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의원총회에서 “우리는 역사 속에서 단결하면 승리했고 분열하면 패배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이재명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정부를 성공시키고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겠다는 다짐과 결의”라고 했다. 그러나 비공개로 이어진 회의에선 “사퇴하라”는 요구가 여럿 나왔다고 한다. 6·3 지방선거에 “납득할 수 없는 패배” “심리적 참패 그 이상의 실패”라는 성토도 있었다. 이날 국민의힘에서도 선거책임을 지고 장동혁 대표를 포함한 당지도부 사퇴 요구가 제기됐다. 장 대표는 “당 지도부에 어떤 선택을 요구하거나 그 길을 열려면 110명의 의원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답을 먼저 줘야 한다”며 일축했다.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명징한 민심의 심판을 여야 지도부 모두 나몰라라 하고 있는 꼴이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은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차지했지만, 주요 격전지에서 졌다.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12대 5라는 현재 우위를 지키지 못하고 크게 역전당했다. 국민들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안정론에 힘을 실으면서도 민주당의 독주엔 분명한 경고신호를 보냈다. 국민의힘에는 야당으로서 무능과 전(前) 정부 실패를 심판하면서도 정부·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균형추를 야당에 쥐여줬다.

사실상 승자 없는 선거였고, 여야 모두 패배한 선거였다는 게 더 맞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데도 여야 지도부에선 제대로 된 자성의 목소리도, 냉정한 평가와 진단도 보이지 않는다. 선거 직후 정 대표는 “전국적으로 민주당에 큰 승리를 안겨주신 국민께 깊이 감사드린다. 다만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아프다”고 했는데, 이후 정치적 수사만 바뀌었을 뿐 인식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유권자의 선택 의미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진단은 없이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선문답같은 말로 구설만 낳았다. 장 대표는 선거 결과에 “아쉽고 송구스럽다”면서도 “오만하고 무도한 이재명과 민주당에 맞서서 대한민국을 지키라는 국민의 명령일 것”이라고 했는데, 유권자 다수가 택한 국정안정론에 대한 성찰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국민 모두가 아는 것을 여야 지도부만 모르는가. 아니면 당권을 위해 나몰라라 하고 있는 것인가. 정치의 본질은 자원의 합리적인 배분과 갈등의 조정이고, 그것을 위한 권력 획득 경쟁이다. 지금은 국운이 비상과 추락의 기로이며 미래 성장과 양극화 극복을 위해 자원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 공동체의 통합은 어떻게 이루어야 하는지를 놓고 정치가 막중한 역할을 해야 할 때다. 그러나 여야는 본말이 전도된 권력투쟁에만 매몰돼 퇴행적인 싸움만 벌이고 있다. 혁신 없는 세력은 반드시 매서운 심판이 뒤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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