.
손 안쪽을 들여다보다가 내리면 당신이 찾던 KPC가 보입니다.
떨어지는 눈발이 거세져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지만,
KPC가 창백해진 낯으로 어딘가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장면.. 또 익숙합니다.
하얀 눈, 신호등, 횡단보도?
실패
아득한 물안개 사이에서 KPC의 형체가 스쳐 지나갑니다.
그쪽을 향해 달려가 보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었나요?
고개를 돌려보면 KPC의 형체가 또다시 시야에 들어섭니다.
또 달려갑니다, 하지만 KPC는 그곳에 없습니다.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요. 자리에 서서 숨을 고르고 있다 보면..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있습니다.
빵빵, 작은 클락션 소리입니다. 소리를 따라 걸음을 옮기면 KPC가 보입니다.
KPC는 창백해진 낯으로 어딘가 응시하고 있습니다.
KPC의 시선이 닿는 곳으로 눈을 돌리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부드럽게 굽이쳐 흐르는 물안개뿐이에요.
KPC에게 한 발자국 다가갑니다.
안개에 가려져 있던 것들이 점점 시야에 들어섭니다.
봄에 보았던 커다란 벚꽃나무는 앙상한 가지만 보이네요.
크고 푸르던 이파리는 사라지고 하얀 눈을 팔에 덮고 있습니다.
여름에 잠시 비를 피했던 정류장이 보입니다.
지붕에 수북이 쌓인 눈이 눈에 띕니다.
가을에 거닐었던 거리 보도블록에 눈이 짓눌린 것이 보입니다.
발을 헛디뎠다가는 넘어질 것 같네요.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보도블록 끝에는 KPC가 서 있습니다.
KPC의 시선은 빨간 신호등이 켜진 횡단보도를 향해 있습니다.
반대편에는 고등학교가 보이네요. 어쩐지 익숙한 건물입니다.
*KPC와 탐사자의 추억의 장소로 설정해 주세요.*
이제 몇 발자국만 더 다가가면 KPC의 손을 잡아 이끌 수 있습니다.
당신이 발걸음을 떼면,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옵니다. 그와 동시에 KPC도 걸음을 옮깁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느릿하게 재생됩니다.
'어디쯤이야 나 기다리다가 목 빠지겠어.'
'이제 금방 가. 뭐 좀 사느라 늦었어.'
'올라오는 길 미끄러우니까 조심해서 올라와.'
'내가 애도 아니고 ㅋㅋㅋ 알겠어.'
입을 벌리면 하얗게 김이 서리던 겨울.
학교 정문에서 KPC에게 문자를 보내던 당신.
그리고 그 날 펑펑 내리던 눈. 횡단보도 반대편에서 붉은 꽃을 한 아름 안고 있던 KPC.
먼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작게 웃고 있었습니다.
신호가 바뀌고, KPC가 당신에게 다가오던 그때..
빠앙-!
속까지 크게 울리던 트럭의 클락션 소리.
순간 모아졌던 기억들이 다시 흩어집니다.
지금도 또 똑같이, 클락션 소리가 귀를 파고들고 있습니다.
멍청하게 서 있던 당신은 눈을 크게 깜빡입니다.
숨을 쉬는 것도 잊었는지 갑자기 들어차는 차가운 숨에 온몸이 떨려 놀랍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큰 트럭이 KPC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KPC는 횡단보도 가운데에서 가만히 서있을 뿐입니다. 그 때처럼요.
<민첩 판정>
성공
그 어떤 때보다 빠르게 뛰어갑니다.
겨우 고른 숨이 다시 턱 끝까지 벅차오릅니다.
하지만 가만히 서 있을 순 없었습니다. 발을 굴려 KPC의 앞에 도착합니다.
KPC가 뭐라고 할 틈도 없이, 코앞까지 온 트럭을 보곤 당신은 KPC를 있는 힘껏 밀쳐냅니다.
저 멀리 떨어져서 놀란 눈을 한 KPC와 눈이 마주칩니다.
다행이야, 단정한 음성을 뱉기도 전에.. 환한 빛이 당신을 감쌉니다.
트럭의 헤드라이트가 너무 눈이 부십니다.
