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 기저의 뼈
「 나? 폐부 안에 네 이름을 채우고 있었지. 」
세션카드는 감례 (@GAMLYE) 님의 커미션 작업물입니다.
해당 링크에서 다운로드 하시어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시나리오의 기본 정보 -
크툴루의 부름 Call of cthulhu 7판 기준
장르 : 레일로드
인원 : KPC와 PC의 1:1 타이만
배경 : 19세기
플레이타임 : 3시간 ~
플레이 난이도 : ★★
- 사건 해결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행동해야합니다.
- 탐사자는 얼마든지 시나리오에 제시된 지문과 진행 순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키퍼링 난이도 : ★★
- 탐사자는 얼마든지 시나리오에 제시된 지문과 진행 순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주문과 신화 생물들을 탐사자가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해야합니다.
- 시나리오의 순서와 상관 없이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습니다.
권장 기능 : 애증 혹은 혐오 (관계에 따라 순애), 대인기능 판정 (심리학), 정신분석, 기본 조사 외 절대 혼자 죽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개요
무수한 일이 있었어요, 학교는 이제 평화로워졌습니다.
완벽한 교정, 완벽한 학생들. 오늘 하루도 완벽해야 했어요.
그런데 어째서인지, 봄날 만개할 벚꽃 대신 나무에 학생들의 시신이 걸려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누군가 당신에게 속삭이기를... ...
나는 너의 전부야.
폐부를 만지면 피 대신 내 이름이 묻어나올지도 몰라.
그만큼 나는 너를 절실하게 사랑하고 있어.
그래서 말인데.
네 심장을 반으로 가를 수 있게 해줄래?
▶ 시나리오에 들어가기 전, 기본 정보
해당 시나리오는 크툴루의 부름 7판을 기반으로 하여 작성된 체온 (@TR__Pulse)의 팬 메이드 시나리오입니다. 크툴루 신화에 대한 독자적인 해석을 다량 포함하며, 원작의 코스믹 호러 분위기와 상이할 수 있으며 이 시나리오 내에는 변형된 주문, 창작 주문, 창작 신화생물, 신화서의 독자적인 해석과 신화생물의 독자적인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나리오의 피드백은 최하단에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여유가 되신다면 참여 부탁드립니다. 피드백 내용을 반영하여 시나리오가 수정될 수 있으며, 주로 플레이타임과 난이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합니다. 남겨주신 플레이 로그는 개별적으로 회신 드리지 않아도 모두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 시나리오에 들어가기 전, 주의사항
시나리오 개요 아래의 모든 내용은 스포일러입니다. < 늪 기저의 뼈 > 에는 필연적으로 < 부패와 화향의 가시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개 계정에서 언급하실 때에는 반드시 후세터, 에버노트와 같은 외부 링크를 사용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시나리오의 내용이 탐사자에게 트리거가 될 것 같다면 키퍼가 사전에 반드시 경고해주세요. 본 시나리오에는 그로테스크한 묘사, 사망, 시신 묘사, 비윤리적인 행동, 유혈, 폭력 행위, 인신 공양, 자해 행위, 본인이 원하지 않는 식인 행위, 본인이 원하지 않는 스킨십(혹시나!! 싶어 적어둡니다 키스를 유도하는 시나리오는 결코 아닙니다...) 등이 등장합니다. 필요하시다면 기믹의 대략적인 설명을 하셔도 됩니다. 단! 제삼자가 볼 수 있는 공간에서 하지 마세요. 세션 카드는 편하게 사용하셔도 괜찮습니다.
조사, 추리, 탐사 요소가 모두 등장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사전에 탐사자들의 백스토리를 설정해야합니다. 진상과 시나리오의 배경은 탁에 맞춰 자유롭게 개변 후 플레이해 주세요.
▶ 시나리오에 들어가기 전, 추천 관계
관계를 타지 않는 타이만 시나리오 작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시나리오 진상과 직결되어 그렇지 않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개변은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으니 플레이어들의 성격과 서사에 맞게 얼마든지 개변하셔도 괜찮습니다. 추천 관계로는 KPC는 리디광공 외로우면 미치는 사람, 평소 토끼는 외로우면 죽어버려... 같은 농담을 입에 담고 사는 사람, 귀찮게 구는 사람, 자기 자신을 멘헤라로 부르는 사람, 사람을 화나는 방법이 두 가지 있는데 그게 뭔지 알아?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거고 하나는... 이라는 농담을 할 수 있는 사람, 맞는 것을 즐김, 둘이 쳐 싸우고 휴대폰 알람 "너만 보인단 말이야." 로 바꿔서 하루종일 틀어둠, "네 차에 독을 탔어." 라는 말에 흥분하는 사람을 추천합니다. 탐사자는 그런 KPC의 머리를 있는 힘껏 쟁반으로 후려치고 싶어하지만 사회적인 체면을 생각해서 참을 인을 두 번째 떠올리고 있는 사람, 저 새끼가 저러다 죽던가 말던가 내 알바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 평생 저렇게 살다가 남한테 피해 안끼치고 무인도에 들어가서 죽기를 새해 소원으로 비는 사람, Kill 할 기회가 온다면 Kill 하기 위해 친구를 유지하고 있음, 무심수, "네 차에 독을 탔어." 라고 말해보고 싶은 사람을 추천합니다.
시나리오 플레이전 통합 공지사항 ▶ ( posty.pe/uwv9j6 ) 을 참고해주세요. 시나리오의 약칭은 < 늪기뼈 > 로 불러주세요.
이 아래는 시나리오의 수호자를 위한 내용입니다.
▶ KPC 정보
KPC는 로이고르들 중 하나입니다. 자르의 쌍둥이이나 쌍둥이를 잃고 홀로 지구에 도착한지 몇 년, 혹은 몇백 년, 길게는 몇 천년동안 홀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계약을 통해 사립학교에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학생이 없고, 학생들의 우울감을 먹어 치워준다는 조건 하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자신의 잃어버린 쌍둥이로 삼기로 초대 학교장과 거래를 한 상태입니다. 탐사자에 의해 < 부패와 화향의 가시 > 시점 외우주로 한 차례 추방당했거나, < 청혼 > 주문이 성공하여 1D12개월동안 탐사자를 저 좋을대로 주무르며 지내왔습니다.
시나리오가 시작되는 시점 KPC는 쿤나블리아 안으로 돌아왔거나, 탐사자에게 걸었던 < 청혼 > 주문이 풀려 새로이 주문을 진행해야하는 상태입니다.
▶ PC 정보
사립학교의 성적 우수 장학생들 중 한명입니다. 캐릭터의 성격에 따라 학생회에 소속되어 있다는 백스토리를 추가해도 괜찮습니다. 성적 우수생 혹은 특기생으로 분류되며 학교 생활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교칙만큼은 성실하게 준수해왔으나 개변을 통해 진행하셔도 무방합니다.
탐사자는 < 부패와 화향의 가시 > 결말에 따라 KPC를 추방하고 교내에서 평화롭게 지내왔거나, < 청혼 > 주문의 희생양이 되어 KPC의 제물처럼 지내왔습니다.
시나리오가 시작되는 시점 탐사자는 온전한 자아를 되찾았거나, 기어이 되돌아 온 KPC를 다시 조우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 청혼 > 주문에 걸려있을 때의 기억은 희미하게 남아있습니다. 적절한 백스토리 날조가 필요하겠습니다.
▶ 배경 설정 정보
KPC와 탐사자는 "쿤나블리아 사립학교" 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탐사자는 성적 우수생 혹은 예체능 특기생 중 하나로 학교에서의 평판은 좋은 쪽에 속하는 사람이나 자유롭게 개변하셔도 괜찮습니다. 어쨌든 선생님들의 인상에 강하게 남아있는 학생들 중 하나로, 장학 혜택이나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혜택의 대상자로 재학하고 있었습니다.
이 학교는 어떤 경우에도 도중에 전학생을 받지 않았습니다. 괴물의 난입을 제외한다면 앞으로도 전학생은 없을 거예요. 그러나 그런 탐사자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늘 선생님 홀로 들어오시던 앞문이 열리고, 추방했을 괴물이 느슨한 걸음으로 걸어와 탐사자를 향해 손을 팔랑팔랑 흔듭니다. 선생님은 언젠가 들었던 것과 같은 이야기를 졸음에 취한 것 같은 어투로 서서히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여러분들에게 소개할 학생이 있습니다. 쿤나블리아는 올해부터 전학과 편입학을 허용하기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완벽한 학교에 걸맞는, 완벽한 사람이 되어 더욱 정진해주기를 바랍니다. 자기소개를 할까요?"
▶ 미리 살펴보면 좋은 페이지
룰북 288P 로이고르 (변형)
룰북 287P 도울
룰북 244P 고르고로스의 변신
시나리오의 진상
오래된 낡은 괴물 KPC가 사라진 뒤로 쿤나블리아는 평화로워졌습니다. 비록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기분 변화와 예전처럼 평온하게 유지되지 않는 기분 탓에 불안해하긴 했지만, 1D12개월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오래된 것이 자리를 비우면 그 자리에는 반드시 사악한 것이 자리를 잡기 마련이지요. KPC가 보듬어왔던 쿤나블리아는 오랜 세월 신화생물의 보살핌 속에 있었기 때문에 특유의 기운이 묻어있습니다.
그러한 공동 속으로 기어든 것은 "도울" 중 하나로, 이 괴물은 쿤나블리아의 학교 아래 자리한 거대한 동굴 속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KPC처럼 학생들의 감정을 양분으로 삼아 먹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것은 도울에게 그다지 효과적인 식사법이 아니었습니다. 피와 살, 단면에서 흐르는 신선한 피가 필요했습니다. 그동안의 긴 공복을 참지 못한 도울은 탐사자가 행한 추방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고한 생물인 KPC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 아닌 돌아올 수 없게 된 것이 아니냐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어린 목숨들이 신선하게 살아 숨쉬는 이곳은 도울에게 잘 차려진 만찬과 같습니다. 마침내 굴 밖으로 몸을 내민 도울은 새학기의 시작에 들떠있는 신입생 중 하나를 집어 삼키게 됩니다. 도울의 점액질에 갇힌 가여운 신입생 그 아이는 자신의 생에에 부여된 운을 모두 사용하여 가까스로 점액질 밖으로 탈출하지만, 빠져나오는 것이 너무 늦었습니다. 숨이 멎은, 이제 덜 신선해진 그것을 아껴가며 씹어 먹은 도울이 남긴 잔해가 바로 벚나무 가지에 걸린 팔, 혹은 다리입니다. 시나리오 내에서 탐사자는 도울과 마주치게됩니다.
기본적으로 도울에게 치인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지만, 탐사자는 < 사랑이여 당신의 이름을 잊지 마소서 > 의 힘을 사용하여 도울의 일부를 도려낼 수 있습니다. 도려낸 도울의 일부를 먹으면 로이고르인 KPC에게 그 몸이 종속되게 됩니다. 즉, 도울은 KPC가 있는 곳에서만 머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탐사자가 다시 한 번 KPC를 외우주의 어딘가로 추방한다면, 공동에 자리잡은 이 도울은 자연히 KPC를 따라 추방되겠지요.
시나리오의 진행은 KPC와 탐사자의 성격에 따라 자연스럽게 개변하여 진행하셔도 괜찮습니다. 시나리오내에서는 "한 차례 외우주로 추방되었던 KPC는 추방의 영향으로 탐사자가 자신에게 하는 일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함" 을 기본으로 두고 있지만, 모든 것을 다 알면서도 기꺼이 괴물의 살점을 먹어주고, 탐사자가 자신을 추방하면 그마저도 받아주는 절절한 순애보를 자랑하는 KPC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도울을 쿤나블리아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방법은 KPC와 묶어 외우주로 추방하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만약 부패와 화향의 가시 시나리오를 진행하며 탐사자가 < 사랑이여 당신의 이름을 잊지 마소서 > 를 소실했다면 적당한 타이밍을 봐 늪 기저의 뼈에서 단검을 새로 만들어야합니다. < 화향의 징표 >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KPC가 돌아온 시점은 이미 도울이 학생 2~3명을 습격한 이후로, 도울은 KPC가 돌아왔다는 것을 직감하며 이전보다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화생물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에 인간에 불과한 탐사자가 우열을 매기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도울이 KPC와 조우하는 것을 피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을 것입니다.
주문 : 고르고로스의 변신
비용 : 마력 6+ ; 정신력 5 ; 이성 2D6
시전 시간 : 1D6 + 4분술자는 자신의 외형을 바꿀 수 있습니다. 변경할 수 있는 형태에는 제한이 없으며, 술자의 능력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술자는 자신이 "소화" 시킨 것들에 한하여 외형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한 번 시전하면 효과는 영구적입니다. 따라서 본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한번 더 주문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 주문은 타인에게 사용할 수 없으며,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자신의 일부를 섭취한 후 "소화" 해야합니다.
시나리오 내에서 탐사자가 도울을 속이기위해 자연물의 형태를 취한다면 흙을 주워먹는 탐사자를 볼 수 있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시나리오 내에서는 KPC의 일부를 탐사자가 섭취한 뒤, KPC의 모습을 경계하며 신중히 행동하려는 도울의 일부를 < 사랑이여 당신의 이름을 잊지 마소서 > 단검을 통해 일부 체취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어있습니다.
아이러니한 일이에요, KPC의 거죽으로 괴물에게 피를 내고, 그것을 도로 KPC에게 먹여야 하다니. 지루한 학교 생활을 뒤집어 놓는 커다란 사건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주문 : 로이고로스의 포식 (창작)
비용 : 이성 손실 없음
시전 시간 : 즉시로이고로스가 알고 있는 1D4개의 주문 중 하나입니다. 로이고로스는 자신이 "섭취" 한 것에 한하여 지배권과 생사여탈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섭취한 신화생물은 로이고로스의 상관관계, 우열과 무관히 로이고로스의 그림자 속에 1D12개월동안 종속됩니다. 대상을 종속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상의 "살점"을 섭취해야합니다. 소량의 피, 신화생물의 특징을 상징하는 일부 (점액, 피부, 흔적 등) 로도 로이고로스의 포식을 발동할 수 있습니다. 로이고로스가 무언가를 "섭취" 한 순간부터 로이고로스의 의사와 무관하게 "종속" 이 진행됩니다.
0. 본문
1. 도입
저기 말이야, 사람들은 꿈 속에서 보통 뭘 하지?
나? 나는 폐부 안에 꿈 대신 네 이름을 채우고 있었어.
