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모님의 포스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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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저 사람은, 매일 이 시간이면 저기서 신문을 읽어요. 그리고 저기 어디로 갈지 몰라서 왔다 갔다 하는 사람, 절대 이 동네 사람 아니에요. 아마도 여행객이겠죠?" 제인은 엠마에게 매일의 일상을 보낸 공원의 풍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말하지 않은 부분은 더 많았다. '저 사람이 신문을 읽는 중에 말을 걸었다간 방해 말고 꺼지라는 욕지거리를 들을 테니 얼씬거려선 안 돼요. 목적지 없는 여행객들은 늘 주시해야죠. 낭만의 도시 파리라는 번지르르한 이름에 이끌려 이름 없는 거리의 화가에게 그림을 맡길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노라 부인은 참 좋은 분이지만 그 분과 대화할 땐 전쟁에서 돌아가신 남편을 떠올릴 만한 화제를 올리면 큰일이죠.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지나다니는 배달부 피에르 씨는 자기 바퀴가 남에게 빗물을 튀겨도 개의치 않으니 조심해야 하고요.' 그러니까 일상이란 스스로를 옭아매는 무수한 선의 집합이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제인은 굳이 하지

더펜
제인엠마
뮤지컬
백합
팬창작

조회 132


[여단][옌위안]비익연리

언제고 어디고 우리는 다시금 만날 것 같다는 선명한 마음이

※ 뮤지컬 〈여단〉의 결말이 암시되어 있습니다. ※ 익위안 뭅옌 페어를 상정하고 쓴 글입니다. "하늘에 나면 비익조가 되기를 바라고 땅에 나면 연리지가 되기를 바라네."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밤거리를 지나며 옌은 중얼거렸다. 그 시구도 가르쳐 준 이도 위안이었다. 옌이 살면서 배운 대부분이 그러했듯이. 〈귀비취주〉를 처음 배우던 때였다. 밤새도록 취해 쓰러지는 아름다운 여인. 그러나 절제된 형식이 끝내 담아내는 건, 얄팍한 교태가 아닌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고 원망하는 깊고 깊은 연심. 그 연심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선생님은 그에 관한 오래된 시 몇 구절을 들려주었던 것이다. '비익조는 눈 하나, 날개 하나씩만 가지고 있어서 둘이 나란히 있어야만 날 수 있는 새래. 연리지는 줄기가 서로 이어진 뿌리가 다른 나무 두 그루를 말하고.' 그렇게 덧붙이며 위안은 옌의 손을 가만히 붙잡아 올려 손깍지를 꼈다. 작고 보송한 손가락과 길고 가는 손가락이 교차하며 꼭 맞물렸다. '그럼 사랑은

여단
옌위안
인화
백합
뮤지컬

조회 125


평소와는 달리 문을 열어달라며 자신을 부르는 제인의 목소리가 한참이나 들려왔기에 엠마는 미적거리며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그냥 들어오면 되잖아", 그렇게 중얼대며 문을 연 엠마는, 제인의 앞치마에 감싸인 채 품에 안겨 있는 털뭉치를 보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 꼬질꼬질한 개였다. 원래는 하얬을 털은 옅은 회갈색으로 때가 타 있었고, 곱슬거리는 털이 안쪽에서 서로 엉켜 더께가 져 있었다. 주눅이 든 듯 떨리는 커다란 눈은 아래로 눈물자국까지 져서 제 주인을 한층 불쌍해 보이게 했다. '하지만 그 애랑 꽤 닮았네.' 엠마는 생각했다. 그리고 손이 비질 않았다며 곤란한 얼굴로 말하는 제인에게 얼굴을 찌푸리며 개를 향한 눈짓으로 질문을 대신했다. "원래 못 보던 앤데, 그래선지 공원 개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두고 보기가 그래서 일단…" "아니, 난 못 키워. 안 돼." 마치 제인이 처음 산책을 권했을 때처럼 엠마는 반사적으로 대답하며 손을 내저었다. 살짝 뒷걸음질까지