저 빛으로 KPC의 눈을 감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걸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는데요.
안 돼! 울음이 섞인 고함이 들립니다.
아, 이 소리 들은 적이 있습니다.
천천히 눈을 감아내리면..
쿵, 커다랗고 둔탁한 감각이 당신을 스쳐 지나갑니다.
무섭게 달려오던 트럭은 온데간데없습니다.
당신을 통과해서는 눈이 바람에 날리듯 순식간에 사라지고 맙니다.
실패
발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리 두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발까지 얼어붙은 것일까요.
앞으로 나가는 것이 무섭기도, 두렵기도 합니다.
감정에 압도되어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던 다리가 겨우 움직입니다.
뒤늦게 달려가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KPC는 자신에게 손을 뻗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바라본 KPC의 얼굴에는 눈물이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크고 잔인한 소리가 당신을 덮칠 것을 생각해 눈을 질끈 감으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무섭게 달려오던 트럭은 온데간데없습니다.
그저 횡단보도 가운데에 주저앉은 KPC만이 보일 뿐입니다.
".. 그래, 난 원래 이렇게 죽었어야 했는데."
갑자기 내려앉은 적막에 가만히 있다 보면,
하나, 둘, 셋 ...
막혀있던 댐이 터지듯 흐릿한 기억이 당신에게 쏟아져내립니다.
추천 BGM https://youtu.be/qEaCwdvNyWQ
이름 탐사자, 나이 19살, 생일 12월 25일.
경찰인 아버지와 배우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위로는 쌍둥이 누나가 한 명 있었고.
태어나 유치원을 졸업할 때부터 총을 들고 사격을 시작했었습니다.
실력이 좋아서 사격 국가 대표가 되기도 했죠.
*탐사자의 정보를 써주시면 됩니다!*
KPC와는...같은 반 친구였습니다. 아니, 그 이상이었습니다.
정확하게 우리를 지칭할 단어는 없었지만..그저 단순한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매일 같이 얼굴을 보고, 투닥거리다가, 얼굴을 붉히며 손을 잡고.
아주 가끔은 노을이 지는 저녁 아래에서 숨결을 나누기도 했죠.
사랑했나, 아마 그 감정 언저리 였을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탐사자와 KPC의 관계에 따라 수정해주세요*
라이터의 헌정컾은..컾이 아니기 때문에,,,
만약에 커플이라면 지문을 사랑했던 사이였을 겁니다 라고 바꿔주시면 좋겠습니다.
탐사자는 기억을 다 되찾은 상태지만, 그것을 온전하게 믿을 수는 없죠. 과연 그것이 자신의 전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또한 전생과 인도자인 자신을 동일시 해야할까요. KPC가 믿지 않는 경우도 있겠죠. 탐사자가 자신을 데리러 왔을리가 없고, 또한 전까지만 해도 안 그랬는데 갑자기 자신이 탐사자라고 주장하면 이상하다고 느낄 것이 분명합니다.
"..나 때문에 탐사자가 죽은 거야."
당신이, 아니 아마 당신의 전생이라고 추측되는 이가 자신의 목숨을 던져 KPC를 구한 것을 설명할 길이 없으니까요.
운명을 거스르는 죄를 자처한 이유는 그것 밖에 없을 테니까요.
"내가 죽었어야 했어. ..내가 이렇게 쉽게 죽으면 안 되는 거였어."
*거의 마지막 RP 구간 입니다.*
탐사자의 민첩 성공, 실패와 관련 없이 KPC는 자신 때문에 탐사자가 죽어 죄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걸 기반으로 RP를 진행해주세요. 어느 정도 RP를 진행하고 나서 밑의 지문을 출력해주세요.
좀먹은 우울이 몸과 마음을 뒤덮어냅니다.
탐사자, 그의 부재로 무너진 KPC의 모습이 눈앞에 훤히 그려집니다.
검고 푸른 집 안에서 그는 꾸역꾸역 생을 이어나갔을 것입니다.
당신..아니 당신의 전생을 위해서,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았겠죠.
죽고 싶다는 생각보다는...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겠죠. 그렇게 되면 당신의 죽음을, 당신의 생을, 당신과의 추억을 끌어 안을 이가 없을테니까.