기숙사 밖으로 나서는 걸음이 유독 가볍습니다. 따사로운 봄날, 이제 조금씩 더워지기 시작한 날씨가 교정을 걷는 우리와 새로 입학한 신입생들을 반기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여러모로 바쁜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빡빡하기 그지없는 학사일정, 적당히를 모르고 쏟아지는 과제들. 선생님들은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보다 더 엄하게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괴물이 손쉽게 가져다주던 영광이 사라졌으니 그만큼 더 열성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야합니다. 학생들의 고난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전에는 가만 있어도 자신의 기분을 누군가 제어해주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감정에대한 책임은 스스로 짊어져야합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지만, 쿤나블리아의 학생들에게는 그리 당연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심연에 몸을 웅크리고서 학생들의 무른 사춘기를 만끽하던 괴물이 사라진지 1D12개월, 그동안 쿤나블리아의 모습은 조금씩 변했습니다. 학생들은 이전보다 조금 더 자주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교칙을 어기는 학생들이 늘면서 이전보다 지켜야 할 규칙들이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우수한 장학생들의 눈부신 성과도 조금은 꺾이는 듯 했지만, 성실한 학생들은 꾸준히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학생의 책임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여러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겠죠, 누군가는 공부, 누군가는 성실할 것, 누군가는 규칙을 잘 지킬 것... 탐사자는 어떻게 말할까요? 괴물에 싸워 이기는 것? 괴물이 원하는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 괴물이 다시 돌아오지 않도록 학교를 지키는 것? 어느 쪽이든 개인이 짊어지기에는 퍽 무거운 일일테지요.
그래도, 교정으로 나서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다채로운 색의 감정이 걸려있습니다. 희미한 미소, 곧 다가올 시험에대한 불안, 룸메이트를 향한 불만, 쿤나블리아에 입학했다는 설렘... 사건은 벚나무 아래를 지나갈 때 막 벌어졌습니다.
"어?" 하고, 누군가 의아한 소리를 냈습니다. 뺨 위로 축축한 것이 뚝 떨어져 맺히고 서늘한 끈적임을 남기고 멀어집니다. 손등으로 뺨을 문질러보면 검붉은 것이 으깨진 벌레의 시신을 닦아내는 것처럼 묻어 나옵니다. 그것은 발목에 엉기던 어둠을 닮았습니다. 탐사자가 각려한 끝에 쟁취한 안락함을 단번에 아득한 우주 아래로 밀어낼 수 있을듯한 이물질이 거기 묻어있습니다. 심장 안으로 자박자박 걸어 돌아오는 것 같은 이방인이 탐내던, 당신의 몸 안에 흐르고 있는 생명수를 닮은 빛입니다. 누군가 기다렸다는듯이 비명을 내지르는 가운데, 탐사자는 정신력 판정입니다.
판정 성공시 ▶ 정신을 차리면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벚나무 가지를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감정을 지배하는 사특한 벌레에게 농락당했던 탐사자라면 누구보다도 분명히, 그리고 빠르게 자각할 수 있습니다. 고개를 드는 것을 멈출 수 없습니다. 불온한 것을 직시하는 일을, 도무지 피할 수 없습니다. 몸의 근육이 절로 팽창하기 시작하고, 서늘하게 식은 등줄기를 따라 이름 모를 벌레가 기어드는 것 같은 느낌이 당신을 지배합니다. 이성 판정 0/1.
판정 실패시 ▶ 문득, 고개를 들고 싶어집니다. 언젠가 느껴보았던 이질적인 감각이 손가락 끝에 희미하게 남아있지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누구나 몸에 무언가 차가운 것이 떨어지면 하늘을 쳐다보잖아요.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탐사자가 이상한 것이 절대로 아닐 거예요... 쿤나블리아에서는, 이 모든 것이, 몹시도, 당연한...
꽃이 만발한 벚나무 가지 위, 무언가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처음에는 한 가지라고 생각했지만, 대체 뭘 먹고 이렇게 자랐을까 싶은 거대한 벚나무 가지 여기저기에 흩어진 것들이 시야가 확산됨에 따라 망막 안쪽으로 파고듭니다. 이런 것들은 아무리 애를 써도 좀처럼 뇌리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습니다. 어디에서 날아온 것인지 모를 까마귀 한마리가 벚나무 가지 속으로 파고들어 앉습니다. 보통이라면 느껴지지도 않을 그 희미한 움직임에 벚나무 가지에 위태롭게 걸려있던 신체의 일부가 퍽 터지는 소리를 내며 학생들 틈으로 떨어집니다.
걸린 사지의 단면에서는 여전히 검붉은 피가 고여 조금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구역질나는 광경입니다. 괴물을 상대하는 동안에도 괴물은 그 나름의 불본의에 따라 탐사자를 정중하게 대해줬을 겁니다. 사람의 신체 단면을 보여준다던지, 거기에서 떨어지는 핏방울 같은 것을 보게 한다던지 하는 일 따위는 없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괴물을 상대하는 일보다 끔찍할지도 모릅니다. 기다렸다는 듯 누군가의 날카로운 비명이 이어지지만, 서서히 썩어들어 구더기가 들끓기 시작한 단면 안쪽의 붉음은 여전히 탐사자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탐사자는 직감할 수 있습니다.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집요함, 맛있는 음식을 보는 것같은 시선. 영문 모를 적의, 적의 안에 나긋한 형태로 몸을 웅크리고 있는 호의. 그리고, 사람을 머리부터 씹어 삼켜버리고 싶은 허기. 모두 탐사자에게 익숙한 것입니다. 탐사자만큼은 알 수 있습니다. 익숙한 것입니다. 이 무고한 교정 안에, 괴물이 돌아와 다시 자리를 잡은 모양입니다.
2. 벽을 기어다니는 것.
담임 선생님과 사감 선생님의 인도로 당혹스러운 아침을 맞이한 학생들은 필요에 따라 교실로 이동하거나, 기숙사 방 안으로 이동했습니다. 순식간에 흉흉해진 학교의 분위기가 피부로 느껴질 듯 합니다. 몇 사람은 어찌나 상심을 했는지 믿을 수 없는 길목의 풍경에 그대로 넋을 놓았고, 덕분에 양호실 침대에 빈자리가 없는 새 역사가 쓰였습니다.
어디에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쿤나블리아 안으로 돌아온 괴물은 지금도 학생들을 노리고 있을 것입니다. 탐사자는 관찰 판정입니다.
판정 성공시 ▶ 교실에 모여있는 학생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봅시다. 얼핏 불안함으로 통일된 것 같은 감정이지만 저마다의 것은 조금씩 다른 색을 덧입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을, 누군가는 공포를 삼키고 있습니다. 정말, 당신이 아는 괴물이 돌아왔다면 모든 형태가 동일할텐데...
판정 실패시 ▶ 교실 안에 모여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괴물이 자주 그렇게 만들었던 것처럼요.
선생님들은 자세한 상황을 이야기 해주지 않습니다. 쿤나블리아에서 자살한 학생이 발생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니지만, 그런 방식으로 죽길 택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요. 그러나 학생의 투신 자살 때와는 달리 조용히 묻고 지나갈 수 없는 부류의 일인만큼, 어쩌면 간만에 쿤나블리아 안으로 외부인이 들어올 수도 있겠습니다. 괴물을 쫓아내는데 경찰이 얼마나 힘을 보태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요. 적어도 괴물에게 인간의 공권력은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호소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비웃을지도 몰라요, 탐사자의 구역질나는 괴물이라면요.
선생님들은 교무회의를 진행중인지 자습하라는 말을 남기고 교실을 둘러보지 않습니다. 완벽한 학교지만 괴물에게 통솔되었던 역사가 길어 그런지 이런 일이 일어나면 교사들의 대응에는 곧잘 이런 구멍이 발생하고는 했습니다. 정말 괴물이 돌아왔다면, 왜 탐사자에게 찾아오지 않는 것일까요? 자신을 알 수 없는 곳으로 추방한 미개한 인간을 가장 먼저 찢어 죽이려 덤빌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을만큼 아주 먼 곳에서 개과천선이라도 해 돌아온 것이 아니라면 기대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이대로 교실에 앉아 선생님들의 결론을 기다릴 수만은 없겠죠. 정말 괴물이 돌아왔다면 탐사자의 눈으로 확인해야합니다. 이번에는 어떤 구실로 사람을 그렇게 무참하게 찢어 죽였는지, 눈으로 봐 둘 필요가 있습니다.
(KP정보 :: 이어 탐사자의 조사 행동을 진행합니다. 화향의 징표로 추방되었던 KPC가 촛대가 있는 위치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탐사자라면 가장 먼저 촛대가 있는 곳을 찾아갈 수도 있겠습니다. 사용한 촛대를 교장실에 돌려놓았는지, 탐사자가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주세요. 교장실에 돌려놓았다면 KPC는 자연스럽게 다음 날 다시 "전학생"의 타이틀을 달고 탐사자의 교실로 들어옵니다. 탐사자가 촛대를 소지하고 있다면 기본적으로 탐사자의 기숙사로 돌아오지만, 기숙사 방에서 탐사자를 기다리는 것보다 몸을 숨기고 신성한 교정에 시체를 전시한 괴물을 찾아다니는 것이 자연스럽겠습니다. 물론 탐사자의 방에서 그를 기다려도 괜찮습니다. 막 외우주에서 돌아온 참이잖아요, 나눌 이야기가 많을지도 모릅니다.)
정적이 내려앉은 가운데 교실 문을 밀고 나서면, 몇 사람인가 복도에 모여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인솔 하에 교실로 왔지만, 교실에 가만 앉아있는 것이 불안했던 학생들입니다.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거나, 듣기 판정으로 대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판정 성공시 ▶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는 걸 들었는데, 아침의 그 학생 말이야. 신입생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몇 반인지는 못 들었어?"
"3반이라고 했던 것 같아, 그런데 아직 머리를 못 찾았다고 하던데."
판정 실패시 ▶
"아침의 그 애 말이야..."
"... 신입생... 맞다면 몇 반이지?"
"그런데 아직 몸을 다 못 찾았다고 하더라."
사고를 당한 학생이 신입생이라면, 신입생들이 사용하는 건물로 이동해 둘러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괴물은 언제나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실로 영악한 생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시도하기 어려운 악의를 남기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악의를 두려워하게 만듭니다. 인간의 감정을 제어하는 것에 능숙한 괴물이 선택할 법한 행위입니다.
복도의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일어난 사건과 다르게 만발한 봄이 한창입니다. 나부끼는 벚꽃, 새파랗게 뻗은 하늘이 분명 평화로울텐데 교정은 순식간에 감옥과 비슷한 곳으로 형태를 바꿨습니다. 탐사자는 언제쯤 괴물의 아가리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까요? 먹을 것은 지천에 널려있는데 목구멍 안으로 삼킬만한 것이 하나도 남지 않은 기분입니다. 허천이라도 들린 것처럼, 자꾸만 들판을 맨손으로 긁게 만드는 초조함... 괴물이 남긴 잔해들.
[ 조사 포인트 : 신교사 건물 ]
신교사 건물 ▶ 긴 다리를 지나 건너올 수 있는 신입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건물입니다. 기숙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쿤나블리아에서는 신입생들만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을 신교사 건물에 따로 두고 있습니다. 도서관에 배치된 도서 목록은 비슷하지만, 전교생이 이용하는 구교사의 도서관과 달리 신입생들만 대여할 수 있기 때문에 보유하고 있는 책의 상태는 신교사 도서관의 것이 더 좋습니다. 마찬가지로 신입생들만 이용할 수 있는 음악실, 최근 쿤나블리아에서 괴물이 사라지며 눈에 띄게 떨어진 신입생들의 수학 성적 향상을 위해 마련된 수학 준비실, 역사관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도서관 ▶ 쿤나블리아의 신입생들만 사용할 수 있는 도서관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학교에 일어난 이변과 달리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의 사단 때문에 도서관은 텅 비어있습니다. 사서 선생님도 교무 회의에 참석하셨는지, 책상은 텅 비어있습니다. 빼곡하게 정리된 책장, 책을 읽기 위한 책상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의 책장 ▶ 라벨들이 깨끗하게 붙어있는 책들이 빈틈 없이 꽂혀있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불쾌한 취미였던 필사에 이용된 고전 문학 책들이 책장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내내 빛을 보지 못하다가 아주 우연한 계기로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문학가들의 이름도 여럿 보입니다. 탐사자는 관찰 판정입니다.
판정 성공시 ▶ 책장의 책들은 모두 라벨에 붙은 숫자를 따라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문학 서적들 사이에 백과사전이 하나 끼어 들어가 있네요.
판정 실패시 ▶ 책의 이름을 하나씩 읽어봅시다. 폭풍의 언덕, 오만과 편견, 신곡... 백과사전?
도서관의 백과사전 ▶ 쿤나블리아의 입학생이라면 사실 펼쳐볼 일이 없을 백과사전입니다. 이제 막 글자를 읽기 시작한 아이들이 그림과 함께 단어를 외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입니다. 책의 표지는 물론 책등에도 사람의 손이 탄 흔적은 별로 남아있지 않습니다. 책을 펼쳐본다면, 근력 판정입니다.
판정 성공시 ▶ 책의 페이지가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애써 책을 펼쳐보면 책의 페이지에 끈적한 점액질같은 것이 지저분하게 달라붙어 있습니다. 순식간에 사람의 기분을 망쳐놓는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것입니다. 점액이 달라붙은 페이지는... 곤충 백과 페이지입니다.
판정 실패시 ▶ 책의 페이지가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힘껏 책을 잡아 당겨 펼치면, 책등이 찢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탐사자는 괴물을 추방했기로서니 보통 사람입니다. 책이 이렇게 쉽게 찢어지나? 단면을 살펴보면 찐득한 무언가가 페이지에 달라붙어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책을 펼치기 어려웠나봅니다.
사서 선생님의 책상 ▶ 사서 선생님이 업무를 보는 용도로 사용하는 사무용 책상입니다. 출입기록부, 도서대여부, 도서관리부 등 서류철로 묶인 종이들이 놓여있습니다.
출입 기록부 ▶ 도서관에 출입한 학생들의 이름이 남아있습니다. 전부 낯선 이름들입니다. 신입생들의 이름이니까요, 눈에 익숙한 이름이 없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기록부를 읽다보면 탐사자는 자료조사 판정입니다.
판정 성공시 ▶ 유독 심야에 가까운 시간에 도서관을 자주 찾아온 학생이 있습니다. 이름은 [ 루카스 밀러 ] 로, 기숙사는 소등 시간이 지나면 밖으로 나올 수 없는데, 담임 선생님의 허가를 얻었는지 교사의 도장이 학생의 이름 위에 찍혀있습니다.
판정 성공시 ▶ 학생들의 이름은 고만고만합니다. 출입한 시간은 천차만별이네요. 한결 자유로워진 쿤나블리아의 분위기를 출입기록부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달 도서관을 가장 자주 찾아온 학생의 이름은 [ 루카스 밀러 ] 입니다.
도서 대여부 ▶ 책을 빌려간 학생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여한 날짜와 언제 책을 돌려놓았는지 교차 검증을 할 수 있습니다. 탐사자는 자료조사 판정입니다.
판정 성공시 ▶ 이번 달 가장 많이 대여된 책은 [ 백과사전 ] 입니다. 의외의 기록이네요. 가장 마지막으로 [ 백과사전 ] 을 대여한 것은 바로 어제 저녁입니다. 그러나 이상한 일입니다. 책을 반납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장에 꽂혀있던 것은 분명...