제인엠마
더펜
뮤지컬
팬창작
백합

조회 300


* 발뒤꿈치를 든 채 침대 가에 걸터앉아 있던 제인은 저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가, 곧바로 잘못이라도 한 듯 황급히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눈동자만을 굴려 엠마를 올려다보았다. 시선의 끝에 처음 보는 모습의 엠마가 있었다. 아니 사실은, 이따금 몽상 속에서만 보았던. 느슨한 실내복 차림과 더운물의 열기를 품어 살짝 달아오른 발그레한 얼굴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그의 머리카락. 언제나 단정히 틀어 올렸던 머리카락이 풀어져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어깨 위로 흐르고 있었다. 갓 감고 말린 참이라 아직 약간의 물기를 머금은 채인 브루넷의 빛깔은 평소보다 더 짙고 깊은 색으로 물들었고, 어두운 침실의 조명을 은은히 반사하여 빛났다. 제인은 침을 한 번 삼키고는 공연히 손가락으로 제 뒷머리를 벅벅 빗질하듯 쓸었다. "제인?" 그런 제인의 곁으로, 엠마가 다가와 앉으며 다시금 이름을 속삭였다. 더운 체온이 훅 끼쳐왔다. 제인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얼른 코끝을 스치는 것은 방금

제인엠마
더펜
뮤지컬
팬창작
백합

조회 359


※ 뮤지컬 '더 펜'의 결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초상화를 하나 그릴 수 있을까요?" 초상화는 두 사람이 가장 깊이 교감할 수 있는 그림이라고, 제인은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엠마의 마음속에 떠오른 건 수치심이었다. 어쩌면 죄책감이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글에 대한, 그따위 글을 좋다고 말해주는 아이에 대한, 그리고… 글에 담긴 자신에 대한. 언젠가부터 자신의 글은 누군가를 그려낼 때 그와 교감한 적이 있던가. 적어도 그대로 바라보기라도 했던가. 아니. 제 펜이 써내는 것은 삶의 초상이 아니라, 박제된 삶의 흔적뿐이었다. 숨을 그리워하며 넋두리를 늘어놓는 차가운 시체. 그래서였다. 분명 결심하여 내보였을 그 아이의 진심에 온전히 답하지 못한 것은. '당신도 나를 바라봐줘요. 당신의 안에 나를 담아줘요!' 그저 장난인 듯, 연필의 웃음소리를 덧씌운 수줍은 진심은 포장 속에 머물렀다. 그리고 빗겨나 내비친 썩어빠진 속내까지 바라봐준 쪽은 또다시 제인이었다. "그래서

더펜
엠마제인
제인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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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02


오후 훈련이 끝나자마자 옌은 뛰다시피 연습실을 뛰쳐나왔다. "천천히 가, 옌!"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루이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잔뜩 들뜬 옌의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 뿐이었다. '눈이다!' 훈련 도중 곁눈질한 창밖으로 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 나서부터, 옌은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평소보다 배는 애를 써야 했다. "어머, 눈 온다." "루이. 집중해야지. 지금 바깥 풍경이 눈에 들어올 때가 아니지?" 문득 발을 멈추고 중얼거린 루이를 나무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선 더 그랬다. 하지만 뭐든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 더 생각이 나기 마련이라, 옌은 차라리 흰 눈밭을 밟고 있다는 상상을 하며 겨우 훈련을 마쳤던 것이다. 홍운의 마당에는 이미 흰 이불이 깔린 듯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아직 아무런 손상도 없었다. 그 사실에 만족스러워하며, 옌은 내내 떠올렸던 대로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로 발을 내디뎠다. 잠자던 것이 깨어나는 듯 뽀드득거리는 감각이 주는 묘한 쾌감이 발꿈치에서부터 간

옌위안
여단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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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

조회 186






* 파리할만치 창백한 빛이 침대 위로 어스름히 내려앉았다. 전부 꿈이다. 느리게 점멸하는 의식 사이로 이명이 찾아와 옌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끔찍한 잔상들이 만화경처럼 거푸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지금은 새벽일까. 옆으로 웅크려 누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몸이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침상이 몸을 당겨 나선으로 휘돌아 내려가는 듯한 감각이 생경했다. '옌, 나쁜 꿈이라도 꿨니? 식은땀을 흘렸는데.' 어느샌가 곁에 다가온 선생님의 모습이 새벽빛 사이로 부서져 흩어질 듯 희고 눈부시게 비쳐 보였다. 저를 내려다보는 단단하지만 걱정이 담긴 눈빛. 짤막한 제 이름에 언제나 숨 하나를 더해 부르는 목소리. 붓처럼 부드럽고 다정하게 머리칼을 쓸어주고 뺨과 귀 끝을 덧그리는 손. 그 모든 것에 그저 기대고 싶어져, 옌은 울먹였다. '무서운 꿈을 꿨어요. 모든 게 무너졌어요. 다 잃어버렸어요. 홍운도, 선생님도…' 그러나 말은 갈피를 잃었다. 옌은 저를 쫓는 잔상들을 붙잡아 설명하려다 그

샤오란옌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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