남겨진 사람은 그래야하니까. 꿈에 나온 당신을 보면서 숨을 연맹했을 겁니다. 죽지 못해서 살았네요 KPC.
참으로 가엽고, 애달픈 감정입니다. 참으로 위험하고, 전염성 있는 감정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사람은 죽는데, 왜 사랑은 안 죽을까요. 사랑은 왜 눈에 보이지 않는 걸까요. 사랑은 왜 만져지지 않는 걸까요.
눈에 보이고, 만져졌더라면..사랑을 떼어낼 수 있을 텐데. 사랑에 집어 삼켜지지 않을 수 있을텐데.
과연 신이 내린 벌 답습니다. 그저 속절없이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신에게 반항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랬다간 더 큰 운명에 휩쓸리게 될 겁니다.
KPC의 손을 잡습니다. 바닥을 향했던 고개가 들리고 시선이 일직선으로 맞춰집니다.
눈에 일렁이는 파도에 잠겨 익사할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가만히 눈을 마주하면..
깜빡, 깜빡 눈꺼풀이 가볍게 움직여 눈의 바다를 가립니다.
그리고 또 다시 KPC의 고개가 숙여집니다.
"미안, 계속 이렇게 지체하게 만들어서. ..이제 가자."
잡힌 손에 이끌려 저항 없이 그저 따라가게 됩니다.
천천히 마주 걷는 발소리가 옅어집니다.
<관찰 판정>
성공
옆에 있는 KPC의 영혼이 희미해지는 것이 보입니다.
실패
아무런 지문도 출력되지 않습니다.
점점 심연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점점 영원한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마지막 인도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Chapter 5. 행복은 그대를 찾아 떠나고
추천 BGM https://youtu.be/7TMNDjU5iOw
습하고 눅진한 향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심연의 끝자락이 눈에 들어옵니다.
둥근 선을 그리는 큰 연못 주변에 있는 물안개가 서서히 걷힙니다.
낮도 아닌 밤도 아닌 하늘이 연못에 비칩니다.
언제 보아도 찬연하고 황홀한 장면입니다.
풍경에 압도되어 홀린다는 건 다 여기에서 나온 말 일겁니다.
아무 말 없이 이곳을 둘러보던 KPC의 얼굴에 실망감이 피어오릅니다.
이 광경에 놀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감탄할 줄 알았는데 왜 때문일까요?
혹시 바라는 모습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내가 생각한 저승이랑은 모습이 많이 다르네. 커다란 문도 없고..저승의 신 같은 것도 없고.."
"....그리고 탐사자, 마중 안 나왔네. 거짓말쟁이."
KPC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심연으로 다가섭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네요.
당신도, KPC도 영혼의 마지막 종점까지 왔습니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그리 걸으면 심연 속으로 빠져들겁니다.
거울처럼 깨끗한 심연에 KPC의 얼굴이 비칩니다.
하나의 미련도 없는 것이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 같습니다.
아니..그래도 미련 하나 정도는 남은 것 같습니다.
입안의 여린살을 씹어내던 KPC가 당신을 돌아봅니다.
우는 것 같기도, 웃는 것 같기도한 표정으로 당신과 시선을 마주합니다.
짙은 눈동자에는 수 많은 감정이 섞여 들어 읽어낼 수가 없습니다.
아마 한 단어로 표현 될 겁니다.
사랑이라는 그 낭만적인 단어는 모든 것을 포함하니까요.
걱정, 초조, 설렘, 행복, 우울, 사람의 생까지.
모든 공기가 날아가버린 듯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우주의 한 곳에 스며든 것 같은 착각에 들 때 쯤, 단정한 음성이 떨어집니다.
"탐사자,"
"탐사자라고 한 번..불러도 될까."
누군가는 남의 이름을 부르며 울어버릴 것 같다고 하는데,
KPC에게 이 이름이 불리니 울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아, KPC에게 탐사자라고 불리는 것이 너무 익숙합니다.
하긴...원래 당신의 이름이었으니까요. 이상할 것도 없죠.
"한 번만, 탐사자라고 생각해도 될까."