판정 실패시 ▶ 이번 달 책을 가장 많이 대여한 학생은 [ 루카스 밀러 ] 입니다. 가장 마지막으로 책을 대여한 것은 어제 저녁이네요.
도서 관리부 ▶ 어떤 책이 신간으로 들어왔는지, 책의 어디를 수선했는지 기록된 관리부입니다. 신입생들은 주로 역사와 수학 교과목을 공부하기 때문에 문학 책들의 대여 비중이 낮습니다. 모처럼 책장에 가득 채워두었는데, 제대로 읽은 학생은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음악실 ▶ 도서관보다는 그래도 오래된 티가 나는 음악실입니다. 1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학교에 두기에는 굉장히 호화스러운 피아노와 바이올린들이 놓여있습니다. 방음 설비가 잘 되어있는지, 문을 닫고 들어오면 어쩐지 바깥 세상과 완전히 격리된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음악실의 피아노 ▶ 건반을 눌러보면 우아한 소리가 맑게 퍼집니다. 하나씩, 하나씩 건반을 눌러보면... 탐사자는 듣기 판정입니다.
판정 성공시 ▶ 음악을 전공한 탐사자가 아닌 이상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잡아낼 수는 없지만, 피아노 음과 음 사이에 미세하게 조율이 덜 된 것 같은 부분이 귀에 걸립니다. 파열음 비슷한 것이 나는 것도 같습니다. 피아노의 뚜껑을 열어볼까요?
판정 실패시 ▶ 소리들은 모두 우아합니다. 비싼 피아노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쩐지, 특정 건반을 누를 때 다른 건반에 비해서 힘이 더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피아노의 뚜껑을 열어볼까요?
(KP정보 :: 피아노 안에는 피해 학생의 신체 일부가 들어있지만, 조율을 통해 다른 장소에 배치하는 것으로 변경하거나 묘사를 최소화하여 진행하셔도 괜찮습니다.)
피아노의 안 ▶ 뚜껑을 열면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은 형용할 수 없는 이상한 냄새입니다. 무언가 부패하는 것 같은, 괴물에게서 느껴지던 끔찍한 냄새가 거기 눌러붙어 있습니다. 오기로 버틸 수 있는 냄새가 아닙니다. 탐사자는 관찰 판정입니다.
판정 성공시 ▶ 피아노의 안쪽, 벌겋게 물든 피아노 줄 아래로 덩어리 같은 것이 뚝 떨어져 있습니다. 형체를 정확하게 알아보기는 어렵지만 사람의 머리입니다. 단면에서는 아침의 사지와 마찬가지로 시뻘겋게 고인 핏물이 서서히 베어나오고 있습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게진 머리에서 아직까지 피가 나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검은색 머리카락이 바닥에 피와 함께 들러붙어 있습니다. 이성 판정 0/1.
판정 실패시 ▶ 피아노의 안쪽, 벌겋게 물든 피아노 줄 아래로 덩어리 같은 것이 뚝 떨어져 있습니다. 형체를 정확하게 알아보기는 어렵지만 사람의 머리입니다. 검은색 머리카락이 아무렇게나 뒤엉켜 있습니다.
바이올린 ▶ 조율을 끝낸 바이올린들입니다. 음악 특기생들은 각자 악기를 가지고 있지만, 일반 학생들은 이 바이올린을 사용해 음악 수업에 참여합니다. 바이올린 케이스들이 아무렇게나 쌓여있습니다. 쿤나블리아에서는 보기 어려운 일입니다.
바이올린 케이스 ▶ 누군가 구석으로 몰아둔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모양새로 바이올린 케이스들이 쌓여있습니다. 손으로 밀어보면, 탐사자는 정신력 판정입니다.
판정 성공시 ▶ 가장 높은 곳에 놓여있던 바이올린 케이스 하나가 뒤쪽으로 넘어가자, 그 아래 자리하고 있던 바이올린 케이스들까지 하나 둘 무너져 아무렇게나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그 안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기분 나쁜 냄새를 풍기는 거대한 점액 덩어리입니다. 어째서인지, 그것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눈을 감고 싶지 않은데, 몹시도 이질적인 형태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자꾸만... 깜빡. 이성 판정 0/1.
판정 실패시 ▶ 가장 높은 곳에 높여 있던 바이올린 케이스 하나가 뚝 떨어지며 탐사자의 머리를 때립니다. 이런... 케이스들이 쌓여있던 안쪽을 바라보면 텅 빈 공간이 보입니다. 방금, 무언가 흐릿하게 있었던 것 같은... 그러나, 분명히, 기분 탓, 이겠죠?
음악실의 방음 설비 ▶ 손으로 벽을 만져보면 두께감이 느껴질 정도로 완벽한 설비를 자랑합니다.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밖에서는 알아차리기 어렵겠습니다. 사람을 세상과 단절시키는 것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소리를 차단하는 것만큼 효율적인 것은 없을 것입니다. 몹시도 고용한 곳에 사람이 홀로 떨어지면 심박음만으로도 머리가 이상해진다고들 하잖아요, 마치, 지금, 쿵쿵, 하고, 몸의 안쪽에서부터 누군가 열고 나와버릴 것 같은 이 기괴함은... 무언가 거대한 것이 발 아래로 지나가는 것 같은 진동은, 탐사자의 심장 소리겠죠.
수학 준비실 ▶ 최근 1층에 새로 만든 교실입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도서관, 음악실과는 다르게 새로 칠한 페인트 특유의 냄새가 아직 희미하게 남아있습니다. 환기를 위함인지 다른 교실들과 다르게 창문이 열려있지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래 있으면 오늘 밤은 두통에 시달릴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은 사람에게 달라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부류의 것들입니다. 봄철 특유의 눅눅한 바람, 이빨 자국처럼 몸에 남아 사라지지 않는 온기, 이름을 부르는 기분 나쁜 목소리... 그런 것들은 대체로 비슷한 색을 하고 있습니다. 나열된 책상과 떨어진 교과서, 수학 준비실의 칠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수학 준비실의 책상 ▶ 과연, 예전 교장실에서 살펴온 새로운 비품 목록에 들어있던 책상들이 모두 이곳에 배치된 모양입니다. 탐사자가 사용하는 책상과는 조금 다른 디자인의 깔끔한 책상들이 놓여있습니다. 책상들을 하나 둘 살펴보다보면, 맨 뒷줄 책상 가운데 서랍 안쪽에 노트 한 권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책상의 노트 ▶ 노트에 붙어있는 이름은 [ 루카스 밀러 ] 입니다. 신입생인지 1학년이라고 적혀있습니다. 페이지를 넘겨보면, 수학 공식 대신 다른 것이 탐사자를 맞이합니다. 새카맣게 칠해진 페이지가 스무 페이지는 넘게 이어져있습니다. 정독실에 붙어있던 그림과 비슷한 형태지만... 탐사자는 관찰 판정입니다.
판정 성공시 ▶ 과연, 새카맣게 물든 어둠이라고 하면 정독실의 그 그림과 유사하겠지만 연필로 덮어씌웠기 때문인지 군데군데 희게 남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 사이에 글씨 같은 것이 희미하게 남아있습니다. "벌레" "거대한 지렁이" 등, 곤충과 관련된 글씨같습니다.
판정 실패시 ▶ 새카맣게 칠해진 페이지 뒤쪽을 살펴보면 연필을 눌러쓴 자국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열심히 칠했기 때문인지, 그 글자를 알아보는 것은 어렵습니다.
떨어진 교과서 ▶ 수학 교과서가 한 권 떨어져 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교과서를 뒤집어보면 [ 루카스 밀러 ] 라는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책은 사용한 흔적 없이 깨끗합니다. 수업에 전혀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수학 준비실의 칠판 ▶ 하루에도 몇 번씩 동일한 수학 공식을 써내려가고, 지우길 반복하는 칠판입니다. 분필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있지만, 그 글씨들을 모두 헤아려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칠판 오른쪽 하단에는 수업 참여도가 낮은 학생들의 이름을 자주 적었던 것인지, 비교적 분필 자국이 분명하게 남아있습니다. 한 이름은 칠판이 깨끗한 상태인데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 루카스 밀러 ]
역사관 ▶ 교장실 벽과 카페테리아 벽에 붙어있던 액자들을 옮겨 전시해둔 역사관입니다. 저번달부터 신설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안으로 들어서면 아직 학생들이 많이 오가지 않았는지 깨끗한 느낌을 줍니다. 탐사자라면 이미 한 번씩 본 액자들이 걸려있습니다. 몇 개의 이름은 깨끗하게 지워져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상한 편지에서 암시하는 이름들도 더 이상은 찾아볼 수 없지만... 탐사자는 관찰 판정입니다.
판정 성공시 ▶ 액자는 모두 못에 박혀 얌전히 걸려있습니다. 자그마한 종이 위에 박제된 역사들은 잊혀질 기회를 박탈당한 것들입니다. 그런 액자들을 하나 둘 바라보고 있으면, 액자 아래로 무언가 흘러내린 자국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판정 실패시 ▶ 액자는 모두 못에 박혀 걸려있습니다. 자그마한 종이 위에 박제된 역사들은 잊혀질 기회를 박탈당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조금 이상하네요. 완벽을 추구하는 쿤나블리아라면 분명 액자도 반듯하게 걸어둘텐데, 어쩐지 조금씩 묘하게 기울어 있는 것이...
액자의 자국 ▶ 피나 물 같은 것은 아닙니다. 피였다면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고, 물이었다면 이렇게 선명한 자국이 남지 않았을 것입니다. 액자 아래쪽으로 무언가 흘러나온 자국들은 역사관의 벽면을 타고, 전체가 하나의 덩어리로 이어져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무언가 벽의 뒤로 기어간 것 같은 흔적입니다. 이성 판정 0/1.
(KP 정보 :: 탐사자가 조사를 끝냈다면 적당한 핑계를 만들어 탐사자를 기숙사로 돌려보냅니다. 담임 선생님이 탐사자가 교실 밖으로 빠져나간 것을 다른 학생들에게 들어 방송을 했을 수도, 우연히 들어온 사감 선생님이 탐사자를 발견했을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에게 피아노 안에서 발견한 것을 보고해도 괜찮습니다. 탐사자가 선생님에게 보고한다면 선생님들은 곧바로 음악실을 조사하기 위해 이동합니다. 탐사자는 사감 선생님 없이 혼자 기숙사로 돌아가야겠지만, 괴물의 애착 대상인 탐사자에게 기괴한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괴물에게 사랑받는 것보다 더 기괴한 일이 어디 있겠냐마는, 적어도 탐사자는 오늘 아침의 신입생처럼 팔 다리가 찢어질 일은 없을 것입니다. KPC에게 별난 취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요.)
3. 사람들은 꿈 속에서 무엇을 하지?
기숙사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여느때와 다를 것 없는 분위기가 탐사자를 맞이합니다. 학생들은 모두 방 안으로 들어가있는지 기숙사의 중앙 현관은 고요하기 그지없습니다. 하긴,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일거예요,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 그런 것을 보게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교정은 학생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어린 목숨들의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하지 않습니다. 보드라운 머리카락을 지켜주지도, 화려하게 휘는 눈매를 보호해주지도 않습니다. 나긋한 목소리, 입 안의 작은 혀, 이름을 부를 때면 스치는 이빨 같은 것들은 선생님들이 지켜줄 수 없는 부류의 것일테지요. 그것을 완벽하게 수호할 수 있는 존재는 탐사자가 이미 이 안온한 교정 밖으로 추방해버렸습니다. 그래요, 분명히 추방했을텐데...
계단을 밟아 오르면 오를수록 정적이 깊어집니다. 이제는 손에 잡힐 것처럼 드리워진 고요함이 돌연 버겁게 느껴집니다. 조금만 긴장을 풀면 까무라칠 것 같습니다. 자아가, 자아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것이 화학 약품에 버무려져 반쯤 녹아버린 것 같습니다. 교내를 어떻게 돌아다녔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습니다. 겨우 낯익은 방문 앞에 도착해, 문을 열고자 하면... 탐사자는 정신력 판정입니다.
판정 성공시 ▶ 제대로 보세요, 탐사자. 지금 어디로 들어가려했나요? 여기는 정말 탐사자의 방인가요? 문패를 확인해보면 낯익은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이기도 합니다. 한동안 비어있던 방. 그러나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던 곳. KPC가 사용했던 기숙사 객실입니다.
판정 실패시 ▶ 어서 침대에 눕고 싶어요, 익숙한 시트에 몸을 묻고 오늘 일어난 끔찍한 일들을 꿈 속으로 밀어버리고 싶습니다. 눈이 감길 것 같습니다. 위태롭게 휘청이려는 탐사자의 걸음을, 누군가 부축해준 것 같기도 합니다.
"탐사자."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간악함이 녹아있습니다. 흉완한 목소리가 탐사자의 이름을 부르고 있습니다. 고막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 물에 빠진 사람처럼 자꾸만 몸뚱이를 끌어당겨 숨을 쉴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압박감. 순간과 순간 속으로 아무렇지 않게 끼어드는, 탐사자의 이방인.
눈 앞에 서있는 것은 KPC입니다. 보이는 풍경은 여전합니다. 여느 학생의 기숙사 객실과 다를 바 없이 평온한 공간. 주인을 잃었을 고휼한 곳을 돌보듯 뻗은 벚나무 가지가 창틀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긴 밤, 맞물려 순리에 맞게 돌아가던 톱니바퀴 밖으로 어느 날 뚝 떨어져버린 태엽과 그 고장난 태엽의 절실함에 대답하듯 살랑이는 벚꽃잎. 뼛가루처럼 희미하게 반짝일 뿐인 별, 잎사귀 사이로 고개를 숙인 빛들이 쏘아내는 시선이 KPC의 뒤를 곧 효수될 존재들처럼 따르고 있습니다. 탐사자는 크룰루 신화 판정 or 정신력 판정입니다. 적절히 원하시는 기능치를 사용해 판정해주세요.
판정 성공시 ▶ 뒤틀리는 몸뚱이, 썩어 부스러지는 와중에 다시 재생되는 새카만 피부. 그 안에 자리한 우주의 섭리, 쏟아지는 별가루, 뼛가루, 허옇게 말라붙어 굳어버린 고름... 뻗어 나오는 KPC의 팔에는 뱀의 비늘과 같은 것이 박혀있습니다. 벌어진 아가리에서는 탐사자의 이름 대신 씹어 너덜너덜해진 혀가 놓여있습니다... 이성 판정 0/1D8.
판정 실패시 ▶ KPC의 모습은 이전 그대로입니다. 추방한 보람도 없이 여전히 매끄럽고 순한 얼굴을 하고 탐사자를 바라볼 뿐입니다. 그러나 무언가, 송곳같은 시선이, 탐사자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습니다. 일순,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이성 판정 1/1D4.
(KP 정보 :: 뒤이어는 롤플레잉을 통해 진행합니다. KPC는 기본적으로 오늘 아침, 혹은 어제 저녁 쿤나블리아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시점은 자유롭게 변경하셔도 괜찮습니다. KPC는 촛대가 놓여있는 장소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탐사자에게 한번 더 언급합니다. 그동안 KPC가 얼마나 탐사자를 그리워했는지, 내가 알려준 나의 약점을 적극적으로 써 나를 엿먹이는 과정이 얼마나 기특했는지 탐사자에게 알려줘도 괜찮겠지요. 어찌되었든 간만에 만나는 사이입니다. 끔찍하게 그리웠을수도, 혐오스러웠을 수도 있습니다. 만일 이 시점에 탐사자가 "신입생을 잡아 먹은 것이 KPC냐." 고 묻는다면 KPC는 부정합니다. KPC가 섭취하는 것은 학생들의 신선한 피와 살점이 아닌 정신에서 비롯된 우울함과 공허함, 혹은 기쁨같은 감정 뿐입니다. 쿤나블리아에 있는 동안 제물을 여러번 받았거나 받지 않았겠지만, 그 살점을 입 안으로 털어놓는 일은 없었습니다. 취향에 맞지 않았거든요. KPC에 따라 인육을 즐겨운 경우라면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학생을 잡아먹을 여력이 있었겠어?" 따위의 말로 대응합니다. 심리학 판정을 진행하는 경우 KPC는 실제로 신입생을 잡아먹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쿤나블리아 안에서 이 괴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탐사자입니다. 탐사자가 알아차릴 수 없는 거짓말 같은 것은 없을 거에요. 더불어 KPC는 탐사자에게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탐사자가 KPC에게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거나 이야기 하지 않거나 KPC는 일어난 사건을 대충 파악하고 있습니다. 누가 뭐라해도 이곳은 KPC가 아주 오래 전부터 뿌리를 내리고 살았던 교정입니다. 고작해야 인간 한 명이 1D12개월동안 추구할 수 있는 변화라는 것은 KPC에게 있어 몹시도 약소한 것이었습니다.
괴물을 두 부류로 나누어 보자면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일어난 일을 정사로 치지 않는 괴물과 그 모든 것을 주워담아 병으로 발전시키는 괴물일텐데, KPC는 따지고 보면 후자에 속하는 괴물입니다. 그러니 학생들의 유치하기 그지없는 감정에 기생하여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KPC의 안에 쌓여있는 것은 무수한 학생들이 제 때 털어내지 못한 병입니다. 그것을 감당하느라 피부가 썩고, 고름이 차고, 심장이 허물어지고 있는데 도무지 멈추려 하지 않습니다. 괴물은 그리하여 괴물로 완성되는 것입니다.
"그러게 탐사자,
나를 쫓아낼 때 이 생각을 했었어야지."
"괴물이 있다가 없어지면 이렇게 되는거야,
괴물이 발자취를 남긴 곳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나거든."
"막상 들어와보니 주인이 없는데,
도굴꾼이 어떻게 먹지 않을 수 있겠어."
KPC는 탐사자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늘어놓습니다. 손을 뻗습니다. 탐사자의 야윈 뺨을 어루만지는 손가락은 얼핏 보면 인간의 것처럼 보입니다. 누군가의 뱃속을 가르고 그 안에서 내장을 끄집어낼 것처럼은 보이지 않습니다. 벚나무 가지를 꺾듯 여린 학생의 팔다리를 꺾고, 내키는대로 집어 던지는 미학이 그 안에는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KPC는 뒤집어 쓴 것 같은 다정함으로 한껏 목소리를 치장하여 탐사자에게 이야기합니다. 아직도 모르겠어?
"우리 학교에 네가 모르는 새로운 괴물이 생긴 셈이지."
돌연, 그 말을 끝으로 발 밑이 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모든 순간은 산산조각나 흩뿌려지고 영겁인지 상실인지 모를 상황에 놓여집니다. 보통의 피로와는 다릅니다. 몸의 지배권을 빼앗기는 것 같은 기분. 제대로 사고할 수 없고, 누군가 머릿속을 직접 들여다 보는 것 같은 불쾌한 시선이 따라붙습니다. 그것은 그림자 안에서 시작됩니다. 서서히, 종아리를 타고 올라 등줄기를 지나서, 목덜미를 움켜쥔 다음... 순간과 순간, 상황과 상황, 시간 너머에 있는 시간 속으로 아무렇게나 내던져지는 기분. KPC가 주로 하던 것들입니다. 괴물은 기대감에 찬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괴물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울했습니다. 인간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그 안에 소용돌이 치고 있습니다. 본래부터 KPC의 것이였는지, 혹은 이제껏 집어 삼켜온 학생들의 감정이 모여 그렇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제 잘 시간이에요, 탐사자. 내일도 변하지 않는 일상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4. 늪의 기저.
눈을 뜨면 그곳은 탐사자의 방입니다. 어제 분명 KPC의 방에서 정신을 잃었던 것 같은데, 설마하니 친절을 베풀어 탐사자를 방으로 옮겨주기라도 한 걸까요? 창 밖을 바라보면 여전히 봄 기운이 만발한 하늘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은 이른 시간입니다. 교정을 걷는 학생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고, 시계는 이제 막 아침 일곱시를 지난 참입니다. 꿈으로 순식간에 빠져드는 것은 KPC가 가진 능력들 중 하나입니다.
돌아왔으니 학생들을 다시 지배하기 시작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겠지만, 어쩐지... 여전히 탐사자의 기분은 탐사자의 몫이고, 이전처럼 행동을 강제하는 기분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괴물의 아량인지, 혹은 탐사자가 여전히 괴물의 약점을 쥐고 있기 때문인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습니다. 인간이 아닌 것들의 마음을 인간이 어떻게 감히 헤아릴 수 있겠어요. 괴물의 뱃속에 자리잡은 감정의 형태는 더듬어보는 것이 고작입니다. 탐사자는 결코 그것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을 이해하려면 같은 괴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흉흉한 생각을 털어내며 창가로 가까이 다가서보면, 벚나무가 심어진 교정의 산책로를 따라 선생님들 몇몇이 서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교정의 풍경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기숙사 방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금 이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선생님들은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무언가를 주워담는 것처럼 보입니다. 벚꽃잎을 쓸어 모으는 것은 아니겠지요, 기분 나쁜 예감이 듭니다.
"일어났어?"
탐사자 한 사람만 존재하던 방 안에 이질적인 목소리가 차오릅니다. 사람을 방심하게 만드는 목소리입니다. 아무리 애를 쓰고 경계하려 노력해도 인간의 노력이 무색하게끔 괴물은 능숙하게 틈 사이로 파고들어옵니다. 인간이 가지는 적의를 손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는 것처럼요. 살아있는 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는 기분. KPC는 탐사자의 감정을 제어하는 것에 능숙합니다. KPC의 성향에 따라 기분을 제어하고 있을수도, 그냥 내버려두고 있을수도 있습니다. 모처럼이잖아요, 간만에 다시 만난 특별한 인간에게 괴물이 줄 수 있는 애정을 마음껏 과시해도 괜찮습니다. 누가 KPC를 비난할 수 있겠어요, 어쩌면 괴물의 지배하에 있는 것이 탐사자가 생존하는 것에 유리할지도 모릅니다. 역설적이게도.
KPC의 손가락이 깨끗하게 닦인 창문 위를 훑고 지나갑니다. 보통의 인간이 그러하듯 창문에는 희미한 형태로 지문이 남습니다. 괴물은 뒤집어쓴 인간의 가죽을 몹시도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KPC입장에서는 탐사자와 연결될 수 있는 겉모습이니 포기하고 싶지 않겠지만, 탐사자의 입장에서는 그저 역겹게 느껴질 뿐입니다. 탐사자는 이미 저 하얗게 드러난 피부 아래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너덜너덜하게 찢어진 혀가 부드럽게 꿈틀거리며 제 이름을 부른다는 것을, 싫을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이건 모두 기만일 뿐이에요. 사람도 아닌 주제에, 사람의 흉내를 내면서...
"네가 잠든 사이, 기숙사에서 신입생 한 명이 투신했어."
"투신하는 걸 본 학생이 있는데,
창틀 밖으로 뛰어 내리자마자 신입생의 몸이 사라졌다고 하더라."
"저 인간들이 밤새도록 그 몸뚱이를 찾아 다녔는데..."
"기숙사 창문과는 정반대의 산책로에서 몸을 찾아낸거야."
KPC는 어제 벚나무 가지에 걸려있던 것처럼 투신한 신입생의 사지가 찢어진 상태로 길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탐사자에게 전달합니다. 탐사자가 실제로 보고 왔느냐고 묻는다면 기꺼이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쿤나블리아는 본래 KPC의 지배하에 있던 공간입니다. 새로 파고든 괴물이 아무리 영리하게 군다한들, 한 자리에서 세월에 제 몸을 아낌없이 내어준 주인의 시선을 피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KPC는 더불어 탐사자에게 "그 괴물이 무엇인지 알고 싶으냐." 고 질문합니다. 탐사자의 대답 여하에 따라 "신입생 교실을 열심히 찾아봐라." 혹은 "문헌 관리실을 찾아봐라." 정도로 대꾸해줄 수 있겠습니다. 몹시도 사랑해 험난한 일이라고는 겪게 만들고 싶지 않더라도, 성장해나가는 인간의 등이라는 것은 놓치기 어려운 황홀함을 풍기는 것입니다. 언젠가 제 곁에 서서 새로운 지고한 존재가 될 탐사자에게 가능하면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산책로는 KPC가 말한 사실 때문인지 아침부터 출입이 완전히 통제되었습니다. 자세한 상황을 모르는 학생들은 어제의 일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상황을 알고 있는 신입생 몇몇의 안색은 차라리 죽은 시체가 걸어다닌다고 할 정도로 창백합니다. 교정을 향해 걷다보면 겨우 겨우 걸음을 옮기던 신입생 몇몇이 주저앉아 밀려나오는 구토를 참지 못하고 쏟아내고, 담당 선생님들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그러한 학생들을 다시 기숙사로 데려가거나 양호실로 옮깁니다. 쿤나블리아는 모든 것이 완벽한 학교입니다. 완벽한 교정, 무결한 학생들, 완전한 우리...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교실로 들어서면 어쩐 일인지 창문이 모두 암막 커튼으로 가려져있습니다. 밖으로 보이는 벚나무들을 가리기 위해서겠지요. 모여앉은 동급생들은 어제 일어난 기괴한 사건에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잠시간 소란스러운 교실 안에 묻혀있으면, 문이 열리고 어딘가 멍해보이는 얼굴의 담임 선생님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섭니다. 선생님이 전달하는 바는 간단합니다. 오늘 수업은 전부 자습으로 대체될 것. 더불어 언젠가 한 번 당신의 귀를 스치고 지나갔던 문구가 이어집니다. 열린 문으로 발소리가 파고듭니다. 심장 속으로 자박자박 걸어오는 것 같은 소리. 언제까지고 뒤를 따라올 것 같은 끈질긴 걸음. 능숙하게 걷고 있지만, 실상 이제 막 걸음마를 걷기 시작한 아이의 것과도 비슷한 것. KPC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여러분들에게 소개할 학생이 있습니다.
쿤나블리아는 올해부터 전학과 편입학을 허용하기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완벽한 학교에 걸맞는, 완벽한 사람이 되어 더욱 정진해주기를 바랍니다.
자기소개를 할까요?"
KPC의 자기소개가 끝나면 담임 선생님은 빈자리를 안내합니다. 탐사자의 옆자리여도 좋고, 다른 자리여도 괜찮습니다. KPC는 기본적으로 탐사자와 가까운 곳에 머물고 싶어하지만, 성향에 따라서는 다른 자리를 택해도 괜찮습니다. 괴물은 보란듯이 자신의 요람 안으로 되돌아왔습니다.
하나로도 벅찬 괴물이 둘씩이나 학교에 자리하고 있으니, 도망을 치는 것이 현명한 처사겠지만 굳게 닫힌 교문은 결코 탐사자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우리들은 이 안에서 괴물의 먹이가 되거나, 혹은 괴물의 심장에 촛대를 꽂거나... 괴물에게 사지를 찢기거나 하겠죠. 인간에게는 가혹한 일들 뿐입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던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시간은 변화라는 발자취를 인간의 영혼에 깊게 남기며 속절없이 흘러갑니다. 잡을 수 없고, 잡히지도 않을 것입니다.
(KP 정보 :: 탐사자의 교내 조사에는 KPC가 동행해도 좋고, 그러지 않아도 좋습니다. 롤플레잉 비율을 높이고 싶다면 동행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고 조사와 함께 롤플레잉을 진행하는 것이 어렵다면 탐사자만 학교를 돌아다니게 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탐사자가 신입생들에대해 물어보면 신입생들은 전원 기숙사로 복귀했다고 안내합니다. 동급생이 하루에 한 명씩 엽기적인 방법으로 죽어 시신으로 발견되고 있는데, 이제 막 입학한 학생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혹 탐사자가 KPC에게 "부패와 화향" 을 이용하여 신입생들의 감정을 컨트롤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할 경우, KPC는 얼마든지 그 요구에 응할 수 있습니다. 탐사자에게 대가로 적절한 것을 요구해도 좋고, "나는 너를 사랑하니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며 아량을 과시해도 괜찮습니다. KPC는 괴물입니다. 학교 안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것들은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혹은 탐사자에게 먼저 "내가 신입생들의 기분을 나아지게 할 수 있는데, 어때?" 라며 거래를 제안할 수도 있겠습니다.)
꽃잎은 끝간 데 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화려하게 피는 벚나무 아래에는 사람의 시신이 묻혀있기 마련이라는데, 그 사이 썩어 문드러진 고깃덩어리의 전시관이 되어버린 벚나무들을 두고 떠올리기에는 썩 좋지 않은 생각입니다. 교정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창살이 빼곡하게 꽂혀있습니다. 온 세상이 나서서 알량하기 그지없는 학생들의 목숨을 끊으려 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것이 자의식과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 틈에서 고작해야 십 여년을 살아온 인간이 뭐라고. 고작 학생 하나가 죽는 것이 뭐 어때서... 사람이라는 것은 가만 내버려둬도 언젠가는 허리가 꺾여 죽는데 말이에요. 분명히 그럴텐데...
[ 조사 포인트 : 신입생 교실, 문헌 관리실 ]
신입생 교실 ▶ 평소에는 학생들의 활기찬 목소리로 가득 채워져있던 공간입니다. 지금은 모든 교실의 문이 굳게 잠긴 상태로, 방학이라도 맞이한 것처럼 고요합니다. 어딘가 불길한 분위기가 맴돌고 있습니다. 학생이 벌써 두 사람이나 기묘한 방식으로 죽었기 때문인지, 혹시라도 몰래 들어오는 학생이 없도록 문단속이 철저합니다. 탐사자는 손재주 판정입니다.
판정 성공시 ▶ 잠겨있는 교실의 문 하나를 열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판정 실패시 ▶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겠습니다. 창문을 깨고 들어가야할 것 같은데... 탐사자는 운 판정입니다.
판정 성공시 ▶ 유리가 깨지긴 했지만, 다행히 복도를 오가는 선생님은 아무도 없었는지 달려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교실 안으로 무사히 진입할 수 있습니다.