"걔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았거든. 근데..마중을 안 나와서 해줄 수가 없네."
*마지막 RP구간 입니다.*
탐사자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을 해주세요.
환생해서 다시 만나자는 등, 보고 싶었다는 등.
어느정도 RP를 진행한 후 아래 지문을 출력해주세요.
한참을 말하던 KPC는 마음이 가벼워졌는지 환한 웃음을 띄웁니다.
그리곤 자신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는지 심연 속으로 걸음을 옮겨냅니다.
그의 뒷모습이, 가루처럼 흩어지는 모습이 눈에 담깁니다.
죽음이 발에서 천천히 타고 올라와 종아리에 물듭니다.
그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보면 KPC가 몸을 돌려 당신을 바라봅니다.
"고마워, 여기까지 무사히 인도해줘서."
"잘 가."
당신은 맑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KPC를 봅니다.
당신의 마지막 망자, 당신의 죄를 바라봅니다.
저 사람은 이제 가루가 되어 이세계에 흩어지겠죠.
그럼 당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당신은 무엇을 해야할까요.
무슨 생각이 드나요.
심연을 바라봅니다.
거울처럼 두 명의 인영이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KPC뿐 아니라 당신의 모습도 심연에 떠오릅니다.
그 너머의 푸른 하늘이 시리게 마음을 파고 들어 당신을 깨웁니다.
당신의 죄가, 모두 끝났습니다.
신이 당신에게 주어진 의무는 없어요.
저 멀리 심연의 중앙부로 스며드는 KPC가 보입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KPC와 함께 들어갈까요?
한 치 앞을 모르는 저 어둠을 향해 들어갈 수 있나요?
KPC와는 어차피 과거의 인연입니다.
그에게 얽매이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이 이곳에 남고 싶다면 남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 당신의 손목에 그려진 마법진은 사라지지 않았으니까요.
이제 모든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당신.
『엔딩』
심연에 KPC와 함께 들어간다 > 엔딩 1
심연에 KPC와 따로 들어간다 > 엔딩2
심연에 들어가지 않는다(KPC만 들여보낸다.) > 엔딩 3
KPC와 함께 심연에 들어가지 않는다. > 엔딩 4
『엔딩 1, 너와 함께 흩어져 날리고 싶어.』
탐사자가 KPC와 함께 심연에 들어간 경우
추천 BGM https://youtu.be/tfdhsCWJzyI
참으로 이상합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아마, 신이 잘못 만든 감정일 것이 분명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모든 시공간을 넘어 이어질리가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당신과 KPC는 인간이었습니다. 사랑을 할 수 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다행입니다. 다른 것도 아닌 인간이라서, 다행히도 인간이라서 사랑을 할 수 있네요.
첨벙첨벙, 깨끗한 심연을 당신의 급한 발걸음이 다 흩어냅니다.
한 걸음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이곳 저곳 흐려집니다.
끝없이 들어가는 KPC의 손목을 붙잡아 냅니다.
쫓아온 당신의 모습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입니다.
"무슨 일이야?"
*RP를 진행할 수 있으면 하게 해주세요. 탐사자도 할말이 있을테니까요.*
충분히 RP를 즐기고 아래 지문을 출력해주세요.
우리는 손을 맞잡기로 했습니다.
저 끝없는 어둠에서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두 손을 얽어내기로 했습니다.
천천히 차오른 죽음은, KPC와 당신의 심장까지 스며들어갑니다.
턱끝까지 차오른 어둠에도 눈을 마주합니다.
그의 눈동자가 반짝이며 빛나는 것이 꼭 밤하늘의 별과 같습니다.
우주에 삼켜진 것처럼, 이세계에 흩어질 준비를 합니다.
들이 마실 숨이 부족해지고, 멍한 소리가 귀에 차오릅니다.
그리고 암전,
하나, 둘, 셋 -
ENDING 1
KPC, 탐사자 환생(생존)
KPC와 탐사자는 함께 다음생에서 태어나, 살아갑니다. 이번에는 해피엔딩일까요?
『엔딩 2, 가루가 되어 세계를 누비다 보면 만날 거야.』
탐사자가 따로 심연에 빠져든 경우
전생의 연은, 전생에서 끝났습니다.