판정 실패시 ▶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퍼지고,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1학년 담당 선생님이나 순찰을 돌고 있던 다른 선생님에게 발각됩니다. 교무실로 끌려가 벌점을 받거나, 도주할 수 있습니다. KPC가 동행하고 있다면 KPC를 통해 선생님의 감정을 제어해 "이곳에 이상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는 암시를 걸 수도 있겠습니다.
1학년 C반 교실 ▶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는 평범한 교실입니다. 창밖으로 살펴보면 멀지 않은 곳에 역사관과 음악실 건물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교탁에는 학생 명부가 놓여있고, 명부 옆에는 출석부가 펼쳐져있습니다.
학생 명부 ▶ 반에 속해있는 학생들의 이름과 자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이름들은 보이지 않지만... 낯익은, [ 루카스 밀러 ] 라는 이름이 시선을 잡아 당깁니다. 루카스의 자리는... 오른쪽 두 번쨰줄 끝자리입니다.
출석부 ▶ 학생들의 출석 현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각을 한 학생들의 이름에는 붉은 줄이 그어져있습니다. 지각이 잦아 개별 면담이 있었던 학생들이 최근 몇 사람 있습니다. 가장 많이 면담을 한 학생은 [ 루카스 밀러 ] 입니다.
루카스 밀러의 책상 ▶ 수학 준비실, 도서관에서 발견했던 이름의 주인인 학생이 앉는 자리입니다. 책상에는 영문 모를 낙서가 한가득 그려져있습니다. 나뭇결을 무시하고 새카맣게 칠해진 흑연이 손가락 끝에 묻어나옵니다. 기묘한 집념이 느껴집니다. 거기 칠해진 것 만으로도 발끝을 당기게 만드는 불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책상 안에는 작은 노트가 한 권 들어있습니다.
루카스 밀러의 노트 ▶ 신입생이 사용하던 노트입니다. 알아볼 수 없는 글자로 적혀있지만,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 몇 개가 있습니다. "벌레" "거대한 지렁이" "땅굴" ... 노트 안쪽에는 반으로 접힌 페이지가 숨겨져있습니다. 탐사자는 자료조사 판정입니다.
판정 성공시 ▶ 숨겨진 노트 안쪽의 문장들은 흑연으로 문질러 검게 번져있지만, 읽어보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1등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고 했다." "밤마다 침대 밑으로 무언가가 기어다니는 것 같아..." "매끄럽고 요철이 없는 피부를 가진 단짝 친구." 허무맹랑한 소설에 나올 법한 문장이지만, 쿤나블리아 안에 "진짜 괴물" 이 자리하고 있는 탐사자라면 이것이 사춘기 학생의 망상이 아니라는 것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입니다.
판정 실패시 ▶ "매끄럽고 요철이 없는 피부를 가진 단짝 친구." 라는 문장이 페이지 가득 채워져있습니다.
루카스 밀러의 일기 ▶
"친구와는 음악실에서 마주쳤다. 음악실 벽면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벌레였는데, 말을 거는 것이 신기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다른 아이에게 말했지만, 내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친구는 쿤나블리아에 아주 우연히 오게 되었다고 했다. 배가 고프다고. 저녁 식사로 나온 빵을 나눠줬지만, 친구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먹을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것을 먹으면 몸이 썩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고 싶지는 않지만, 고기를 준비해줄 수 있냐는 말은 어떻게 들어주면 좋을지 모르겠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사감 선생님에게 요청하라고 했지만, 생고기를 준비해달라고 말하면 아무래도 의심을 살 것 같은데..."
"친구의 몸이 커졌다. 사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크기라고 한다. 작은 상태로 유지하는 것에는 힘이 많이 든다는데, 나를 만나러 와주는 것이 기쁘다. 음악실에서라면 언제든지 친구를 만날 수 있어."
"친우에 대한 것은 모두 친구에게 알려주어야겠다. 친구는 친우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러니까 친구가 제대로 대비할 수 있게 무엇이든 알려주지 않으면..."
(KP 정보 :: 이어 탐사자는 크툴루 기능 판정, 혹은 정신력 판정입니다. 수호자의 판단 하에 보다 그 외 다른 기능치를 통해 판별해도 괜찮습니다. KPC가 동행하고 있다면 KPC에게 피부를 보여달라고 해도 괜찮고, 여기에서 얻은 정보를 활용해 기숙사 방으로 돌아가 피부를 보여달라고 해도 괜찮습니다. 탐사자는 이미 KPC의 피부를 자주 목격했기 때문에 구태여 확인을 할 필요는 없지만, 보고 싶어하는 탐사자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진행을 어려워하는 탐사자라면 가능한 정보를 다양하게 주는 것이 좋습니다. KPC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고, 마찬가지로 탐사자에게 대가를 요구해도 괜찮습니다.)
판정 성공시 ▶ 루카스 밀러는 끔찍한 방법으로 사망했지만, 사망하기 전까지 교내에 새로이 자리잡은 괴물과 교류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매끈한 피부, 큰 몸뚱이... 이것은 KPC가 아닙니다. KPC의 말대로, 교내에 다른 괴물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겠죠. KPC의 피부는 매끄럽지도, 몸이 크지도 않습니다.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울 뿐입니다. 그 피부에는 우울함이 종기처럼 매달려있고, 뜯겨 나가 너덜해진 살점 안에는 벌레가 들끓고 있습니다. 자그마한 날벌레들이 몸을 떠는 소리는 바람에 우수수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를 닮았습니다. 이성 판정 0/1.
판정 실패시 ▶ 루카스 밀러는 끔찍한 방법으로 사망했지만, 사망하기 전까지 교내에 새로이 자리잡은 괴물과 교류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매끈한 피부, 큰 몸뚱이... 이것은 KPC가 아닙니다. KPC의 말대로, 교내에 다른 괴물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겠죠. KPC와 어떻게 다른지 떠올리고 싶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본능적으로 혐오감이 차오릅니다. 시야가 검게 암전됩니다. 감히 인간이 떠올려서는 안되는 흉물스러운 것을 곱씹으려하면 할수록 뇌수가 타들어가는 기분이 듭니다.
문헌 관리실 ▶ 너무 낡아 도서관에 둘 수 없거나 교육 과정이 바뀌며 쓸 수 없게 된 책들을 보관하고 있는 장소입니다. 재학생이라면 학년에 상관없이 누구나 들어와 둘러볼 수 있습니다. 정독실에 자리가 없거나 도서관에 쓸 수 있는 책상이 없을 때면 문헌 관리실은 언제나 공부를 하는 학생들로 가득 차고는 했습니다. 햇빛이 맑은 봄날이지만, 어째서인지 문헌 관리실 안에는 온기가 차오르지 않아 안으로 들어서면 입술을 가르고 입김이 희미하게 납니다. 책이 보관된 책장, 책장에 꽂을 수 없는 종이들을 보관하고 있는 수납함과 출입부가 책상 위에 놓여있습니다.
책장 ▶ 주로 낡은 책들이 보관되어있는 책장입니다. 가장 높은 곳에 오래된 백과사전들이 꽂혀있습니다. 매년 한 두 차례씩 개정된 백과사전들입니다. 예전의 자료와 지금 자료를 비교하면 새로운 논문이 발표되며 뒤집힌 내용들도 있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어 사라진 것도 있습니다. 연금술과 관련된 내용들은 대부분 사전에서 사라졌습니다.
수납함 ▶ 누렇게 변색된 종이들이 반듯하게 놓여있습니다. 졸업생이 남긴 논문, 학생들이 함께 참여한 연구 기록, 연구에 종사하고 있는 선생님이 남긴 실험지, 역대 교장 선생님의 축언이 담긴 종이... 남아있는 문서들은 모두 살펴볼 수 없을만큼 다양합니다.
졸업생이 남긴 논문 ▶ 몇년 전 천재 과학자가 등장했다며 한 차례 학회가 떠들썩해졌을 때 출간되었던 논문입니다. 과학에 관심이 많은 탐사자라면 이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쿤나블리아의 우수한 교육 과정과 선생님들 덕분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는 말이 단정한 글씨로 적혀있습니다. 탐사자는 자료조사 판정입니다.
판정 성공시 ▶ "당시 실험을 하려면 넓은 공간이 필요했는데, 마침 학교 근처에 동굴이 있어 그곳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라는 문장이 희미하게 지워져있습니다. 동굴이라는 글자 위로 화이트가 칠해진 상태로, 그 위에는 "과학 실험실" 이라는 글자가 붙어있습니다. 논문의 가필본이었던 것 같습니다.
판정 실패시 ▶ "당시 실험은 지하 실험실에서 진행 되었습니다." 라는 문구가 남아있습니다. 논문의 가필본이었던 것 같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축언 ▶ 재학생 혹은 졸업생들이 눈부신 성과를 거둘 때마다 그 해의 교장 선생님들이 보낸 축언들이 묶인 문서입니다. 탐사자에게는 이제 익숙해진 이름들이 남아있습니다. 프레드, 제인... 학교를 설립한 교장 선생님의 이름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해리슨 밀러 ] 입니다. 뛰어난 음악가였다고 합니다. 시신으로 발견된 루카스 밀러와 같은 성씨입니다.
해리슨 밀러의 기록 ▶ 얼핏 보면 신이 학생들을 보살핀다는 내용의 문구처럼 보이지만, 쿤나블리아의 정체를 알고 있는 탐사자에게는 다르게 보이는 내용들이 몇 있습니다. 아래는 확인할 수 있는 해리슨 밀러의 기록 일부입니다. 기록을 넘기다보면, 찢어진 작은 페이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쿤나블리아의 눈부신 발전을 기대하며, 쿤나블리아의 모든 학생들에게 적이 없기를 바랍니다. 건강과 행복이 깃들기를 바라며, 친구와 친척에게도 영광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우리들의 친우 역시 학생들에게 강복하라 말합니다."
"우리들의 친우는 소화하지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부정한 것들은 교사와 그가 모두 삼켜줄터이니, 모든 재학생들은 안심하고 우리들의 친우처럼 위대한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보통 사람은 감히 올려다볼 수 없는 자리에 스스로의 영혼을 걸고, 인류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도약하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오랜 친우는 이 영지의 수호자입니다. 학생을 지키기를 원하고, 은혜 내리기를 원하고, 평화 내리기를 즐겨하니 우리 학생들의 앞날에는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입니다."
찢어진 페이지 ▶ "고르고로스의 변신" 주문이 적혀있습니다.
주문 : 고르고로스의 변신
비용 : 마력 6+ ; 정신력 5 ; 이성 2D6
시전 시간 : 1D6 + 4분술자는 자신의 외형을 바꿀 수 있습니다. 변경할 수 있는 형태에는 제한이 없으며, 술자의 능력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술자는 자신이 "소화" 시킨 것들에 한하여 외형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한 번 시전하면 효과는 영구적입니다. 따라서 본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한번 더 주문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 주문은 타인에게 사용할 수 없으며,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자신의 일부를 섭취한 후 "소화" 해야합니다.
학생 면담 기록 ▶ 최근까지 면담을 진행한 학생들의 명단과 함께 면담 내용이 적힌 문서입니다. 본래라면 교무실에서 보관해야하는 내용이지만, 불길한 사건이 일어나며 문헌 관리실로 이동한 것 같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일반 학생들은 확인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루카스 밀러의 면담 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루카스 밀러의 면담 기록 ▶
학생은 현재 "친구"의 존재를 혼동하고 있는 것 같은 언사를 자주 보이고 있습니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문학적인 소양이 뛰어나나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 다소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단체 활동에서는 소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차례 조를 만들어 주었지만, 조원들에게 폭언을 일삼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있어 벌점과 자습실 분리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학생이 말하는 "친구" 는 "벌레"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기 전까지 대화를 나누었다하여 기숙사를 점검했으나 학생은 오후 8시부터 빠르게 잠자리에 들고, 방 밖으로 나오는 모습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도서관 출입부에 이름이 남아있어 해당 사실을 확인하니 학생은 가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청소 상태가 불량하여 두 차례 주의를 주었으나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학생 식당에 스테이크를 자주 요청하며 일주일간 29kg의 고기를 소비한 사실이 확인되어 점검하였으나 건강상의 문제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초대 교장 선생님의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우리의 친우" 는 어째서인지 사라졌지만, 비슷한 "새로운 친우" 가 교내로 왔다는 이야기를 상담 선생님에게 자주 전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교장 선생님에게 면담 기록을 전달하였습니다.
해리슨 밀러의 편지 ▶ 쿤나블리아를 설립한 교장 선생님이 주변 사람들과 나누었던 편지 몇 통이 보관되어있습니다. 이런것까지 보관하나 싶지만, 역사와 전통을 추구하는 쿤나블리아라면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실제로 편지 보관함에 들어있던 오래된 편지들 덕분에 KPC를 추방할 수 있었으니까요.
"친애하는 에드워드, 걱정해주어 고맙군. 우리의 친우와는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네. 모든 것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그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이니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네. 서로 비밀을 가지고 있어야 조금 더 돈독해질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우리의 친우가 우리에게 협조적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말하지 않는 사실도 있겠지."
"친애하는 로잔나, 우리의 친우는 요즘 바늘처럼 신경이 날카로워진 것 같더군. 예전처럼 대화에 자주 응해주지 않는다네. 쌓아온 것들이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일이 없기만을 바라고 있다네."
"친애하는 크리스틴, 우리의 친우의 진짜 모습은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 좋다네. 나의 조언이 자네에게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자네의 추측은 훌륭하지만, 그 지렁이 괴물은 우리의 친우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이 몹시도 소박하니 행여 괜한 일은 하지 않기를 바라네. 우리는 우수한 학생들을 양성하는 것이 임무이지, 호러 소설이나 오컬트 소설의 소재를 얻는 것이 아니지 않나."
정말 소설을 쓴 것이 아니라 편지를 주고 받은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내용들을 하나, 둘 넘기다보면 탐사자는 정신력 판정입니다.
판정 성공시 ▶ 편지의 내용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합니다. 제대로 된 문자를 읽고 있었던 것이 맞나요? 호러 소설, 오컬트 소설... 낡은 편지 위로 작은 소용돌이가 생기더니, 문자가 서서히 원래 위치를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짧은 문장이 새로이 쓰여있습니다. 본래부터 그렇게 쓰여있었지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제대로 된 내용을 확인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편지지인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친우는 먹은 것을 그림자에 종속시키네만, 내가 자네를 우리의 친우에게 저녁 식사로 소개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네. 결정적으로, 그 거대한 지렁이는 어둠 밖에서는 살 수 없잖나."
판정 실패시 ▶ 편지를 바라보고 있으면 돌연 구역감이 치밉니다.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시야가 어지럽습니다. 절로 무릎이 꺾이고, 내가 원래 서있던 곳이 어디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됩니다. 참을 수 없는 어지럼증이 이명을 몰고 옵니다. 파도 소리처럼 들이친 현기증이 고막을 핥는 듯 합니다. 누군가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우리의 친우는 먹은 것을 그림자에 종속시키네만, 내가 자네를 우리의 친우에게 저녁 식사로 소개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네." ... 이성 판정 1/1D4.
탐사를 종료할 시점이 되면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다음입니다. 밤에 야금야금 허리를 베어먹히고 있는 노을진 하늘이 탐사자의 불안을 부추기는 듯 합니다. 더 늦기전에 기숙사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문헌 관리실 밖으로 나서면, 고요한 복도 가운데 누군가 서있습니다. 굳이 얼굴을 확인할 필요도 없습니다. 탐사자를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간만에 재회하는 연인을 반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팔을 벌리고 서있는 것은 KPC입니다.
(KP 정보 :: 문헌 관리실이나 신입생 교실을 둘러보라고 말했던 KPC라면 "내가 해준 충고를 잘 활용했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습니다. 적당한 대가를 요구해도 괜찮습니다. 탐사자는 점점 KPC에게 자신을 내어주게 되겠지만 학교는 평화로워질 것입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 소수가 희생하는 건 단체 생활에서 뻔한 일 아니겠어요, 너무 비참해하지 맙시다. 분명 탐사자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KPC가 무엇을 요구해도 자연스럽습니다. 아나 생각해보니 육체관계를 요구하면 어떡하지 시나리오에서 육체관계를 상정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도 자연스럽겠어요 하지만 - 부패와 화향의 가시 - 와 마찬가지로 뜨밤을 보낼 경우 KPC의 특성상 전교생이 희미하게 두 사람의 뜨밤을 알아차릴 수도 있습니다. 남에게 자랑하기를 좋아하는 KPC라면 부러 전시하는 것도 나쁜 방향은 아니지만 괴물과 달리 인간에게는 천부인권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차라리 비가 내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 벚꽃이 그림처럼 휘날리는 창밖의 풍경이 우아하기 그지없으나 함께 걷는 사람의 존재가 풍경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도록 만듭니다. 내딛는 걸음은 탐사자를 암야 속으로 서서히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손끝도, 발끝도, 종래에는 시선마저도 무저갱 속으로 끌려가는 것 같습니다. 살아오면서 죄를 짓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면 견디기 버거운 상황일테지요.
복도를 지나가는 내내 학생들, 때로는 교사들이 KPC와 탐사자의 곁으로 지나다닙니다. 그러나 그렇게 무수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이 전혀 없는 것처럼 두 사람은 복도를 지나쳐왔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누구도 KPC와 탐사자의 사이에 끼어들 수 없습니다. 우리는 무수한 군중 속에서도 서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괴물의 집념, 괴물에게 물린 자국을 가진 인간, 어디가 특출난지 알 수 없지만 시선을 거둘 수 없게 만드는 몸짓... 인식하고 싶지 않은 것들.
(KP 정보 :: 이어서는 롤플레잉으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기본적으로는 KPC의 기숙사 방 혹은 탐사자의 기숙사 방에서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교정이 내려다보이는 옥상으로 향해도 좋고, 의심스러운 음악실로 향해도 괜찮습니다. 탐사자와 KPC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면 교내의 어디라도 좋습니다. 마음에 드는 장소를 선택해도 좋고, 성격이 나쁜 KPC라면 굳이 굳이 촛대가 있는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KPC의 목적은 탐사자가 찾아다니고 있는 괴물이 무엇인지, 역대 교장들이 그 존재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탐사자에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너에게 이렇게 친절한 나에게 조금의 호의도 베풀 수 없다면 진짜 괴물은 누구일까? 하는 식으로 적절한 롤플레잉을 덧붙여도 괜찮습니다. 나는 개새끼지만 너만의 개새끼라는 걸 의심하면 곤란하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나쁜 선택지는 아닙니다. KPC는 탐사자와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응당 발악하겠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겨우 찾아낸 쌍둥이로 삼고 싶은 존재를 쉽게 포기할 수 없습니다. 혹은 사랑에 빠진 KPC가 지극한 순애보를 펼치며 탐사자를 위해 협력해도 괜찮습니다. 시나리오의 예시 지문은 KPC의 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상정하고 작성되었습니다.)
방으로 돌아오는 계단을 어떻게 밟아 올랐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습니다. KPC가 무언가 사특한 수를 쓴 것은 아니에요, 그저 일어난 일을 뇌에서 처리하는 것이 버거울 뿐입니다. 또 다른 괴물, 괴물의 존재를 알고 있던 사람들, 그 괴물을 쿤나블리아 안으로 불러들인 것 같은 신입생, 하필이면 괴물을 초대한 이들이 모두 "밀러"의 성씨를 가지고 있는 것.
혈연이 가지는 특이성에 대해서 깊게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면에서는 어느정도 혈통이 유지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무언가에 홀리는 것 같습니다. 복도를 걷다보면 복도의 풍경에, 창 밖을 바라보면 나부끼는 벚꽃잎에, 하늘을 수놓은 구름, 별, 태양빛에. KPC의 목소리에, 괴물의 흔적에, 그림자에, 촛대에... 제정신으로 버티기 어려운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림자 속에서 손이 튀어나와 목덜미를 움켜쥔다면 그야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겠죠. 그러나 지금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그 손아귀에 턱을 붙잡힌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괴물에 대해서는 알아봤어?"
"참고할만한 기록은 그렇게 남아있지 않겠지만."
"궁금하다면, 내가 알려줘도 좋아."
"나는 너를 위해서라면 하지 못할 일이 없으니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탐사자가 지금까지 조사한 것들을 간단하게 정리해봅시다. 새로운 괴물은 어둠 밖에서는 살 수 없다는 것, 선배의 논문에 남아있던 "지하"에 대한 암시. 벌레의 형상을 하고 있는 괴물, 음악실에서 만날 수 있다는 단서. 음악실에 남아있던 벽을 기어다닌 흔적, 무언가 발 아래로 지나간 것 같은 진동. 잠자리에 빠르게 들지만, 새벽에 도서관 출입부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신입생. 상식적으로 혼자 소화하는 것이 불가능한 고기의 무게. 배가 고프다고 말했던 친구, 몸을 썩게 하는 인간의 음식...
(KP 정보 :: 탐사자가 이 타이밍에 해리슨 밀러의 편지에 남아있던 "우리의 친우는 먹은 것을 그림자에 종속시킨다." 는 것을 KPC에게 묻는다면, 수호자의 판단 하에 "로이고스의 포식" 주문을 미리 전달해도 괜찮습니다. 주문을 미리 전달하는 경우 마찬가지로 탐사자에게 적당한 대가를 요구해도 괜찮습니다. 주문을 미리 전달하면 다음 날 이루어질 조사 파트에서 주문 전달을 생략해도 괜찮습니다. 의심이 많은 탐사자라면 KPC의 말을 믿지 않을테니, 주문을 다시 한 번 알려주어 KPC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어도 괜찮겠습니다. 심리학 판정을 시도하는 탐사자가 있다면 KPC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조금 더 빨리 알 수 있습니다. 아래의 대화 예시는 KPC가 탐사자에게 "도울"에 대해 알려주는 것을 전제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참고하여 개변 후 진행해주세요. 어느정도 대화를 나눈 뒤 KPC는 자신의 방, 혹은 어디론가 가버립니다. 네가 그렇게 학생들을 걱정하니 한바퀴 순찰이라도 해줄 생각이라며 탐사자를 비웃어도 괜찮겠습니다. "고르고로스의 변신" 주문을 준비하는 탐사자라면 사전에 "무엇으로 변신할 것인지" 체크해야합니다. 자연물이라면 손에 잡히는 것을 먹어 소화하면 되지만, 시나리오에서 의도한대로 KPC로 변하길 바란다면 이 타이밍에 KPC의 무엇이라도 얻어야합니다. 머리카락, 손톱, 발톱, 피, 무엇이든 좋습니다. 시나리오 내에서는 < 사랑이여 당신의 이름을 잊지 마소서 > 단검을 활용해 KPC의 일부를 도려내는 것으로 연출하고 있으나 타액 정도로 합의할 수 있는 관계라면 키갈을 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 괴물의 이름은 '도울' 이야. 다른 이름도 있어. 가장 흔하게 불리는 이름은 '거대한 지렁이' 지만, 본인은 좋아하지 않겠지. 고등사고를 할 수 있는 뇌는 없지만 간혹 어머니의 사랑을 아낌 없이 받은 녀석들 중에서는 인간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녀석도 있다고 해."
"네 말대로 도울은 땅굴 밖에서는 살아갈 수 없어. 번영했을 때에는 거대한 동굴 속에 몇 마리씩 뭉쳐 살아가고는 했었지. 괴물이 괴물에게 남기기에 적절한 단어는 아니겠지만, 나는 그런 놈들과는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아, 역겨운 냄새가 나거든. 테이블 매너가 없는 녀석들이야."
"점액이나 기어다닌 흔적이 있었다면 분명 도울이겠지, 이 학교는 오래된 장소야. 오래된 장소에 쓸모를 다한 공동이 몇 군데 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 무언가를 만들기위해 비워두었던 장소일수도, 기록으로 남길 수 없는 실험을 하기 위한 장소였을 수도 있는데... 어때, 궁금해?"
"네가 나의 쌍둥이가 되어준다면, 너는 그 녀석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우리가 더 지고하니까. 땅굴에 웅크리고 살아가는 벌레 새끼들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지렁이는 항상 나를 피해 다녔으니, 우리가 돌아왔다는 걸 알게 된다면 곧 어디로든 물러날거야. 네가 나의 쌍둥이가 되어준다면 말이야. 인간이 마주치면 살아남기 어렵겠지. 운이 좋으면 장례를 치를 수 있을 정도의 시체는 남길 수 있을거야. 이번 신입생들처럼 말이지. 그건 먹다 남은 흔적인 것 같지만..."
"도울은 다른 것을 눈으로 볼 수 없어. 기척으로 알아차리지. 하지만 네 말대로 루카스 밀러가 지렁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면 목소리나 생김새도 인식할 수 있겠네. 네가 다른 사람의 흉내를 내거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별 의미 없는 일이 되겠지만."
"변신 주문을 알고 있다고? 그런 걸 어디에서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네가 사용하겠다고 한다면 말리지 않을게. 어차피 교장이 알고 있는 주문은 그렇게 많지 않아... '고르고로스의 변신' 이겠지? 나와 닮은 주문이야. 네가 원한다면 나의 무엇이든 줄게. 넌 그렇게 해서라도 괴물의 존재를 밝혀내고 싶은 것 같으니까."
이제 완연한 밤이 찾아옵니다. 어디를 베어내도 어두컴컴한 남빛으로 물든 하늘은 불온한 일이 일어나는 교정의 경이로움을 감추려는듯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잠겨들고 있습니다. 언젠가, KPC의 권유로 만들게 된 단검을 손에 쥐고, 어린 양을 구원하듯 손을 뻗고 있는 KPC의 피부에 날을 세우면...
붉게 보이는 핏방울이 매끄러운 피부를 타고 흘러 바닥을 적십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박음질을 한 것처럼 아무렇게나 기워진 피부가 그 아래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 마시는 것은 KPC의 피가 아니라 썩어 문드러진 고기, 혹은 곪아가는 속살일지도 모릅니다.
단검에 닿으면 KPC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납니다. 황폐한 사랑을 품고 있는 구역질나는 몸뚱이, 군데군데 빈 공간이 생긴 뱀의 비늘. 뾰족하게 선 가시, 그곳에서 뻗어나오는 기분 나쁜 촉수, 돌연변이 세포처럼 돌출된 상처들. 그 끄트머리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늘, KPC는 흉물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 끝에 입술을 붙여도 좋습니다. 탐사자는 허락된 존재입니다. 구역질나는 것이 위장 안으로 흘러가는 감각이 선연합니다. 뱃속이 뒤틀리는 묘한 감각, 인간이 아닌 것을 내장 안으로 밀어넣고 있다는 구역감... 인간에게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불안감. 호흡소리.
오늘의 할 일은 다 마쳤다는 듯, 자신의 일부를 받아 마시고 있는 탐사자를 바라보던 KPC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집니다. 기꺼운 일이에요, 인간에게서 멀어진다는 것은. 나에게 더 가까운 존재가 된다는 것은 괴물에게 있어서 몹시도 황홀한 일이겠죠. 나의 존재가 납작하게 눌려 으깨지는 것 같습니다. 단단한 바닥에 나라는 존재가 펼쳐져 그대로 덧발리는 것 같습니다. 짐승이 쉴 자리를 찾는 것처럼, 몇 번이고 몸을 움직이고 싶지만 표본이 된 것처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제 잘 시간이에요, 탐사자. 내일도 변하지 않는 일상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까무룩 정신을 잃습니다.
5. 가라앉은 뼈.
문득 정신을 차리면 탐사자는 탐사자의 침대 위에 누워있습니다. 아직 밤이 완연한 시간입니다. 괴물의 일부를 섭취해 그런지, 혹은 KPC의 시선이 징그러워 그래서였는지 그만 정신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인간이 버텨내기에는 버거운 일들이니 탐사자가 나약한 것은 아닙니다. KPC의 친절을 만끽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물러설 수도 없는 일입니다.
KPC는 분명히 "고르고로스의 변신" 이 자신과 닮은 주문이라고 했습니다. 그가 정말로 "소화"한 것을 자신에게 종속시킨다면, 괴물을 쫓아낼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괴물이 자발적으로 쿤나블리아에서 사라져주길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학생 몇 사람은 추가로 희생되겠지만, 눈을 감으면 보이지 않는 일이에요. 눈을 감는 것으로 얼마든지 회피할 수 있는 일입니다.
기숙사 건물은 적막함에 찌들어있습니다. 학생들이 마음껏 움직일 수 없도록 옥죄는 것 같은 고요함입니다. KPC에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초대의 교장입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이 남긴 기록을 조금만 더 살펴본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방법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괴물과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고 했던 음악실에서 기다린다면, 탐사자가 괴물과 조우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탐사자가 음악실로 이동하겠다고 선언한다면 정신력 판정입니다.
판정 성공시 ▶ 음악실과 이어진 복도에 발을 붙이고 서있으면, 공간 전체가 뒤틀리는 것 같습니다. 어디가 앞이고 뒤인지 분간할 수 없는 진동이 쿵, 쿵 소리를 내며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에서 울리는 소리같기도, 아래에서 울리는 소리같기도 합니다. 루카스, 루카스... 어디선가 이름을 불려오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장소는... 음악실인가요? 이성 판정 0/1.
판정 실패시 ▶ 판정에 실패한 탐사자는 다음 순간 눈을 깜빡이면 음악실의 문을 열고 있습니다. 출입문은 분명 단단히 잠겨있을텐데, 어떻게 열고 들어왔는지 알 수 없습니다. 손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점액질이 묻어있으며, 무언가 탐사자의 몸을 훑고 간듯 신체 여기저기에도 점액질이 남아있습니다. 이성 판정 1/1D4.