우리가 또 이어진다면 그것은 정말 신이 만든 운명이겠죠.
또 만나게 된다면 그 땐 당신과 내가 무게 없이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하세요 그대, 나도 행복할테니까요.
천천히 심연으로 가라앉는 KPC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머리 끝까지 잠긴 KPC는 심연의 일부가 되어 보이지 않습니다.
가만히 휘날리는 바람소리만 듣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곳을 바라봅니다.
신비롭기만 한 이 곳, 그리고 인도자라는 당신, 이제 끝입니다.
걸음을 심연으로 옮깁니다.
아까와 달리 심연은 당신을 끌어당깁니다.
발걸음에 흔들리는 물결이 당신의 허벅지 위를 적시고, 그 위로 점점 오릅니다.
점점 들어오는 숨이 적어집니다.
차갑게 심장까지 파고든 심연이, 어둠이 그리 두렵지 않습니다.
어둠은 본디 무서운 것은 아니니까요.
눈을 감으면 편하게 쉴 수 있게 하는 것도 어둠인 걸요.
그럼 이제 편하게 쉴까요, 당신.
탐사자라는 이름도, 기억도, 인도자라는 책임도 모두 내려놓고.
편하게 쉬어요. 안녕, 당신.
하나, 둘, 셋-
ENDING 2
KPC, 탐사자 환생(생존)
KPC와 탐사자는 환생하게 됩니다. 다만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환생합니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겠죠.
『엔딩 3, 다음에 또 만나자 그 때까지 행복해. 』
탐사자가 꿈의 세계에 남겠다고 마음 먹은 경우
추천 BGM https://youtu.be/aMKpKsgQI_U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심연으로 들어가는 것은 너무 무모합니다.
게다가 당신은 다른 이들과 달리 선택지가 있습니다.
굳이 심연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천천히 심연으로 가라앉는 KPC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머리 끝까지 잠긴 KPC는 심연의 일부가 되어 보이지 않습니다.
심연을 바라보던 당신의 어깨를 누군가 건들입니다.
묘한 낯을 한 당신의 동료입니다.
검은색 명부, 당신에게 주어진 망자입니다.
마지막 망자라고 했는데, 아니게 됐네요.
당신에게는 다음, 다음, 다음의 망자도 있을 테니까요.
언젠가는 KPC의 영혼을 또 인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안녕, 전생의 인연이여.
그대가 다음에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네요.
당신의 손목의 푸른 원이 반짝하게 빛납니다.
갑시다, 당신이 할 일을 해야죠.
눈을 감고 손목에 손을 올립니다.
숨을 들이마시고..
하나, 둘, 셋-
ENDING 3
KPC 생존(환생) 탐사자 로스트?
KPC는 다음생으로 넘어갑니다. 탐사자는 꿈의 세계에 '인도자'로 남습니다. KPC의 다음생의 인도를 하게 될 수도 있겠네요.
『엔딩 4, 너와 영원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좋지.』
KPC와 함께 심연에 들어가지 않은 경우
추천 BGM https://youtu.be/CXGdohLbRwg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저 심연으로 들어가는 것은 너무 무모합니다.
그렇다고 KPC를 저리 둘 수도 없습니다.
당신은 황급한 걸음으로 심연으로 들어갑니다.
찰박이는 물소리에 KPC가 당신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그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그의 손을 잡고 심연에서 빠져나옵니다.
뭐라고 말을 하는 KPC는 당신에게 잡힌 손을 바라보더니 얽어쥡니다.
맞잡은 손이, 얽혀진 손이 숨을 가쁘게 만듭니다.
심연에서 멀리 떨어집니다.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뜀박질을 합니다.
도망치는 겁니다, 우리는 운명을 거스르는 겁니다.
우리는 죄를 짓는 겁니다.
그런데 왜이렇게 웃음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당신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웃게 만듭니다.
전생이고, 인도자이고 뭐고 나와 당신은 사랑을 하나봅니다.
확신합니다, 전생의 기억이 아니었더라도 사랑했을 것을.
휘잉, 검은 바람이 스치고 스산한 기운이 몰려옵니다.
본능적으로 잡은 손에 힘을 줍니다.