음악실로 이동하면 음악실의 문은 점액질로 뒤덮여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정말 무언가 벽면을 훑고 지나간 것처럼 우글우글한 자국이 남아있습니다. 물이 범람한 것 같은 흔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바닥에는 악보가 엉망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떨어진 악보 ▶ 영묘의 극치를 달리던 누군가가 남긴 악보입니다. 세상에 공표되지는 않았지만, 무서울 정도의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악보의 뒷면에는 어디에서 본 것 같은 필체로 짧은 편지가 적혀있습니다.
악보의 편지 ▶ "이것은 우리의 친우에게 어떻게 사특한 것들을 복종시킬 수 있는지 애달프게 물어본 기록이라네. 언젠가는 반드시 그의 반쪽을 찾아준다고 하니, 흔쾌히 알려주더군." 이라는 메모와 함께, 탐사자는 "로이고로스의 포식" 주문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주문 : 로이고로스의 포식
비용 : 이성 손실 없음
시전 시간 : 즉시
로이고로스가 알고 있는 1D4개의 주문 중 하나입니다. 로이고로스는 자신이 "섭취" 한 것에 한하여 지배권과 생사여탈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섭취한 신화생물은 로이고로스의 상관관계, 우열과 무관히 로이고로스의 그림자 속에 1D12개월동안 종속됩니다. 대상을 종속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상의 "살점"을 섭취해야합니다. 소량의 피, 신화생물의 특징을 상징하는 일부 (점액, 피부, 흔적 등) 로도 로이고로스의 포식을 발동할 수 있습니다. 로이고로스가 무언가를 "섭취" 한 순간부터 로이고로스의 의사와 무관하게 "종속" 이 진행됩니다.
이 주문대로라면, 탐사자가 해야하는 일은 명확합니다. 괴물을 찾아, 그 괴물의 일부를 얻은 다음 그것을 KPC의 아가리 안으로 처넣기만 하면 됩니다. 그 다음, 다시 한번 그 심장에 황금 촛대를 꽂아 학교 밖으로 쫓아낸다면 우리들은 이 끔찍한 몇일간의 악몽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괴물의 협조는 필요치 않습니다. 무언가의 위에 군림하는 것이 당연한 괴물들은 인간의 발악을 언제나 얕보고 있습니다. 이대로, 그 구역질나는 말만 늘어놓는 입 안으로 괴물의 일부를 처넣기만 한다면...
(KP 정보 :: 탐사자가 몸에 묻어있는 점액을 KPC에게 먹이겠다고 선언한다면 탐사자는 굳이 도울을 찾아 이동할 필요도, 고르고로스의 변신을 발동할 필요도 없습니다. 안전하게 진행하고 싶은 탐사자들을 위한 장치입니다. 아이디어 판정을 통해 해당 정보를 전달해줘도 좋습니다. 만일 이 방식을 택하는 탐사자가 있다면 추후에 이어질 사건에 어떻게 반응할지 물어봐주세요. 안전하기를 택한 탐사자라면 굳이 괴물이 있음에 분명한 장소로 걸어 들어가는 짓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괴물을 쫓아낼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것 뿐이지, 괴물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도울에게 부딪힌 대상은 무조건 죽습니다. 그런 존재를 마주하러 가는 것은 탐사자에게 굉장한 용기를 요구합니다. 운이 아주 좋아야 사체나 겨우 건질 수 있는 정도입니다.)
탐사자는 듣기 판정입니다.
판정 성공시 ▶ 바닥이 뒤흔들리는 것 같은 진동이 느껴집니다. 제대로 집중할 수는 없었지만, 가느다란 비명소리가 음악실 바닥 아래에서부터 들려왔습니다. 겁에 질린 것 같은 목소리입니다. 보통의 사람에게서는 새어나올 수 없는, 두려움에 가득 찬 목소리.
판정 실패시 ▶ 무언가 기어가듯 바닥이 뒤흔들리는 가운데, 희미한 비명소리 같은 것이 들립니다. 음악실의 바닥 아래인 것 같지만...
(KP 정보 :: 탐사자는 음악실의 마루를 뜯어내 쿤나블리아의 지하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이미 루카스 밀러가 자주 드나들었던 통로가 있기 때문에 적당한 근력 판정, 혹은 관찰 판정을 통해 바닥의 이상한 지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수호자의 판단 아래 적절히 진행해주세요. 목소리를 들은 이상 이 상황을 무시하고 지나갈지, 아니면 쫓아가 확인을 할 것인지에대한 결정은 탐사자의 몫입니다. 만일 탐사자가 도울과 직면하기로 결정했다면 "고르고로스의 변신" 주문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세요. 도울이 경계하는 것은 "KPC" 이지, 일반 학생들이 아닙니다. 만일 탐사자가 "고르고로스의 변신" 을 사용하지 않고 도울에게 접근하여 < 사랑이여 당신의 이름을 잊지 마소서 > 를 사용하거나 점액을 채취하려한다면 엔딩 3으로 직행합니다. 괴물을 맨몸으로 상대하려 하지 마세요.)
음악실 바닥에는 긴 비탈길이 이어져 있습니다. 어디까지 이어져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빛 한점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곳 아래에서 이전보다 조금 더 분명한 소리가 새어나옵니다. 첨탑에 부딪혀 산산히 찢어지는 바람 소리를 닮았습니다. 작은 새의 지저귐을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소란스러운 목소리, 이름을 부르는 다급한 음성, 동시에 비명같기도 한 것, 무언가 으깨지는 것 같은 소리... 직감할 수 있습니다. 이 아래, 괴물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천천히, 천천히... 신중하게 아래로, 아래로 내려섭니다. 물결처럼 차오르는 어둠은 없지만 숨막히는 정적이 탐사자가 내쉬는 숨 마디 마디를 움켜쥔 채 위협하고 있습니다. 고르고로스의 변신을 사용한 탐사자라면 어둠은 탐사자를 위협하는 듯 하다가 소스라치게 놀란 것처럼 흩어지지만, 주문을 사용하지 않은 탐사자라면 결국에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어둠이 어깨를 짓눌러 앞으로 나아갈 수 없도록 만듭니다. 지독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한들 세상에는 인간의 발악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위대한 것들 앞에서 인간은 어쩌다 운 좋게 살아남은 미물에 불과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아가면...
먼저 보이는 것은 끝없는 산맥입니다. 산맥처럼 보이던 것이 꿈틀, 하고 몸을 뒤채면 탐사자를 둘러싼 세계가 움직이는 것 같은 진동이 이어집니다. 그것은 벽면에 들러붙어 기어다니는 것 같으면서도, 제대로 바닥에 꿈틀거리는 수천개의 다리를 뿌리 내리고 있습니다. 손아귀처럼 벌어진 아가리에서 쉰내를 풍기는 점액질이 뿜어져나오고, 으득, 으득, 무언가 뒤틀리는 것 같은 소리가 빈 자리를 매꾸고 있습니다. 탐사자는 관찰 판정입니다.
판정 성공시 ▶ 괴물이 뿜어내는 점액질 안, 사람의 몸뚱이처럼 보이는 것이 들어있습니다. 벗어나려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아무리 팔을 뻗고, 다리를 휘저어도 점액질은 인간의 신체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붙잡힌 학생은 손가락이, 손목이, 팔꿈치가, 더 나아가서는 어깨가 찢겨 나부낄 때까지 몸을 뒤틉니다. 점액질 안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성 판정 0/1.
판정 실패시 ▶ 괴물이 뿜어내는 점액질은 불투명하여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까... 분명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었죠. 그렇다면...
잔악무도한 광경이 등줄기를 움켜쥐고 탐사자를 움직일 수 없게 만듭니다. 눈 앞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거대한 괴물입니다. KPC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그에 준할만큼 흉측한 몰골을 하고 있습니다. 내려앉은 어둠에 감사해야합니다. 만일 여기에 자그마한 불씨라도 있었으면 탐사자는 괴물의 모습을 직면하고, 정신을 놓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당신에게 괴물은 언제나 다정했잖아요, 원하지 않는다면 흉물스러운 것을 내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아래 자리한 새빨간 상처를, 심장이 뛸 때마다 옴직거리던 고깃 덩어리 같은 것을. 이빨 사이로 으깨지는 사람의 팔다리 같은 것들을... 탐사자는 민첩 판정입니다.
판정 실패시 ▶ 세상의 이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광경을 목도했기 때문일까요, 저도 모르게 움찔거린 발뒤꿈치 아래에서 돌멩이 빠그라지는 소리가 울립니다. 일순, 온 세상의 움직임이 멈췄습니다.
판정 실패시 ▶ 세상의 이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광경을 목도했기 때문일까요, 저도 모르게 움찔거린 발뒤꿈치 아래에서 돌멩이 빠그라지는 소리가 울립니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지고 맙니다.
불청객의 존재를 알아차린 괴물의 움직임이 뚝 멎습니다. 벽에 들러붙은, 시뻘겋게 물들기 시작한 점액질이 늘어져 바닥에 고이는 소리만이 그 공간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비이성적인 판단이겠지만 늘어지는 점액질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마치 인간의 수정체를 통해 바라보는 세계의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가혹하기 그지없는 광경이 탐사자를 악몽 속으로 초대합니다. 탐사자가 괴물에 익숙한 존재가 아니었다면 너무나도 큰 공포를 견디다 못해 비명을 질렀을지도 모릅니다. 괴물과의 우위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탐사자는 보통의 인간에 불과합니다. 조금 이계의 것을 알고, 사특한 존재에게 원하지 않는 사랑을 받고, 그것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조금 알 뿐인, 그것에 불과한 보통의 인간. 괴물이 몸을 뒤채는 것만으로 사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 그러나 어째서인지 괴물은...
그 몸뚱이 전체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어째서인지 침체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괴물은 넓은 구덩이 안쪽으로 도저히 들어갈 것 같지 않은 제 몸뚱이를 밀어넣으며 탐사자로부터 멀어지려합니다. 이것은 도울이 탐사자의 기척을 KPC의 기척으로 오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까이 다가간다면 탐사자의 목숨쯤이야 촛불을 불어 끄는 것처럼 세상에서 지워버릴 수 있지만, 느껴지는 기척만큼은 선명한 "로이고스" 의 것입니다. 본래 이 교정에 자리잡고 있던 괴물의 존재를 알기 때문인지, 혹은 죽은 루카스 밀러가 자신의 친구였던 이 괴물에게 KPC의 포식에대해 알려주었기 때문인지 탐사자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면, 단검을 사용해 괴물의 일부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입니다.
(KP 정보 :: 이어서는 탐사자에게 도울의 점액을 채취할 것인지, 도울의 일부를 단검으로 도려내 채취할 것인지 결정하게 해주세요. 괴물에게 다가가는 것은 결코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지만 괴물에대한 증오와 KPC의 입에 조금이라도 더 쓰레기같은 것을 처넣고 싶어하는 탐사자라면 기꺼이 도울의 두꺼운 몸뚱이 일부에 칼날을 박아넣는 것을 망설이지 않을 것입니다. 도울은 탐사자가 한 걸음 다가서자마자 어둠 속으로 도주합니다. 탐사자가 도려낼 수 있는 것은 도울의 꼬리 일부분입니다. 아가리 쪽으로는 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KPC를 피하고 싶은 도울이 잠깐의 실수로 의태한 몸뚱이를 씹지 않을거라고 누가 확신할 수 있겠어요?)
결코 복기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 탐사자의 뇌 한켠에 떠올립니다. 한동안은 악몽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을겁니다. 고깃덩어리 안으로 파고들어가는 칼날의 감각, 보통이라면 절대로 베어낼 수 없었을 이 세상에 허락된 존재가 아닌 것의 살점이 심장이 뛰는 것처럼 펄떡이고 있습니다. 손톱 아래로 핏물이 스며듭니다. 영원히, 언제까지고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죄업이 낙인처럼 스며들었습니다.
이것이 남들보다 사특하고 불온한 것에 조금 더 가깝기 때문에 찾아드는 소산이라고 한다면... 왜 하필 선택된 이가 탐사자일까요. 괴물에게 사랑받는 것은, 결국 그 스스로를 괴물에 가까워지도록 만들 뿐입니다. 결코 로맨틱하지 않습니다. 보세요, 탐사자가 처음부터 괴물의 사랑을 받지 않았다면 이런 밤 이런 장소에서 홀로 소중히 보듬어 온 마음을 표산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6. 나는 폐부 안에 네 이름을 채우고 있었어
정신을 차려보면 탐사자는 기숙사 방 안에 도착해있습니다. KPC가 행동을 지배했을 때와는 다릅니다. 무릎에 남아있는 삐걱거리는 감촉, 옷가지에 말라붙은 진흙, 정체를 알고 싶지 않은 점액같은 것들이 탐사자에게 들러붙어 있습니다. 손아귀에 말라붙은 핏자국도, 괴물에게서 도려낸 일부도 그대로입니다.
부정한 것을 움켜쥐고 내일로 걸음하려하는 인간의 몸짓을 구두 밑창에 달라붙은 벚꽃잎이 비웃는 것 같습니다. 으깨져도 피가 나지 않는 꽃잎이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을텐데. 거기에 누군가의 시선이 들러붙어 있는 것 같습니다. 손가락질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혐오감이 심장 안에서 들끓고 있습니다. 부정한 것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겠죠. 신에게 기도를 한다면 들어줄지도 모릅니다. 신이 탐사자를 굽어 살피고 있다면...
쿤나블리아의 영도자는 탐사자입니다. 누구도 그 일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괴물에게 선택받았다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원치 않는 사랑이 발걸음 발걸음마다 연정을 과시하며 몸피를 불리고 있습니다. 방법은 알고 있습니다. 행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탐사자에게 익숙한 괴물을 다시 한 번 상대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촛대는 챙겼나요? 그것을 심장에 꽂아 넣을 용기는요? 잊어버린 것은 없나요?
(KP 정보 :: 시나리오에서는 기본적으로 탐사자가 KPC의 입에 도울의 살점 혹은 일부를 밀어 넣는 것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만일 탐사자가 KPC에게 "살점을 먹어달라" 고 부탁하려 한다면 엔딩 분기가 달라질 수 있음을 미리 안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괴물에게 무언가 부탁하는 것은 그에 준하는 대가를 요구합니다. 여기까지 시나리오를 진행하면서 KPC에게 자주 부탁했던 탐사자라면 이미 상당한 대가를 지불했을 것입니다. 괴물을 몰아내기 위하여 괴물에게 부탁하는 것이 과연 영리한 일일까요? 괴물에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내어준 다음, 탐사자에게는 어떤 것이 남아있을까요? KPC가 사소한 것을 요구했다면 무방하겠지만, 신체의 일부나 탐사자가 감당하기 버거운 것을 요구해왔다면 이 시점에서 KPC가 탐사자에게 더 요구할 수 있는 것이 남아있지 않을 것입니다. KPC는 숙련된 약탈자입니다. 태어나기를 남의 것을 앗아 제 것으로 삼는 짐승으로 태어났습니다. 한 번도 무언가에 얽매여 본 적이 없습니다. 탐사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눈에 익숙해진 어둠을 가르고 기숙사 복도를 천천히 걸어 나섭니다. 몇 번이고 오간 길목이 익숙하게 탐사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목숨을 다한 까마귀가 천천히 날개를 접어 앉으며 새카맣게 반질거리는 눈으로 탐사자를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온실에서, KPC의 손에 이끌려 그 가느다란 목을 비틀었던 까마귀일까요. 턱 끝까지 차오를 것 같은 숨이 어둠 속에서 허리를 베어 먹히고 있습니다. 내 것임이 분명한데 도무지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감정이 계단 아래로 데굴 데굴 굴러 사라집니다. 지금 이 순간, 이 넓은 기숙사 건물에 KPC와 탐사자 혼자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정신 없이 KPC의 방 앞에 선 순간, 그 너머에서 신산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포식자는 이미 탐사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망설임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불온은 그저 감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기에는 거대한 어떤 의지가 녹아있는 듯 합니다. 신이 존재한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텐데. 그러나 한편으로는, 신이 없다면 이 세상은 KPC와 같은 괴물들에게 아주 오래 전에 끝이 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세상에 통용되는 일반적인 법칙을 아득히 벗어난 존재들. 사람의 목숨에 아무런 가치도 가지지 못하는 것들. 문이 열립니다.
"꼴이 엉망이네."
KPC는 기다렸다는 듯이 탐사자를 향해 손을 내밉니다. 성향에 따라 탐사자의 기진한 몸뚱이를 바닥에 쓰러트리고 그 위에 올라탈 수도 있겠습니다. 목을 졸라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겁니다. 괴물에게 학칙같은 것은 무용합니다. 마치 지금도 창밖에서 흩어지고 있는 벚꽃잎처럼요. 꽃잎은 사람의 걸음을 막을 수 없습니다. 아주 잠깐 돌아보게 할 수 있을 뿐이에요. 꽃잎이 사람에게서 빼앗을 수 있는 건 고작해야 찰나입니다. 인간에 불과한 탐사자가 괴물에게서 빼앗을 수 있는 것도, 아주 순간에 불과할 것입니다.
(KP 정보 :: 탐사자와 KPC의 사이가 좋지 않거나 탐사자가 근접 격투 기능치를 가지고 있다면 이 타이밍에 KPC와 몸싸움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어쨌든 남의 벌어진 아가리 사이에 고깃덩어리를 처넣고, 가슴팍에 촛대를 꽂아 넣는 일은 보통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탐사자가 KPC를 추방하기로 마음 먹은 상황이라면 이 시점에서 마주치는 것이 마지막입니다. 쿤나블리아로 돌아온지 고작해야 하루, 어쩌면 이틀밖에 되지 않은 시간입니다. 과연, KPC의 고루한 삶 속의 찰나라고 불러도 좋을 순간일 것입니다. 그런데 왜 그럴까요, 그런 하찮은 찰나에게서 도무지 시선을 거둘 수 없는 것은요. 사랑? 증오? 애증? 소유욕? 집착? 무엇이든 좋겠죠, 인간의 단어로 정립된 감정이 괴물의 마음을 얼마나 표현할 수 있겠어요. 탐사자가 KPC에게 부탁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이 타이밍에 RP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후로는 엔딩 분기입니다.)
엔딩분기 ▶
KPC에게 도울의 살점을 먹이고 추방함 ▶ ED.1
KPC에게 도울의 살점을 "먹어달라" 부탁한 뒤 추방함 ▶ ED.2
"고르고로스의 변신"을 사용하지 않고 도울과 접촉함 ▶ ED.3
ED.1
요란한 소리가 납니다. 우열을 가릴 수 없습니다. 매서운 주먹이 서로의 뺨을 후려치기도 했습니다. 목덜미에 들러붙은 KPC의 입술 사이를 가르고 비죽 몸을 드러낸 이빨이 잇자국을 남겼을지도 모릅니다. 인간이라는 것은 곁에 두고 기르기 참 어려운 생물이에요, 아무리 애정을 쏟고 그 나약한 몸뚱이를 보살피려 애를 써도 곧잘 주인에게 이를 드러냅니다. 뭐 지금 맨 피부에 잇자국을 남기고 있는 것은 KPC지만요. 마침 잘 됐어요,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용하면 됩니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혐오감이 손바닥 아래 구정물처럼 고여있지만 이 괴물들을 교정밖으로 쫓아낸 다음에는 안식을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가라도 틀어놓고, 눈꺼풀 안쪽에 달라붙은 악마를 쫓아달라고 전사에게 기도한다면, 누구 하나쯤은 탐사자의 가여운 이름을 불러줄 것입니다.
창 밖으로는 시간을 잘라 붙여놓은 것처럼 꽃잎이 아주 천천히 흩어지고 있습니다. 나풀나풀, 일정하지 않은 곡선을 그리며 춤이라도 추는 것처럼요. 참을 수 없는 시취, 웅크려 썩어가는 몸뚱이에서 풍기는 냄새, 오감이 기능할 수 없도록 날카롭게 파고드는 한기... 봄의 벚꽃은 그런 것들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손아귀에 움켜쥐고 있던 살점, 그 일부라도 좋습니다. 손톱 아래를 검게 물들인 핏방울이라도 좋습니다. KPC의 기분 나쁜 얼굴, 얌전히 벌어지는 일 없는 아가리 속으로 시커멓게 썩어 들어가는 덩어리를 욱여넣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이제, 촛대를 시계 초침처럼 박동하는 KPC의 심장으로 꽂아 넣으면...
몸뚱이는 서서히 허물어져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먼지로 화하는 것을 닮았습니다만 그리 낭만적인 끝은 아닙니다. KPC의 몸뚱이가 인간의 이지로는 헤아릴 수 없는 아주 먼 곳으로 서서히 찢겨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벚나무 가지에 걸려 있던 누군가의 팔다리처럼, 점액질 안에 갇혀 신체의 일부가 떨어지도록 몸부림을 치던 누군가처럼, 살아남으려 애를 쓰는 탐사자의 필경에 가닿는 노력처럼. 찢어진 혓바닥에서 피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탐사자는 구역질나는 괴물의 피를 얼굴에 뒤집어 썼을지도 모릅니다. 뜨거운 동시에 미지근한, 손등으로 문질러 닦아도 닦아도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 시뻘건 흔적이 눈동자 안으로 파고듭니다.
괴물이 마지막으로 말하려던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내리누르고 있던, 혹은 탐사자의 몸을 짓누르던 무게가 서서히 흩어집니다. 복도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요합니다. 반쯤 열린 방문 너머의 풍경은 그대로입니다. 흐트러진 곳 없는 침대의 시트, 책이 반듯하게 놓인 책상, 앉아있었던 것인지 살짝 틀어진 의자. 달라진 것은 창 밖에서 나부끼던 벚꽃잎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것 밖에 없습니다.
비틀비틀 일어나, 창 밖으로 향하면... 밤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새벽의 한창입니다. 창문을 열면 아직은 서늘한 봄바람이 아래에서부터 위로 훅 밀고 올라와 탐사자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놓습니다. 쿤나블리아의 교정은 믿을 수 없을정도로 고요해졌습니다. 간혹 느껴지던 진동도, 진득하게 따라붙는 것 같던 시선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KPC의 방은 꽤 높은 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창 밖으로 바라보면 벚나무는 한참 아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흐트러지던 벚꽃은, 대체 어디에서부터 쏟아지던 것일까요.
KPC : 일시적 로스트, 1D12개월간 이계로 추방됩니다. 이 기간동안 KPC는 탐사자에게 접촉할 수 없습니다. 돌아오는 장소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촛대를 보관하고 있는 장소로 귀환하게 됩니다. 탐사자가 교장실로 촛대를 돌려놓았다면 교장실로, 탐사자가 보관하고 있다면 탐사자가 있는 장소로 돌아옵니다.
탐사자 : 생환, 생환 보상으로 잃었던 정신력을 1D12개월간 서서히 회복합니다. 습득한 주문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ED.2
"네가 내 말대로 괴물을 먹는다면, 너는 그 대가로 나에게 뭘 해줄 수 있지?"
KPC가 묻습니다. 평온한 어조, 내뱉는 단어들은 모두 어디에서든 들을 수 있는 평범한 것들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KPC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몇 번씩 들었던 단어들. 그렇게까지 위협적이지 않던 순간들. 짐승은 구태여 이를 드러내고 탐사자를 위협하지 않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짐승에게 그런 호승심을 불러 일으킬 수 없는 존재가 바로 탐사자입니다. 탐사자의 말이라면 모두 따라줄 것 같은 태도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괴물은 아주 사소한 균열이라도 놓치지 않습니다. 괴물은 군림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괴물의 아가리 속으로 또 다른 괴물의 살덩어리가 사라집니다. 무언가 으깨지는 소리, 고깃덩어리 찢어지는 소리. 그 뒤로는 도무지 음식을 먹는 것 같지 않은 소리들이 이어집니다. 바람소리인지, 비명소리인지, 그도 아니면 무언가 멸망하고 새로 태어나는 소리인지, 지금쯤 동굴 깊은 곳에서 몸을 뒤틀고 있을 괴물이 영문 모를 포식에 짓눌려 발악을 하는 것인지 탐사자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일이 아니니 당연합니다. 괴물과 괴물 사이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인간이 무슨 수로 헤아릴 수 있겠어요.
우리가 다음에 다시 만난다면, 이건 만약이 아니야.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되겠지, 내가 너를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촛대가 인도하는 한 나는 너에게 돌아올거야. 내가 돌아오면, 그때는 네 심장을 반으로 가르게 해줘. 네 심장 안에 내 이름이 적혀있는지 보고 싶으니까... 가슴팍을 다독이며 보드랍게 떨어진 언어가 마치 꽃잎같습니다. 무게감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데 어쩌면 그렇게 닦아낼 수 없는 풍경으로 뇌리에 남는지 모를 일입니다. 괴물의 특징인지, 아니면 고착의 특징인지 헤아릴 수 없습니다. 이제와 헤아릴 필요가 무엇 있겠어요...
촛대가 꽂히길 기다리고 있는 품 안으로 징표를 꽂아 넣으면, 몸뚱이는 서서히 허물어져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건물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하에 기생하고 있는 괴물의 몸뚱이가 사라지며 생기는 진동일 것입니다. 그 잠깐의 비일상을 끝으로 복도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고요해집니다. 반쯤 열린 방문 너머의 풍경 역시 그대로입니다. 흐트러진 곳 없는 침대의 시트, 책이 반듯하게 놓인 책상, 앉아있었던 것인지 살짝 틀어진 의자. 달라진 것은 창 밖에서 나부끼던 벚꽃잎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것 밖에 없습니다. 곧 사감 선생님이 복도를 순찰할 시간이에요, 서둘러 방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비일상은 여기에 모두 두고 갑시다. 인위적인 조명이 탐사자의 그림자를 오래도록 비추고 있습니다.
KPC : 일시적 로스트, 1D12개월간 이계로 추방됩니다. 이 기간동안 KPC는 탐사자에게 접촉할 수 없습니다. 돌아오는 장소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촛대를 보관하고 있는 장소로 귀환하게 됩니다. 탐사자가 교장실로 촛대를 돌려놓았다면 교장실로, 탐사자가 보관하고 있다면 탐사자가 있는 장소로 돌아옵니다.
탐사자 : 생환, 생환 보상으로 잃었던 정신력을 1D12개월간 서서히 회복합니다. 습득한 주문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ED.3
깊은 굴 안으로 서서히 걸음을 옮겨 내려갑니다. 빛 한점 들지 않는 지하는 어둡고 서늘하며 축축한 특유의 습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한동안은 비가 내리지 않았으니 느껴지는 축축한 습기는 분명 괴물에게서 뿜어져 나온 것이겠지요. 안으로 깊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구두 밑창 아래에 질퍽하게 젖은 흙이 엉겨붙습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따라붙던 날카로운 시선은 흙발자국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희미해집니다. 한 걸음 나아갈때마다 밑창 아래에서 흙 부스러지는 소리가 납니다. 때로는 작은 자갈을 밟기도 했을 것입니다. 깊은 굴 안, 마침내 그 끝에 도착하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거대한 산맥입니다.
아니죠, 자세히 보세요. 지하에 산맥 같은 것이 있을리 없습니다. 설령 산맥이 존재한다한들 바닥에 붙어 선 인간이 산의 능선을 어떻게 볼 수 있겠어요. 그것은 꿈틀거리는 거대한 괴물의 일부입니다. 갈라진 표피 아래에서 끈적한 점액질이 엉겨붙어 긴 자국을 남기고 있습니다. 괴물은 쿤나블리아 안에 오래 기생해온 또 다른 괴물을 기피하지만, 일반 학생이라면 기피할 필요가 없습니다. 신선한 한끼 식사에 불과합니다. 테이블 위에 오른 에피타이저를 마다할 판단 능력이 그 괴물에게는 결여되어있습니다.
과연, 학생이 남긴 메모에 걸맞는 모습이에요. 거대한 지렁이, 꿈틀거리는 모습, 벽면을 기어다니는 것은 수천 수만갈래의 다리.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다리가 빠그라지면 그 균열을 비집고 다른 다리가 순식간에 자라납니다. 괴물은 그런 식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행운 판정에 성공한다면, 장례를 치룰 수 있을만큼의 시신은 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몸뚱이가 분해되는 고통은 느껴지지 않을거예요, 사람의 신체가 그것을 느끼기 전에 괴물이 모든 것을 끝낼 것입니다.
KPC : 쿤나블리아 안에 남아있습니다. 도울과 조우한 탐사자의 시신을 그러모아 원래대로 되돌려줄 수도 있고, 어리석은 선택을 한 탐사자를 돕기위해 굴 속으로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탐사자 : 기본적으로는 도울과 무방비한 상태로 조우했기 때문에 운이 아주 좋을 경우에만 시신의 일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 차례 로스트를 경험하게 되지만, KPC의 선택에 따라 되살아나거나 도울과 조우하기 이전의 상황으로 다시 이동할 수 있습니다.
▶ 시나리오를 마치며...
시나리오의 후기 수집폼 > https://forms.gle/N41KmZ3s77oZ2RdP8
시나리오를 다듬다보니 부패와 화향의 가시만큼은 아니지만 늪 기저의 뼈도 상당히 큰 볼륨을 가진 시나리오가 되었습니다. RP 구간도 잘 챙기고 싶고, 지루하지 않도록 탐사 구간도 설정하다보니 늘 볼륨이 커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당초 목표로 했던 것보다 조사 구간을 조금 줄이고 롤플레잉 구간은 수호자의 판단하에 적절한 장소에 끼워 배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조사 범위가 너무 넓어지면 운이 나쁠 경우 KPC를 한 번도 조우하지 않고 시나리오를 끝내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반드시 만날 수밖에 없는 구간을 조금 설정해두었는데, 탐사자의 자유도가 떨어지지는 않을지 조금 고민이 됩니다... 시나리오를 꽤 여러편 썼는데도 이런 부분들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것이 영 어렵네요 ^----^); 조금 더 정진하겠습니다.
시나리오를 작성하면서 틀어둔 음악은 https://www.youtube.com/watch?v=lovUujcZIqo 이쪽입니다...
팀 오아시스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