뒤를 돌아보면 당신과 KPC를 향해 다가오는 나이트 건트가 있습니다.
눈을 감고 숨을 들이 마십니다.
하나, 둘, 셋-
ENDING 4
KPC 로스트 탐사자 로스트
꿈의 세계의 규율을 어긴 KPC와 탐사자를 나이트 건트가 처리하게 됩니다. 영원한 어둠에 잡아먹혀 환생의 기회가 사라지게 됩니다.
후기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새드 시나리오를 들고 왔습니다. 벌써 4번째 후기라니.. 사실 다른 것보다 헌정 멘트와 시나리오 후기 쓰는 게 가장 재미있는 것 같아요. 이 시나리오는 언젠가 써봐야지 하고 생각만 했던 시나리오였어요. 생각만 했는데 어떤 분께서 '해수병' 후기에 '심해'라는 말을 해주셔서.. (후기 받고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재미있게 플레이해 주셔서 감사해요ㅠㅠ) 처음에는 심해가 아니라 심연으로 읽어서 이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후기에 적어주신 대사가 너무 감명 깊었거든요. (나중에 다시 읽어보니 심해더라구요.) 그래서 해수병 후속작으로 생각하고 스토리 라인을 짜는데 어려워서 이리 바꾸고, 저리 바꾸다 보니 샘하늘이 나오게 되었네요. 사실 해수병은 '알고도 죽는 해수병이라'라는 속담에서 따와 지은 제목입니다. 뜻은 '결과가 안 좋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겪어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자신이 죽으면 탐사자가 안 좋아질 것을 알면서도 탐사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 이라는 KPC의 마음을 대변하는 제목입니다. 이번 샘하늘도 마찬가지예요. '샘을 보고 하늘을 본다.' 또한 속담입니다. '한없이 넓은 하늘에는 무관심하였다가 샘 속에 비친 하늘을 보고서야 비로소 하늘을 쳐다본다는 뜻으로, 늘 보고 겪는 것에 대하여 우연히 새롭게 인식하게 됨을 이르는 말.'로 인도자인 탐사자의 마음을 대변했어요. 심연이 무엇인지, 자신의 존재는 무엇인지, 왜 영혼을 인도하는지, 영혼을 인도하며 드는 생각은 무엇인지. 하얀 도화지처럼 채워지지 않은 탐사자가 자신이 사랑했던 KPC를 인도하면서 우연히 새롭게 인식하고 나아가는 그런 내용이죠. 해수병 제목의 의미를 모르시는 분이 꽤 있어서 이번 샘하늘에는 꼭 설명해 드려야지~ 싶어 구구절절 씁니다.
몽환적인 느낌이 잘 표현됐으면 좋겠는데 어떨지는 잘 모르겠네요. 다들 즐겁게 플레이하셨으면 좋겠어요. 책에서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하는 것이 삶이 아닐까'라는 구절이 떠오르네요. 시나리오는 봄에서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그리는 시간 흐름을 사용했습니다. 하나의 계절에 하나 이상의 추억은 가지고 있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표현 방식이기도 해요. 봄에는 설렘을 많이 느끼고, 여름에는 냉방병이나 열사병에 상대를 걱정하고, 가을에는 유난히 외로운 감정에 상대를 그리워하고, 겨울에 다시 시작되는 설렘. 다 쓰고 나니까 아침에서 점심, 저녁같이 하루를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편하실 대로 개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사계절을 그리던, 하루를 그리던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보여주세요. 많이 우셔도 좋구요 (ㅎㅎㅎ) 샘하늘 초입부터 완성까지 읽어주고, 같이 고민해 준 친구와 트친들 너무 고맙고 이런 샘하늘을 쓸 수 있도록 재미있는 관계를 만들어줘서 고마워 여볼,,
다음에는 조금 골 때리는(?) 시나리오로 오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긴긴 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재미있는 하루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이 시나리오 후기 남겨주시면 또 재미있게 읽으면서 그에 맞는 시나리오를 들고 올 수도 있겠네요. 다시 한번, 후기 남겨주신 분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ㅎㅎ. 올겨울은 추우니까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고, 재미있는 이야기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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